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7년 8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8월 ‘이달의 좋은 보도’ 온라인 부문에는 시사인의 ‘삼성 장충기 문자 단독보도’가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9월 26일(화요일) 오후 7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공덕동 110-22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아래는 2017년 8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7년 8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 보도’ 심사 개요 | |
좋은 온라인보도 |
<‘삼성 장충기 문자’ 전문을 공개합니다>(8/9) 등 4건 매체 : 시사인, 기자 : 주진우‧김은지, 보도 일자 : 8월 9일~16일 |
선정위원 |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신문모니터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방송모니터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
심사 대상 | 8월 1일부터 31일까지 일간지 및 방송 뉴스를 제외한 모든 온라인 매체의 보도 |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선정 개요
8월 ‘좋은 온라인 보도’. ‘삼성 공화국’의 추악한 진실 드러낸 시사인
지난 8월 25일,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이 있었다. 검찰은 앞서 7일에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뇌물공여,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적용해 12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최소 형량인 5년을 선고했다. ‘삼성 봐주기’라는 논란이 컸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동안 재벌 총수들에게 면죄부를 줬던 사법부에 국민적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박근혜-삼성 뇌물 관련 재판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여론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언론도 보도에서 발을 뺐으며, 보도를 해도 대놓고 이재용 부회장을 옹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휴대폰 등 주요 증거들이 화제가 된 지도 오래되어 ‘증거도 없이 이재용 부회장을 무리하게 구속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때 시사인이 나섰다. 시사인은 검찰의 구형이 있었던 8월 7일부터 25일 재판이 있기 전까지 결정적인 증거인 ‘장충기 문자’를 잇따라 폭로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혐의가 확실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시사인이 공개한 ‘장충기 문자’에는 비단 삼성과 박근혜 정부 간 뇌물 뿐 아니라 법조인부터 언론인까지 삼성에 줄을 대려 한 사회 기득권의 추악한 뒷거래까지 담겨 있었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풍문을 물증으로서 확인시켜준 것이다. 특히 시사인은 장충기 전 사장에게 청탁을 하고 갖은 아첨을 떤 언론인에 주목하면서 이재용 재판을 ‘물타기’하는 언론 보도 경향과 연결시켰다. 이는 ‘삼성 공화국’을 유지하려는 공작에 언론이 적극 부역하고 있음을 보여준 쾌거였다.
지지부진 한 이재용 재판, 여론에 ‘중대 혐의’와 ‘결정적 증거’ 상기시킨 시사인
시사인 ‘장충기 문자 단독보도’의 강점은, 단독 공개한 문자의 내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4건의 보도는 일정한 구성과 내러티브를 지닌다. 시사인은 첫 보도 <‘삼성 장충기 문자’ 전문을 공개합니다>(8/9 주진우 기자 https://bit.ly/2wvqD5l)를 시작하면서 다짜고짜 문자부터 공개하지 않았다. 그 전에 일목요연하게 짚은 것은 ‘이재용 재판’이었다.
언론은 ‘이재용 재판’을 사실상 외면했다. 보도가 나와도 ‘오너 리스크’ 등 이 부회장을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검찰의 구형이 있었던 8월 7일,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메인뉴스 중 SBS <8뉴스>와 JTBC <뉴스룸>만이 각각 4건, 6건으로 이 부회장의 혐의와 특검의 관점까지 짚었을 뿐, 타사는 2~3건의 보도를 내면서 ‘이재용의 결백’, ‘이재용의 눈물’에 방점을 찍었다. TV조선‧채널A‧MBN은 혐의점을 따로 짚은 보도가 1건도 없었다.
시사인은 이렇게 언론이 묻어버린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와 증거부터 다시 짚었다. 시사인 <‘삼성 장충기 문자’ 전문을 공개합니다>(8/9)는 보도를 시작하면서 “언론이 일방적으로 삼성을 응원하고 있으나 재판의 승부 자체는 상당히 기울어진 상태다. 뇌물 혐의에 대한 증거가 꽤 많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2016년 2월1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오간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요구와 삼성 측의 청탁 내용도 그대로 기재되어 있다”며 핵심 증거도 재차 상기시켰다. 이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징역 2년6개월”, “합병 찬성을 지시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징역 2년6개월” 등 삼성 측에 불리한 다른 재판 결과도 덧붙였다. 또한 “재판에서 말이 교환되는 과정을 몰랐다는 삼성 쪽 주장을 뒤엎”은 정유라 씨 증언,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이라고 쓰인 청와대 자필 메모 등 삼성의 뇌물 공여를 뒷받침하는 다른 정황을 언급했다.
불리한 정황으로 인해 재판 전략을 바꾼 삼성의 논리도 반박했다. “재판 막바지에 이르자 삼성은 ‘이재용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마담’이라고 주장”했고 이재용 부회장도 “자신이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을 완전히 부정”했지만, “삼성의 최종 결정권자가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것, 메르스 사태로 대국민 사과한 것,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면담한 것,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한 것,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한 것, 옥중에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 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다.
△ 시사인이 폭로한 장충기 문자의 일부
삼성의 재판 전략은 ‘자가당착’, 결정적 증거는 내부 자료인 ‘장충기 문자’
시사인이 서두에서 많은 분량으로 재판 경과를 설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재용 바보 전략’으로 선회한 삼성의 재판 전략은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데 그 결정적 증거가 바로 ‘장충기 문자’이기 때문이다. 시사인은 자사 보도가 폭로하는 정보의 중요성이 국정농단 공범이자 뇌물, 해외재산도피 등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과 맞닿아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시사인이 보도한 ‘장충기 문자’는 7월 25일, 안종범 수첩 등과 함께 ‘이재용 재판’의 핵심 증거로 채택된 바 있다.
그러나 이재용 재판과 별개로, 시사인이 공개한 ‘장충기 문자’의 면면은 실로 충격이었다. 청와대‧국정원‧사법부 등 국가 핵심 기관은 물론, 타 재벌기업 관계자와 언론인들까지 장충기 전 사장에게 정보를 보고하고 각종 청탁을 넣고 있었다. 이는 ‘한국은 삼성 공화국’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증명하는 것인데, 일개 민간기업 임원에게 ‘알아서 기는’ 기득권층의 태도는 경악할 수준이다. 한 청와대 인사는 “오늘 11시 BH(청와대) 회동 관련 참고하세요.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미국 대기업 17곳 10만 개 청년 일자리 창출. 아무래도 지금 VIP(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게 노동 개혁인데 그에 대한 협조의 뜻을 밝히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했고 다른 청와대 인사는 “민정수석 후보자로 박상옥에 대해서 세평 정리 등 특감반에서 진행 중” 등 청와대 인사까지 보고했다. 국정원 이헌수 전 기획조정실장은 주기적으로 삼성 합병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한 대법관 후보자는 자신이 낙마한 경위를 토로하며 청탁성 문자를 보냈다. 시사인은 “‘고위직 판검사 인사는 삼성이 한다’는 말이 결코 허언은 아니었던 것”이라 평했다.
시사인이 주목한 것은 ‘언론의 청탁’
‘장충기 문자’를 통해 ‘이재용 재판’에서 ‘삼성 공화국’의 실체로 외연을 확장한 시사인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주목한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언론인의 노골적인 청탁과 아첨이다. 시사인은 <삼성 보도자료가 기사 가이드라인?>(8/10 김은지 기자 https://bit.ly/2vVGyNN)라는 기사로 삼성과 언론의 유착을 따로 다뤘다.
시사인에 따르면 문화일보의 한 간부는 “올 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 지원액이 작년 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 대비 1억 플러스(8억)할 수 있도록 장 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 갖고 챙겨봐주십시오”라며 협찬을 청탁했다. 매일경제의 경우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삼성의 면세점 사업 유치를 보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이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진 당시에는 언론인들이 ‘친위대’를 자처했다. 연합뉴스의 한 간부는 “누워 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고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어려워져갑니다”라고 썼고, 불명의 한 인사는 “방상훈 사장이 조선과 TV조선에 기사 쓰지 않도록 얘기해두겠다고 했습니다. 변용식 대표가 자리에 없어 ○○○에게도 기사 취급하지 않도록 부탁하고 왔습니다”라고 보고했다.
놀랍게도 공영방송 MBC도 장충기 전 사장과 청탁 문자를 주고받았다. 시사인 <삼성 장충기, MBC 인사에도 개입?>(8/11 주진우 기자 https://bit.ly/2uuGwvz)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아들은 어디로 배치받았니?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이 안광한 사장과 mbc 입사 동기라 부탁한 건데 안 사장이 쾌히 특임하겠다고 한 건데 어떻게 되었지?”라고 물었고 “특임부로 가기 전에 국내 유통부에서 바로 연장을 하고 사장님이 경영국장에게 알아보니 이미 연장된 걸 아시고 국내 유통부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만족하게 잘 다니고 있어요. 어려운 부탁 쾌히 들어주어 고마워요”라는 답장이 왔다. 장 전 사장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을 통해 안광한 MBC 전 사장에 인사청탁을 넣은 정황이다. 시사인은 “문자 메시지에 나오는 특임사업국은 안광한 전 사장이 의욕적으로 신설한 사업 부서”라며 “여러 직원의 채용에 특혜 의혹이 파다했”고, “정윤회씨의 아들 정우식씨가 출연해 특혜 논란”이 있었던 것도 이 부서라고 설명했다.
장 전 사장과 인사청탁을 주고 받은 MBC와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을 보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TV조선은 방송사 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두둔했다. 두 방송사는 검찰 구형 당시 MBC <눈물로 결백 호소…“청탁한 적 없다”>(8/7), TV조선 <“억울하다”…눈물로 최후진술>(8/7) 등의 보도로 ‘이재용의 눈물과 결백’을 제목에 명시한, 유이한 방송사이다. 시사인 역시 기울어진 보도 경향을 비판했다. “특검이 무리하게 이재용 부회장 수사를 했고, 그것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도 이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삼성발 언론플레이’가 힘을 발휘한” 결과라는 것이다.
16일 추가 공개까지…언론은 시사인 특종도 묻었다
시사인은 8월 16일, <‘삼성 장충기’가 받은 취업 청탁 문자>(8/16 김은지‧주진우 기자 https://bit.ly/2jJTvnZ)를 통해 장충기 문자를 추가 공개했다. 여기서도 청와대‧국정원 관계자의 상시 보고와 전경련 간부 등 기득권층의 취업 청탁이 드러났다. 정부의 핵심 인사부터 대기업 취업 청탁까지, 모두 장충기 전 사장의 손을 거친 것이다. 시사인이 첫 보도를 낸 9일부터 해당 보도는 상당히 화제가 되었지만 주류 언론은 외면했다. 보도를 해야할 언론이 입을 다물고 시민들이 알아서 정보를 찾아야 하는 기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시사인 보도를 통해서 엿볼 수 있듯이, 이는 삼성과 언론 간의 추악한 유착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이 카르텔은 견고하여,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사는 ‘장충기 문자’에 입을 다물었다. 그나마 한겨레‧SBS‧JTBC가 보도를 냈다. 대형 포털인 네이버의 경우 9일부터 11일까지 메인화면에 장충기 문자 관련 보도를 딱 1건, 그것도 고작 2시간가량만 노출했다.
시사인이 폭로한 ‘삼성공화국’의 민낯은 또 타 언론에 의해 묻힐 위기에 처했다. 시사인은 우리가 짐작만 하던 ‘삼성공화국’이 현실임을 증명하는 동시에, 정치권력과 언론, 자본의 견고한 카르텔을 깨기 어렵다는 참담한 현실도 보여줬다. 시사인 보도를 보도하지 않는 타 언론의 직무유기에서 그 현실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시사인이 보여준 기득권층의 카르텔은 상당부분 추악한 뒷거래에 불과하며, 명백한 불법이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시사인이 이런 현실을 보여줬다는 점보다, 시사인과 같은 언론이 많아져야 저 추악한 카르텔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