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좋은 방송보도’,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기획으로 ‘삼성’ 극복 쐐기 박은 JTBC
등록 2018.01.29 16:47
조회 1032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7년 12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12월 ‘이달의 좋은 보도’ 방송 부문에는 JTBC ‘삼성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기획 보도가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1월 30일(화요일) 오후 7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공덕동 110-22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12월의 수상자인 기자가 참석하는 시상식과 간담회에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아래는 2017년 12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7년 12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 보도’ 심사 개요

좋은 방송보도

JTBC, ‘삼성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기획

매체 : JTBC, 기자 : 박진규․김지아

보도일자 : 11월 21일~12월16일

나쁜 방송보도

TV조선,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비난’ 보도

매체 : TV조선 기자 : 신동욱 앵커․윤동빈․최승현․한송원 기자

보도일자 : 12월 12일~13일

선정위원

김규명(민언련 신문모니터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방송모니터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종편모니터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종합뉴스9>․<종합뉴스7>, 채널A <뉴스A>, MBN <뉴스8>에서 보도한 뉴스


‘삼성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기획으로 ‘삼성’ 극복 쐐기 박은 JTBC  

선정 배경 JTBC는 보상위원회 출범 이후 ‘끝난 이야기’로 치부되어 온 삼성반도체 노동자 산업재해 문제에 대한 탐사보도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부문의 노동자 사망률이 일반인의 사망률보다 높았음에도 대다수 언론이 침묵을 유지해 온 사안에 대한 이 같은 행보는 자본의 압력에 맞서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본령을 지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진 삼성이라는 성역을 극복한 JTBC가 여전히 남아 있는 또 다른 보도의 성역도 조만간 극복하기를 기대하며, 민언련은 JTBC의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기획 보도를 2017년 12월,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유가족의 산재신청을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11월 20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가 결성되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근로복지공단은 여전히 피해자 입증책임을 요구하며 산재 승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2월 31일 기준 반올림을 통해 산재 신청을 한 94명 중, 산재를 인정받은 직업병 피해자는 24명에 불과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체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작업환경과 직업병의 연관성은 인정하고 있지 않다. 반면 피해자들은 해당 사업장의 높은 발병률을 감안하면, 질병과 사업장 근무와의 인과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리적 선택은 단 한가지다.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 진상조사를 위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한편,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에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을 직업병 사망자로 단정할 수 없다’는 반박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피해 실태를 드러내 객관적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으며, 은폐된 진실을 추적해 공개하거나 나름의 자체적인 분석 및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대 광고주인 삼성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대다수 우리 언론은 이미 확인된 사실관계나 대법원 판결 내용조차 보도하지 않고, 투쟁에 나선 직업병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삼성 측 주장을 전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반올림 10주기’ 맞춰 삼성전자 직업병 기획 시작
이런 상황에서, 한때 삼성의 계열사였던 JTBC는 반올림 10주기에 맞춰 삼성전자 직업병 기획을 시작했다. 특히 관련 첫 보도 <삼성전자 작업장 끊이지 않는 ‘직업병 논란’>(11/21 https://goo.gl/GmrxR5)은 “반올림에 제보된 국내 주요 기업 반도체, LCD 부문 사망 명단 84명 가운데 삼성전자 80명의 신원을 추적”해 이 작업장에서 근무한 뒤 희귀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가 54명에 달하며, 발병시기는 1993년부터 2015년으로 “피해가 있었다면 상당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취재 결과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 연구팀에 맡겨져 후속보도 <서울대 연구팀 ‘삼성전자 희귀병 사망’ 분석>(11/22 https://goo.gl/pHzfNr)을 통해 “삼성전자 54명의 사망률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크게 높다”는 추론을 이끌어낸다. 이는 그 자체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매체를 제외하면 직업병 발병 상황에 대해 합리적 의혹 제기가 나오지 않고 있는 현 언론 지형 속에서, 매우 의미 있는 보도라 할 수 있다.

 

 

삼성의 반박 ‘재반박’하며 후속보도 쏟아내
JTBC의 보도 이후 삼성은 공식 반박입장을 냈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 노동자들의 암 발병률은 일반인들의 암 발병률보다 낮았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삼성의 반박 이후 JTBC는 이를 재반박하고, 자사 기존 보도 속 주장을 뒷받침하는 후속 보도를 이어나갔다.


먼저 <“자료 부실…백혈병 사망 외면”>(12/5 https://goo.gl/mfgwzK)에서는 삼성 측이 반박 근거로 인용한 해당 보고서가 “백혈병 사망률의 경우 반도체 작업장의 여성 노동자가 일반 여성보다 1.48배”에 달하며 “다른 혈액암 종류인 비호지킨성 림프종도 일반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음에도 삼성이 이러한 내용은 외면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해당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의 최종 책임자였던 당시 연구원장은 삼성 측이 제공했던 자료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보도 말미에는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의 “삼성이 보다 투명하게 자료를 제공해, 반도체 직업병 논란에 대한 실질적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같은 날 <‘혈액암 보상’ 가장 많았던 삼성>(12/5 https://goo.gl/3Bth29)은 삼성이 2015년 9월 설립한 보상위원회가 지난 2년 동안 보상을 실시한 퇴직자 퇴직자 127명 중 124명에 대한 보상 질병별 현황을 입수해 공개하고 있다.

 

이 현황에 따르면 “124명 중 여성이 88명에 달했고 전체 사망자는 39명”이며 “질병별로는 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혈액암이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뇌종양이 27명, 유방암은 24명” “다발성경화증 같은 희귀질환, 흑색종 등 희귀암도 13명”에 달했다. “애초 조정위원회가 권고했던 유산과 불임, 그리고 갑상선암 등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이는 유산과 갑상선암 보상을 가장 많이 했던 SK하이닉스의 직업병 보상 현황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보도 말미에는 “직업병에 대한 보상 대상과 폭을 넓히고, 개별기업뿐만 아니라 공적 산재 보험을 통해 보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정부는 왜 유의미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나’
특히 눈에 띄는 보도는 정부의 반도체공장 근로자 역학조사 2015년 중간보고서 내용을 소개한 보도다. 먼저 <보고서 입수…혈액암 최대 3배>(12/14 https://goo.gl/56SS9A)에서 JTBC는 보고서를 인용해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혈액암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최대 3배에 달”하며 “희소 혈액암 중 하나인 림프조혈기계암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1.76배” 비호지킨림프종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인에 비해 2.88배”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이는 “2008년 1차 조사에 비해 모두 증가한 수치로,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K-087.jpg

△반도체공장 근로자 역학조사 2015년 중간보고서를 근거로 삼성 측 논리를 반박한 JTBC(12/14)

 

<‘반도체 노동환경’ 보고서 의미는>(12/14 https://goo.gl/pi9VEL)에서는 해당 보고서가 최근까지도 삼성이 인용하고 있는 2008년 정부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재차 짚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에서는 최근까지도 2008년에 작성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반도체 업계와 직업병의 연관성이 없다는 근거로 쓰고” 있으나 해당 보고서는 “업체들이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부실 조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가 한계를 인정해 “2019년까지 추가 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JTBC가 그 중간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표본수가 4만 명가량 더 늘어”나 “늘어난 표본을 통해 산출된 수치들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졌으며 사업장과 직군별 분석 등 세부적 분석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여성 생산직의 암 발병률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실태 파악이 가능해진 셈이다. 현재 정부는 “중간 분석이기 때문에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고, 최종 분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JTBC는 반올림 등 시민단체의 입을 빌어 “직업병 피해자들은 지금도 생기고 있고, 사망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 도중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는데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라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 보도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삼성은 과거 부실하게 이뤄진 조사 결과를 무기로 삼아 진상 규명을 가로막아 왔고, 정부는 그런 삼성의 논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사실관계를 조용히 숨겨왔다’는 지점이다. 

 

해당 보도 이후에도 JTBC는 <“반도체 생산직 유산 확률, 사무직 2배 이상”>(12/16 https://goo.gl/PLk4hf) 등을 통해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들의 자연유산 확률이 같은 회사 사무직들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 등을 적극 소개하며, 기업의 논리를 우선시하며 기본적인 사실관계 전달조차 피하는 여타 언론과 차별화된 행보를 걸었다.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가 JTBC에게 삼성이 더 이상 보도의 성역이 아님을 선언한 보도였다면, 이번 삼성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기획은 그러한 선언에 쐐기를 박는 보도였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진 삼성이라는 성역을 극복한 JTBC가 여전히 남아 있는 또 다른 보도의 성역도 조만간 극복하기를 기대하며, 민언련은 JTBC의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기획 보도를 2017년 12월,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2017년 12월 ‘나쁜 방송보도’

강정마을 구상금 청구 소송 철회 소식에 다시 ‘폭력 집회’ 운운한 TV조선

선정 배경 정부가 국책사업을 추진한다며 공권력을 앞세워 반발하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환경 파괴를 자행하는 동안, 투쟁을 이어온 강정마을 주민을 고립시켜 온 것이 바로 ‘과격·폭력 시위’ 주장이었다. 그런데 TV조선은 고작 정부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철회했다는 이유로 다시 이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특히 신동욱 앵커는 연산호 등 멸종위기생물종 등과 관련해 아예 사실관계가 다른 논평을 늘어놓으며 해군기지 건설 반대자들의 정당한 투쟁 행보를 폄훼했다. 이에 민언련은 TV조선의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비난’ 보도를 2017년 12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문재인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공사 반대 투쟁을 했던 강정마을 주민, 시민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철회를 의결했다. ‘정부가 관련 소를 모두 취하하고 이후 상호간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원 강제 조정안을 수용한 것이다.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혈세 낭비’ ‘불법 집회’ 강조하며 강한 불만
이러한 정부 결정에 TV조선은 곧바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구상권 청구 소송 취하 사실이 알려진 당일 보도 <공사 지연 손실 ‘국방 예산’으로 땜질>(12/12 윤동빈 기자 https://goo.gl/Emf377)의 앵커 멘트는 “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업체의 피해를 보전해 주기 위해 방위력 개선비가 이미 들어갔는데, 이렇게 되면 불법 시위로 입은 손실을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나쁜 선례가 또 하나 생기게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이다. 


이 앵커멘트 그대로 해당 보도의 초점은 ‘불법 시위’에 맞춰져 있다. 보도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에 나선 이들과 경찰이 대치하는 장면을 30여초 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는 불법 시위가 빈발했습니다. 경찰 멱살을 잡아당겨 넘어뜨리려 하거나 경찰버스를 점거하려 했습니다” “시위단체들은 지난 2011년부터 이듬해까지 크레인 올라타기, 바지선 및 도로 점거 등으로 공사를 지연시켰습니다”는 등의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눈에 보이는 영상은 윤동빈 기자 설명과는 무관하게, 상당한 경찰력이 투입되어 시위에 나선 이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모습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영상을 넘어선 그 이면의 현실은 더 잔혹하다. 공사 강행을 위해 정부는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년간 해군기지 반대운동 진압을 위해 연인원 12만8402명의 다른 지역 경찰을 투입했다. 해군기지와 관련해 연행된 마을 주민과 활동가는 696명에 달하며, 해군이 구럼비 해안을 발파한 2012년, 그 한해 집회와 시위과정에서 연행된 인원만 200명에 육박한다. 민간인 폭력 진압과 무분별한 채증, 이동의 자유 제한 등 경찰 상주로 인한 감시와 통제에 대한 증언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윤동빈 기자는 “불법시위로 인한 공사 지연 피해액 275억 원은 군이 신무기 도입과 군사력 증강에 쓸 방위력개선비로 업체들에게 보상했습니다. 그런데 34억 원의 구상권 소송마저 철회하면서 돌려받을 길이 없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 혈세로 메우는 상황이 된 겁니다. 야당은 반발했습니다”라며 ‘혈세 낭비 프레임’을 노골적으로 부각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날 <시위 여전한 제주기지>(12/13 최승현 기자 https://goo.gl/fLBxuB)에서도 TV조선은 불법시위 문제를 부각했다. 최송현 기자는 “어제 구상권 청구 포기 방침에도 제주 해군기지 앞에선 오늘도 반대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일부 주민과 반대단체 인사들이 기지 반대 집회를 한 겁니다. 플래카드도 여전히 붙어있습니다”라며 “이걸 계기로 해서 주민 갈등이 해소가 돼야 하는데 그런게 부족한 것 같아요”라는 마을 주민의 인터뷰 발언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시위는 계속되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청구권 포기 결정을 적극 옹호”했다 지적했다. 마치 구성권 청구 포기 방침은 아무 소용 없는 정부의 ‘헛짓’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새다. 그러나 구상권 청구 포기 방침이 발표되었을 뿐,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되었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회 시위가 바로 중단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 처음부터 소송 취소 의도’ 의심도
같은 날 <구상권 철회 군 ‘불만’>(12/13 한송원 기자 https://goo.gl/bH3Juy)은 정부가 처음부터 소송을 하지 않고 조정을 할 생각을 했던 것 아니냐는, 다소 엉뚱한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보도는 앵커의 “정부가 강정마을 공사 지연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소송을 포기했다는 소식은 어제 전해 드린바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더 취재를 해 봤더니 정부는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애당초 소송을 취하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때문에 소송은 시늉만 내고 그동안 철회할 명분을 만들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런지요?”라는 멘트로 시작된다. 그러나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을 지키기 위해 변론기일 ‘무기한 혹은 4개월 연기’를 요청하고, 이후 소를 취하하고 구상권을 포기한 절차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한송원 기자는 정부가 ‘원만한 해결 의사’를 보였다고 강조하며 이런 결정 때문에 “방위력개선비로  지연금을 물어주게 된 해군과 국방부 내부에서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전한 뒤, 이 과정에서 “폭력 불법 시위로 피해를 입었는데 사과를 못받았다” “사드 관련 시민단체 등이 달려들어 시위하면 어쩔 것이냐”는 국방부 내부 익명 관계자들의 망발을 금과옥조의 지상명령인양 소개하고 있다.

 

 

'혈세 낭비' '불법 집회' 강조하며 강한 불만
그러나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신동욱 앵커의 시선/도롱뇽에서 붉은발 말똥게까지>(12/12 https://goo.gl/Gxvwen)이다. 


신 앵커는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바위(구럼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지 공사를 할 수 없습니다. 문화재위원회가 조사했더니 다른 해안 지형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반대 세력은 처음엔 기지 앞바다에 천연기념물 연산호가 많다고 했습니다. 해군이 용역비 14억 원을 들여 조사했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엔 기지 부지에 사는 붉은발 말똥게와 맹꽁이, 민물새우를 옮기라고 했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잡아 이주시키느라 다섯 달이 걸렸습니다”라며 기지 건설 반대자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거짓말을 쏟아내고 있다 식의 설명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이다.


연산호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협약)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되고 있는 생물로, 당초 해군본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연산호 감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강정마을회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성균관대가 진행한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 이상의 지표생물군에서 상대적인 감소가 발생했으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II급인 밤수지맨드라미와 검붉은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 등이 확인되었다. 이후 해군은 2015년 자체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연산호 훼손에 대한 일부 영향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신 앵커는 ‘해군이 비용을 들여 조사했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라고 요약 전달한 것이다. 


무엇보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와 맹꽁이 등은 주민 요구 이전에 국가가 나서서 보호를 해야 했던 생물이다. 왜 분노의 화살을 이런 멸종위기종의 보호를 요구한 해군기지 건설 반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 신 앵커가 “다른 해안 지형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라고 폄훼한 구럼비 해안의 바위 역시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다. 해군기지 건설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과감성의 수위가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또 신 앵커는 “정부는 치유와 화합을 말했지만, 소송 대상 백 열여섯 명 중에 원래 강정마을 살던 주민은 서른 명 남짓 합니다. 대상 단체 다섯 곳 중에 외부 단체가 네 곳입니다”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가와 정치권력의 독단에 저항해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에 나선 이들이 ‘토박이 강정마을 거주자’가 아니라는 것이 ‘치유와 화합’이라는 취지와 대체 어떤 측면에서 충돌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성주 사드 배치 문제나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 등에서 매번 반복되어 왔던 ‘외부세력 프레임’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eaef62ce6f0313bb155f7d3f34678f38.jpg

△해군기지 건설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한 TV조선 신동욱 앵커(12/12)


해당 코너는 “노무현 정부 초기 어느 스님이 경부고속철 터널공사에 반대해 단식을 했습니다. 환경단체는 터널공사로 도롱뇽이 죽는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져야 했습니다. 완공 뒤 조사해보니 도롱뇽은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4년, 우리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앵커의 시선, ‘도롱뇽에서 붉은발 말똥게까지’ 였습니다”라는 비아냥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신 앵커의 수준 미달 논평을 조선일보는 <“젊어진 뉴스…폼 잡지 않는 앵커 될 것”> 기사를 통해 “기존 방송 논평과 달리 서정적 울림을 통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새로운 시도”라 평가하기도 했다. 그 방송에 그 신문인 셈이다.  


지난해 8월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는 이 제주 강정마을 사건을 자체 진상 조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분류한 바 있으며, 이듬해 청와대는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미 10여년에 걸친 반대운동과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와 주민들은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공권력을 앞세워 반발하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환경 파괴를 자행하는 동안, 투쟁을 이어온 강정마을 주민을 고립시켜 온 것이 바로 이 ‘과격 시위’ 주장이었다. 그런데 TV조선은 고작 정부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철회했다는 이유로 다시 이 프레임을 꺼내든 것이다. 이에 민언련은 TV조선의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비난’ 보도를 2017년 12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monitor_20180129_37.hwp

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