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9월부터 기존의 ‘이달의 좋은 보도’의 신문, 방송, 온라인 부문 이외에 ‘시사 프로그램’ 부문을 신설했습니다. 공영방송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좋은 시사프로그램,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며, 이런 변화는 지상파와 종편에도 건강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이에 민언련은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의 시사 프로그램(탐사보도 프로그램 포함)을 대상으로 매달 좋은 시사‧보도프로그램을 선정해서 시민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민언련은 첫 ‘이달의 좋은 시사 프로그램’인 2018년 9월 수상작은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1‧2부)로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시사 프로그램’ 시상식은 10월 26일(금) 오후 2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마포대로 14가길 10 동아빌딩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아래는 2018년 9월 이달의 좋은 시사 프로그램 선정 사유입니다.
2018년 9월 ‘이달의 좋은 시사 프로그램’ 심사 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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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1‧2부) 매체 : MBC 보도 일자 : 9/2, 9/16 취재 : 배주환‧고은상 기자 |
선정위원 |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신문),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온라인), 임동준(민언련 활동가/방송),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
심사 대상 |
9월 1일부터 31일까지 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의 탐사 보도‧시사 프로그램 |
9년을 기다린 쌍용차 ‘국가 폭력’의 진실, MBC가 찾았다
선정 배경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편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쌍용차 노조에 휘두른 국가폭력 진상과 그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냈다. 이는 9년 간 ‘노조의 폭력이 원인’이라 왜곡한 보수 세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다. 사측과 경찰의 진압 계획 공모, 기무사‧국정원의 전방위적 사찰, 이명박 정부의 노조 파괴 공작, 쌍용차 사측의 구조조정 조작 의혹까지, 방송은 관련자들의 치밀한 범죄 행각 및 공작 의혹들을 체계적으로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과 경찰의 내부 문건, 경찰 및 당시 청와대 등 내부자들의 증언 등 탄탄한 근거가 제시된 것도 돋보인다. 이에 민언련은 9월 ‘이달의 좋은 시사 프로그램’으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를 선정했다. |
8월 28일, 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09년 쌍용차 사건 당시 경찰이 불법적 과잉진압으로 쌍용차 노조에 ‘국가 폭력’을 행사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9월 14일에는 쌍용차 노사가 119명 해고자의 전원 복직을 잠정 합의하면서 쌍용차 사건은 9년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쌍용차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9년 사이에 이미 무려 30명의 해고 노동자 및 그 가족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명박 청와대의 ‘국가 폭력 지시’가 인정됐으나 너무 늦은 것이다. 이제라도 ‘노동자 죽음’의 배후와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 가려내고 ‘쌍용차 해고자’라는 낙인 하에 고통 받은 노동자들에게 마땅한 배상과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2009년 쌍용차 사건 당시 ‘새총 쏜 노조의 폭력’만 보도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가 폭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보수언론은 지금도 같은 논리를 반복하며 진실을 부인하고 있다. 다시 지리한 ‘진실공방’으로 왜곡될 수 있는 흐름을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이하 스트레이트)가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 쌍용차 및 경찰의 내부 문건과 경찰 내부자 증언 등 탄탄한 근거로 ‘이명박 정부와 사측이 공모한 국가폭력’의 전말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역사에 기록될 만한 ‘진실의 기록’이다.
‘사측과 경찰의 공모’부터 ‘살인진압 그 후’까지, 빠진 것이 없다
MBC <스트레이트>는 두 차례에 걸쳐 쌍용차 사건을 조명했다. <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 1부는 9월 2일, 2부는 9월 16일에 방송됐다. 파장은 매우 컸다. ‘몰라서 미안하다’는 시청자 여론이 줄을 이었고 조현오 전 청장은 2010년부터 경찰 조직을 댓글 부대로 동원한 혐의로 구속됐다. ‘해고자 복직 합의’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MBC가 미친 영항은 지대하다.
MBC가 두 차례에 걸쳐 밝혀낸 쌍용차 사태의 전말은 어느 하나 사소한 것이 없다. MBC는 사태의 원인부터 결말, 그 이후의 전개까지 속속들이 진상을 규명했다.
<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 1부>는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구조조정 발표 이전부터 병력 투입을 계획한 사측과 경찰의 ‘폭력 진압 공모’ 정황이다. MBC는 사측과 경찰의 내부문건으로 노조와의 충돌을 의도적으로 야기하여 병력 투입을 유도하고 노조에 고사 작전을 펼친 ‘비인간적 진압 작전’을 고발했다. 둘째는 국군기무사령부와 국정원 요원들이 파업 현장 노동자는 물론, 노조 지지 집회에 나선 시민들까지 사찰했다는 사실이다. 셋째는 2009년 8월 살인진압 이후 9년 간 ‘해고자 낙인’ 아래 극심한 생활고와 가정 파탄, 급기야 죽음에 이르렀던 노동자들의 ‘그 후의 삶’이다. 여기에는 ‘미래의 손해’까지 계산한 사측‧경찰의 47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 해고 무효 소송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던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도 포함되어 있다.
충격적인 ‘경찰의 노조 파괴 컨설팅’도 MBC가 밝혀냈다
<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 2부> 역시 큰 줄기는 3가지이다. 첫째, 경찰에 ‘노조 파괴 컨설팅’을 전담하는 경찰청 정보국 내 비밀부서가 있으며 여기 소속된 경찰 경정 이른바 ‘김 사장’이 쌍용차 사태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청와대와 조현오 전 청장을 오가며 ‘정보 전달책’ 역할도 했다.
둘째,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현대건설 사장 시절부터 노조 파괴를 일삼았던 ‘노조 파괴의 화신’으로서 쌍용차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이다. MBC는 1988년 현대건설 노조추진위원장 납치 감금 사건부터 ‘다스 노조 탄압’까지 사례를 짚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뿌리 깊은 ‘노조 혐오 정서’를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쌍용차 사측이 주장한 구조조정의 부당성이다. 사측이 의도적으로 자산 가치를 축소해 부채 비율을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강행된 구조조정의 조작 의혹, ‘상하이차 기술 먹튀 사건’ 및 이명박 전 대통령 조카가 소속된 ‘맥쿼리’의 매각 개입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쌍용차 국가 폭력이 단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나타난다.
회차 |
주제 |
보도 출처 및 취재원 |
주요 내용 |
<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 1부 |
평택 농성 진압작전의 전말 |
사측 작성한 문건 ‘선봉 2팀 회사 진입 작전 계획, 작계명 for recovery’(2009.6) |
“조기 공권력 투입 명분을 제공” |
사측 이메일(2009.7) |
“경찰 헬기가 1시간 간격으로 순회 비행으로 심리작 압박 배가시킴. 야간에도 실행 수면 방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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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작성 ‘쌍용차 진입 계획(2009.7) |
“사측과 협조, 경력 진입 전 단수 단전 및 가스 차단 조치 강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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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국정원의 노조 및 민간인 사찰 |
당시 평택 공장 투입 경찰 간부 증언 |
“기무사 외에도 국정원 직원 최소 3명이 쌍용차 공장을 오갔다” “기무사 요원들은 캠코더를 들고 있었고 몰래 촬영할 수 있는 가방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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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요원이 직접 촬영한 사찰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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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 2부 |
경찰청 정보국 김 모 경정의 ‘노조 파괴 컨설팅’ |
금속노조 간부 증언 |
“김 사장은 쌍용차 박영태 사장을 전화 한 통으로 불러낼 수 있었다” “청와대 갔다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전현직 경찰 증언 |
“이영호 비서관이 김 사장과 원래 아는 사이다. 김 사장은 이영호 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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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노조 파괴 |
청와대 공직윤리비서관실 직원 증언 |
“이영호 비서관이 민주노총이 노사관계를 개판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것도 돈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니냐며 돈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
△ MBC <스트레이트>가 밝힌 ‘쌍용차 사건’ 주요 내용 및 보도 출처 ⓒ민주언론시민연합
‘쌍용차 사건’의 핵심은 언론이 왜곡한 ‘진압 작전의 전모’
MBC가 보도한 사실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꼽자면 아무래도 <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 1부>가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 ‘평택 공장 진압 작전’의 진상이다. 이 내용이 중요한 이유는 언론의 왜곡 때문이다. MBC는 언론의 문제도 놓치지 않았는데 2부에서 동아일보 <사설/쌍용차 노조, 평화적 해산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라>(2009.8.5.), 조선일보 <사설/쌍용차 노조 그대로 두고 회사 장래 없어>(2009.8.7.) 등 경찰의 살인 진압(2009.8.6.)을 전후로 ‘노조의 불법‧폭력이 쌍용차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보도들을 비판했다.
진행자 주진우 기자는 “우리 언론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충격적이게도 경찰 조사위가 국가폭력을 인정한 지금도 보수언론은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경우 “노조가 새총과 화염방사기를 쏘며 폭력을 행사했으니 경찰의 진압에는 문제가 없다”(8/29), “당시 노조가 사측의 협상안을 거부해서 사태가 벌어졌다”(9/14) 등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만들어진 국가 폭력’…‘노조 폭력이 원인’은 ‘거짓말’
MBC는 9년 간 이어진 이러한 ‘악의적 선동’을 탄탄한 증거로서 정면 반박했다. MBC에 따르면,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하기 3달 전인 2009년 2월, 쌍용차 사측은 이미 ‘노조의 충돌 명분을 만들어 진압하는 방침’을 수립했고 경찰력 투입을 먼저 요청하기도 했다. 3월엔 ‘파업 분쇄 계획’도 수립했다. 이런 사실은 사측이 6월 작성한 문건 ‘선봉 2팀 회사 진입 작전 계획, 작계명 for recovery’에 잘 드러나 있다. ‘작계’라는 군사용어까지 쓴 이 문건에서 사측은 ‘조기 공권력 투입 명분을 제공’한다고 했고 실제로 6월 26일 사측 편에 선 노동자 2000여 명이 공장에 진입해 파업 중인 노조와 물리적 충돌을 야기했다.
경찰은 곧바로 병력을 투입하고, 무장한 사측 용역과 함께 노조원들을 공격했다. 경찰은 사측 용역이 새총으로 볼트와 너트를 쏘는 것을 방치했고 오히려 용역들과 함께 상주하며 노조에 돌을 던지기도 했다. 헬기로 한밤중에도 굉음을 내고 서치라이트를 비춰 노조원들의 수면을 방해한 작전 역시 MBC가 공개한 사측 이메일에서 계획된 것이었다.
심지어 7월에는 단수, 단전, 가스차단으로 공장에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고사시켰는데, 이는 경찰이 7월 초 작성한 ‘쌍용차 진입 계획’ 문건에 진입 계획 문건에 “사측과 협조”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치 과정에서 갑자기 발생한 도장 공장 화재에 노조원들은 공장을 지키려 물도 없는 상황에서 불을 끄려 노력했지만 경찰은 사측 용역과 함께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8월 6일, 경찰은 최종 진압 작전을 실행했고 대테러 경찰특공대는 무방비 상태의 노조원들을 컨테이너까지 끌고 가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끝에 파업을 진압했다. 이렇듯 MBC가 공개한 사측과 경찰의 문건에 기록된 사건의 진상은 ‘사측과 경찰이 미리 파업을 예상하고 병력 투입을 통한 폭력 진압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 MBC가 공개한 쌍용차 사측의 ‘진입작전 계획, 작계 FOR RECOVERY
누가, 왜 ‘국가폭력’을 기획했나
진실이 이렇다면 남는 의문이 있다. 누가, 왜 이러한 참사를 기획했느냐는 것이다. 이는 <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 2부>가 집중적으로 파헤친 질문이기도 하다. MBC의 답은 세 가지이다. ‘쌍용차 국가폭력’을 기획한 책임자는 ①이명박 전 대통령 ②경찰 ③쌍용차 사측이다. 사실 이들은 사건 당시에도 ‘배후’로 지목됐으나 보수언론의 집중 공세와 이명박 정부의 속도전에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
MBC는 이 문제에서도 각종 내부 문건과 내부자 증언으로 흩어져 있던 퍼즐을 맞춰나갔다. 먼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이미 조현오 전 청장에게 직보를 받으며 지시한 것으로 경찰 조사위에서도 발표를 했으나 MBC는 훨씬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았다. 그가 1988년 현대건설 회장 재임 당시부터 ‘노조 파괴의 화신’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전 대통령의 ‘노조 파괴 역사’는 대통령 취임 전 1988년 현대건설 노조추진위원장 납치 감금 사건(이명박 벌금형), 2000년 다스 납품업체 세광공업의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에서 대통령 당선 후 2008년 7월 다스 민주노조 탄압을 시작으로 발레오만도‧상신브레이크‧유성기업 등 수많은 노조 탄압으로 이어졌다. 놀랍게도 그 방식은 △사측의 일방적 협상 파기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 △노조의 반발 및 파업 △경찰의 방치 하에 사측 용역의 폭력 행사로 모두 동일하다.
MBC는 ‘MB의 복심’으로 꼽혔던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을 핵심 인물로 지목한다. 이명박 정부 공직윤리비서관실 직원이었던 한 취재원은 MBC에 “이영호 비서관이 ‘미주노총이 노사관계를 개판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것도 돈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니냐, 돈줄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MB의 노조 혐오’는 두 번째 책임 소재인 경찰로 곧바로 이어진다. 이 대목도 충격적인데, 경찰은 당시 모든 노사 갈등 사업장마다 사측에 ‘노조 파괴 컨설팅’을 해주고 있었다. 핵심인물은 경찰청 정보국 소속의 김 모 경정, 속칭 ‘김 사장’이다. 그는 노조 파괴 전문 업체인 창조컨설팅의 이메일 리스트에도 올라 있는 요주의 인물로서 ‘삼성 염호석 열사 시신탈취 사건’에도 깊이 개입했으며 늘 사측 대표로서 노사 협상 테이블에 나타났다. 그는 쌍용차 사건에도 가담했으며 청와대와 조현오 전 청장을 오가며 ‘정보책’ 역할을 했다는 것이 MBC의 결론이다. 전현직 경찰들은 MBC에 “이영호 비서관이 김 사장과 원래 아는 사이다. 김 사장은 이영호 라인”이라 털어놨다.
△ ‘노조 파괴 노무법인’ 이메일 리스트에 등장하는 경찰 김 모씨
‘의도적인 구조조정 의혹’, MBC가 더 뛰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시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쌍용차 사측도 책임자 명단에서 빠질 수 없다. MBC는 2부의 마지막을 사측의 의문스러운 구조조정 과정에 할애했다. 여기서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주요한 근거가 됐다. MBC는 “2008년 9월엔 부채 비율이 168%로 경쟁업체와 비슷했는데 불과 3달 뒤 회사 자산이 느닷없이 5200억 깎여 부채 비율 563%가 됐다”고 지적했고 김경률 회계사는 “자산 가치를 스스로 깎는 것인 전례가 없는 일”이라 분석했다. 의도적으로 부채 비율을 높여 구조조정의 명분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심지어 당시 쌍용차는 3천억 원 대 무담보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충분히 유동성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쌍용차의 결정은 전체 직원의 40%에 이르는 2646명 규모의 구조조정, 즉 대규모 해고였고 이명박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폭력적으로 현실화됐다.
MBC는 여기서 현재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로 매각될 때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맥쿼리’에 주목하며 쌍용차 사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권이 걸려있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맥쿼리가 자원외교 등 이명박 정부 사업에 특혜를 받은 대표적인 ‘먹튀 자본’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MB 가문의 금고지기’인 이지형 씨가 고위급으로 몸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의심을 거론만 한 수준이고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MBC가 더 파헤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더불어 MBC가 쌍용차 사건의 ‘행동대장’으로 꼽은 이영호 전 비서관 역시 민간인 사찰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을 뿐 그 외엔 단죄된 바가 없다. 이것도 MBC가 더 뛰어야 할 이유이다.
약자와 함께 눈물 흘린 MBC, 이게 바로 ‘탐사보도’다
MBC <스트레이트>는 <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 2부>에서 쌍용차 사건을 일러 “청와대가 법원, 경찰, 군, 국정원 등 모든 권력 기관을 총동원해 노조를 탄압한 사건”이라 칭했다. 앞서 살펴본 내용 중 법원이 빠졌는데 MBC는 ‘쌍용차 사건’이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와 거래한 재판 중 하나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이는 <추적 판사 양승태>(10/7)에서 다시 자세히 조명되기도 한다.
요컨대 이명박 정부가 폭력으로 말살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재판마저도 권력의 입맛에 맞게 윤색하여 그야말로 살 길을 잃었다. MBC는 2회에 걸쳐 이 과정을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그려냈다. “빨갱이 범죄자 폭력집단이라는 프레임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견뎌내야 했다”고 설명하던 주진우 기자, 김의성 배우, 고은상‧배주환 기자는 보도 내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행자인 김의성 배우는 때때로 눈물을 참기도 했다. 바로 이 점이 MBC <스트레이트>가 지니는 강점이다. MBC <스트레이트>는 약자를 탄압한 권력의 폐부를 드러내는데 거리낌 없었으며, 약자의 고통을 말할 땐 시청자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탐사보도’가 객관성 뿐 아니라 ‘인간성’을 지닐 때 더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MBC <스트레이트>의 활약은 사실상 <쌍용차 30명 죽음의 배후> 편에서 큰 동력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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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