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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의문투성이, SBS 최악의 선거 오보
등록 2017.05.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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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7년 4월 ‘이달의 나쁜 신문‧방송’을 선정했습니다. 민언련이 좋은 보도를 선정하여 수상을 한 이후, 선거 시기에는 주로 선거보도만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뽑았습니다. 이에 따라 민언련 4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은 한국일보 <대선 후보에게 묻는다-참여연대 공동기획 보도>(이영창·김광수·남보라·김지현·정준호·신지후·조영빈·이동현·김동욱·박준석 기자)가 선정되었습니다. 온라인 부문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의 <대선캠프분석 기획 보도>(박중석·심인보·오대양·김남범·오준식 기자)가 선정되었습니다. 방송 부문은 4월 선정작이 없습니다. ‘2017년 4월 좋은 보도 시상식’과 기자 간담회는 5월 30일(화)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좋은 기사를 쓴 ‘진짜 기자’와 함께 하는 자리에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함께 하셔도 됩니다. 아래는 2017년 4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7년 4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 보도’ 심사 개요

좋은 방송보도

없음

나쁜 방송보도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매체 : SBS, 보도명 : 조을선 기자, 보도 일자 : 5월 2일
선정 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간사),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간사),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4월 1일부터 3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나쁜 방송보도, 최악의 선거 관련 오보 저지른 SBS

 

시민들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뤄냈던 역사적인 ‘박근혜 국정농단 정국’에서 지상파 3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주요 특종은 JTBC와 TV조선을 위시한 종합편성채널에서 휩쓸었고 지상파 3사는 뒤늦게 ‘박근혜 게이트’ 취재에 뛰어들었으나 부실 보도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KBS와 MBC는 일부 임원들의 반대 탓에 특별취재팀을 제대로 가동해보지도 못했다. 반면 SBS는 12월 보도국 조직을 전면 개편하며 쇄신의 의지를 다졌고 ‘비선진료 의혹’ 관련 단독 보도도 쏟아냈다. 이후 이어진 대선 국면에서도 SBS는 균형 잡힌 태도로 KBS‧MBC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다. 그러나 5월 2일, 모든 신뢰가 무너졌다. SBS는 단 1건의 오보로 인해 최악의 선거 보도를 냈다는 오명을 자초했으며 보도국은 조직 개편 5개월 만에 재편되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의문의 ‘해수부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단독 보도’
사태의 발단은 딱 1건의 오보였다. SBS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5/2 조을선 기자)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해수부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라는 소식으로 리포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보도는 영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조을선 기자는 “(해수부의 고의 지연) 의혹을 증폭시킬만한 발언을 해수부 공무원이 SBS 취재진에게 했”다면서 해수부 관계자의 녹취를 들려줬다. 그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다. 익명의 해수부 관계자는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 “해수부 제2차관(신설을) 문재인후보가 약속했거든요 비공식적으로나 공식적으로나. 제2차관 만들어주고 수산쪽. 그 다음에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 이런 게 있어요”라는 내용이다. 결국 문재인 후보가 해수부에 차관 자리를 만들어주는 등의 대가로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을 정권 교체 이후로 미뤘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보도는 여기서 마무리됐다. 조을선 기자는 “세월호 인양은 기술적 문제로 늦춰졌으며 다른 고려는 없었다”는 해수부 입장만 덧붙였을 뿐, 문재인 후보 측 반론도 누락했다. 익명의 관계자 한 명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다른 근거나 후속보도는 없었다. 애초에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들여다본다고 해놓고 박근혜 정부와 해수부의 관계가 아닌, 문재인 후보부터 겨냥했다는 점도 부적절하다. SBS가 기본적인 저널리즘 원칙마저 어긴 최악의 보도를 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신속한 후속 조치와 관계자 징계, 그러나…
보도가 나온 직후 거센 파문이 일었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고 민주당 측도 반발했다. SBS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도를 삭제했고 다음날인 3일 ‘8뉴스’에서 보도본부장인 김성준 앵커가 직접 사과하며 오보임을 인정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민주당 외압에 의한 기사 삭제 의혹’도 사실이 아니며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도 곧바로 이어졌다. 5일, 언론학자와 언론단체 관계자,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회, SBS 기자협회가 주축이 된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18일 최종 보고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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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5/2)

 

그러나 SBS가 밝힌 오보의 경위는 명쾌하지 못했다. 3일 김성준 앵커가 밝힌 입장과 18일 최종 보고서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은 ‘게이트키핑이 부실했다’는 것인데 석연치 않은 점이 남아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이현식 뉴스제작1부장이 “인양 고의 지연 의혹…다음 달 본격 조사”였던 본래 기사 제목을 “차기 정권과 거래?…인양 지연 의혹 조사”으로 바꿨고, 초고에 있던 선체조사위원회의 조사 부분은 축약하면서 대신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 녹취를 나눠 배치해 초고에 없던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는 거래를 후보 측에 시도했음을 암시하는 발언도 합니다”라는 문장을 추가했다. 이는 진상조사위가 꾸려지기 전 언론노조 SBS본부가 “제목도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경”됐고 “초고 때 담겼던 박근혜 정권 시절 인양 지연과 눈치 보기를 지적하는 문장과 인터뷰가 데스킹 과정에서 통째로 삭제됐”다고 밝혔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단지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밝힌 점만 다르다. 정승민 보도국장과 고철종 뉴스제작부국장,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편집회의 이후 기사를 확인하지 않았고 취재 당사자인 조을선 기자를 비롯한 여러 기자들의 문제제기도 묵살했다는 책임을 지게 됐다. 결국 유력 대선 주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해수부와의 거래’라는 매머드급 의혹을 담은 단독보도임에도 3명의 주요 보도 책임자가 전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의미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조을선 기자는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기사가 편집됐는데도 태연히 리포팅을 했고 이현식 뉴스제작1부장이 도대체 어떤 의도와 이유로 보도를 ‘난도질’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보도책임자들은 감봉 및 직위해제의 징계를 받았고 특히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보도본부장직은 물론, ‘8뉴스’ 앵커직도 내려놓게 됐다. SBS가 신속한 후속 조치와 책임자 처벌로 사태를 진화한 점은 눈에 띄지만 최악의 오보가 나온 이유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 할 수 있다. 

 

오보로 끝나지 않았던 후폭풍, 악용하는 정치권
SBS의 이 오보는 단순히 SBS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던 경쟁정당들은 앞 다투어 이 보도를 빌미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SBS가 오보임을 인정했지만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국민의당은 3일, SBS 보도를 뒷받침할 근거가 있다며 오거돈 문재인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의 토론회 녹취록을 공개했다. 4월 17일 부산일보사에서 있었던 해양수산부 정책 토론회에서 오 위원장이 실제로 차관 신설과 해경 편입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녹취에서 그런 발언은 없었고 단지 박근혜 정부에서 위축된 해수부의 기능을 보강‧회복하겠다는 취지였다. 심지어 오 위원장 발언은 4월 토론회 당시 보도가 됐지만 그때는 국민의당을 비롯해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국민의당의 이 공세는 주목 받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SBS가 민주당의 외압에 의해 해당 보도를 삭제했다는 공세를 폈다. 집권한 것처럼 언론을 탄압한다는 식의 논리이다. 이미 3일, 김성준 전 보도본부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경욱 대변인 등 자유한국당 캠프 관계자들은 SBS를 항의 방문했다가 언론노조 SBS본부의 거센 항의에 직면하기도 했다. 

 

소모적 정쟁 부추기는 방송사들, TV조선은 ‘악의적 프레임’까지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다른 방송사들의 태도 역시 ‘점입가경’이었다. KBS‧MBC‧TV조선은 SBS가 바로 잡은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고 ‘민주당-국민의당 진실공방’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사태를 보도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사례는 TV조선에서 나왔다. TV조선은 SBS 보도를 빌미로 ‘세월호 참사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있다’는 악의적 프레임을 만들어냈다. TV조선 <“SBS, 세월호 분열 文 책임 빠뜨려”>(5/4 강상구 기자)는 “세월호가 정치적으로 오염된 데는 당시 여당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책임도 있다”는 한상진 교수의 주장을 집중 조명했다. 한 교수는 SBS가 4월 14일 ‘궁금한 이야기 Y’라는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특집 코너를 편성해 자신을 인터뷰했으나 “세월호를 이념 공방 대상으로 전락시킨 책임 소재에 관해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책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SBS가 문재인 후보의 눈치를 많이 본 것은 아닐까 느꼈다”고 주장했다. TV조선은 이를 그대로 받아쓴 것인데,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SBS 외압’이라는 자유한국당 주장을 사실일 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또한 TV조선은 한 교수의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의뢰 기관과 조사 기간, 표본의 크기만 적시해 표본오차와 질문 내용 등 기본적인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 TV조선이 보도하지 않은 여론조사의 질문 내용은 황당한 수준이다. 일단 여론조사 자체가 한 교수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중민재단에서 질문지를 구성했고 그 질문은 편파적이다. 한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이념 공방의 대상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조직이나 기관은 이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선택지는 “여당, 야당,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유가족협의회”만 제시했다. 세월호 참사를 ‘정권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특별조사위원회를 ‘세금 도둑’으로 몰았던 박근혜 정부를 쏙 빼고 ‘유가족’을 책임자 중 하나로 넣은 것이다. 이런 함량 미달의 여론조사를 SBS가 방송하지 않았다면서 ‘문재인 후보 눈치를 본다’고 주장한 한상진 교수나,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며 허위 의혹을 부추긴 TV조선 모두 비판을 면키 어렵다. 

 

모든 사태의 발단은 SBS, 신뢰 회복 가능할까
정치권과 TV조선이 SBS의 오보를 악용하며 선거 막판 판세를 진흙탕으로 몰고 갔으나 여론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는 17%라는 큰 격차로 당선됐고 당선 직후 세월호 참사 재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났다고 SBS가 야기한 ‘보도 참사’의 책임도 무마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과 TV조선의 태도가 부적절하다 해도 거기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SBS의 오보이다. 함량 미달, 근거 부족, 보도 윤리 위반 등 언론이 범할 수 있는 모든 오류가 단 1건에 집약된 SBS의 오보는 대선과 관련 없이 언론의 사회적 책무 및 저널리즘이라는 본질적 차원에서 낙제점이었다. 또한 SBS의 진상조사는 오보의 핵심적인 의문을 풀어주지 않았는데 이는 사실상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단지 책임자를 처벌하고 보도국 조직을 재편하는 것만으로 재발 방지가 담보되지는 않는다. 이미 5개월 전 SBS는 보도국 조직을 개편한 상태였다. SBS가 더 명확한 해명과 구체적인 대책 마련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신뢰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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