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운동협의회와 <말>지 (2)
등록 2014.09.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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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운동사]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민주언론운동협의회와 <말>지 (2)





언론기본법의 시대



'말' 창간호 압수와 인쇄인 연행을 규탄한다!


본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시사평론지 창간호 “말-민주․민족․민중언론을 향한 디딤돌”의 재판본 1,500여 권이 6월 28일 서울남부지청 황선택 검사 신청, 서울남부지원 이종찬 판사의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에 의해 압수되고 이를 인쇄한 영등포 선일 인쇄소 사장 오구선 여사가 연행 조사를 받고 있다.


(중략)


더욱이 경찰은 반언론자유적인 현행 언론․출판관계법에 비추어 본다 하더라도 이 시사평론지가 등록된 출판사(도서출판 공동체)를 발행처를 하고 문공부에 납본까지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인쇄 의뢰에 의해 생계를 위해 돈을 받고 제작에 응하고 있던 인쇄인만을 연행해 갔다. 경찰이나 검찰 혹은 법원이 나름으로 이 책의 내용 중에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을 발견했다면, 먼저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은 당연히 그 발행인이나 편집인이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발행인이나 편집인에 대해서는 하등 문의조차 없는 상태에서 인쇄인만 괴롭히고 있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인쇄인은 결코 정보원이나 사찰경찰이 아니다. 그들은 인쇄 의뢰인을 위해서 성실하게 의뢰품을 제작 납품하여 그들의 영업을 번창시킴으로서 자신들의 생계를 꾸려감은 물론 사회의 경제활동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신시대 이래 정치 권력당국은 모든 시민들에게 생업보다는 밀고를 더 중시하라고 강요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정치보복을 감행함으로써 이 사회를 더할 나위 없는 불신사회로 만들고 있다. 


본 협의회는 정치권력의 반민주적 정치폭력, 국민들에 대한 분열과 비인간화를 규탄하면서 그 무수한 사례 중의 하나가 이번과 같은 사건임을 지적하고 다음과 같이 우리의 주장을 밝힌다.


1. 당국은 압수 수색해 간 ‘말’을 즉각 되돌려 줘야 한다.

2. 경찰은 연행해 간 인쇄인 오구선 여사를 즉각 석방하고 그동안의 인권유린에 대해 깊이 사과하라.


본 협의회의 이와 같은 최소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가능한 모든 사회적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1985. 6. 29

민주언론운동협의회



1985년 6월 29일에 언협이 발표한 성명서를 보면 당시 신군부 독재정권이 <말>지와 언협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말>지는 창간호뿐 아니라 이후 발간된 것들까지도 수시로 압수당했고 언협 간부들은 툭하면 경찰서로 끌려가 괴로운 일을 당해야 했다. 


“<말>지가 딱 나오면 경찰이 편집인만 잡아갔어요. 그리고 즉결처분에 넘겼죠. 창간호 나오고 나서 제가 잡혀갔는데, 이거 누가 썼냐 편집은 누가 했냐 묻기에 다 내가 했다고 했죠. (웃음) 그러면 즉결에서 무조건 구류 29일을 때리는 거예요. 근데 일반재판을 청구하면 10일 동안만 갇힌 뒤에 재판을 받았는데, 10일 살고 나와도 재판 오라는 말이 없었어요. 아마 경찰들도 골치가 아팠던 모양이에요. (웃음) 그렇게 구류를 다녀오니까 송건호 선생님이 나보고, 그렇게 혼자 계속 구류 살고 오면 고달파서 일은 언제 하느냐, 다른 사람과 번갈아 가며 다녀와라, 하셨죠. 그래서 두 번째로 구류 살러 간 게 신홍범이었고. 그 뒤로는 <말>지가 나올 때마다 아예 순번을 짜서 구류를 살았어요. 신홍범, 최장학, 김태홍 이런 순서였죠.” (성유보 언협 전 사무국장)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1980년 ‘언론인 대학살’을 저지른 이후 언론을 완전히 손아귀에 틀어쥐기 위해 만든 ‘언론기본법’ 때문이었다. 언론기본법은 겉으로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보호’한다는 그럴 듯한 취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기간행물의 등록의무제’와 ‘문화공보부 장관의 발행정지 명령권 및 등록취소 권한’ 등 독소 조항이 포함된 악법이었다. 등록의무제를 통해 정기간행물은 사실상 ‘허가’를 받아야 발간할 수 있었고, 문공부 장관에게 발행정지와 등록취소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줌으로써 언론은 정권의 뜻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언론기본법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폐지되지만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내내 수많은 언론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그런 와중에 진정한 ‘민중의 소리’를 전하겠다고 나선 언협과 <말>지가 독재정권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