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_
6월 좋은보도 시상식 후기
"수사기록을 보면 다 드러난다"민주언론시민연합은 7월 25일 ‘2017년 6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시상식을 열었다. 민언련은 매달 신문, 방송, 온라인 부문의 좋은 보도를 선정 시상해왔다. 그런데 6월에는 신문과 방송 부문 선정작이 없었고, 온라인 부문에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민주당 도청의혹사건…KBS 전 보도국장 “우리가 한나라당에 줬다”>가 선정되었다.
뉴스타파는 2011년 발생한 KBS의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에 대해 당시 보도국장을 지낸 임창건 현 KBS 아트비전 감사의 “회의를 몰래 녹음한 행위는 있었던 것 같고, 이를 토대로 작성된 문건을 KBS관계자가 한선교 의원에게 준 것도 맞다”는 증언을 확보해 폭로했다. 특히 현 KBS 사장인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이 직접 개입되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시상식 이후에는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와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위원장,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이 함께 2011년 6월에 있었던 KBS의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해 파악하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6월의 좋은 온라인 보도로 선정된 <민주당 도청의혹사건…KBS 전 보도국장 “우리가 한나라당에 줬다”>를 보도한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왼쪽)와 이완기 상임대표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최경영 민언련에서 주는 상은 나에게 특별히 더 기쁘고 고맙다. KBS에 있을 때 <미디어포커스>를 만들면서 당시 중앙일보가 일제 전범 세지마 류조에 대해서 굉장히 찬양하는 칼럼을 썼던 사실을 칼럼이 인용한 책의 저자를 만나면서 고발했었는데, 그 때도 이런 상을 줬다. 게다가 22년 전 대학생 때 민언련 언론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나에게 민언련은 친정 같은 곳이다.
당시 사건이 너무 오래 전이다.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준다면?
최경영 당시에 수신료 인상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서 KBS 당시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본부장은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막바지 조율을 해서 민주당만 합의를 하면 전체 회의는 통과되는 것이 기정사실인 상황이었다. 상임위만 통과되면 이후에는 전체회의는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통과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6월 23일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민주당이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최고위원과 문방위원들이 회의를 했다. 그런데 당시 여당(한나라당) 출입 기자인 모 기자가 민주당 대표실 근처에 있던 게 CCTV에 잡혔고, 이 기자가 2시 즈음까지 거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본인은 잤다고 주장하는데 4시 즈음에 여당 반장인 한나라당 일진 기자는 국회에서 KBS로 이동했고, 이 날 한나라당의 모 의원이 7시 즈음부터 KBS 정치부 기자들과 회식을 했다. 그 사이에 위치추적을 해 보니 KBS 고위 간부가 광명으로 가서 전재희 의원(당시 문방위원장)과 통화도 하고 같은 기지국 안에 있었다고 밝혀졌다. 회의가 시작한 10시부터 회식을 끝낸 9시까지라고 하면 한 11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는데, 그 사이에 어떤 조율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고 그 다음날인 24일 국회에서 한선교 의원은 녹취록이라고 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밖으로는 자신들과 수신료 인상을 말하면서 안으로는 딴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한선교 의원 본인은 이렇듯 민주당은 믿을 수 없으니, 빨리 이 사안을 상임위에서 표결로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인데, 이 발언은 도청으로 주목을 받으며 일파만파로 커졌다.
취재 에피소드는?
최경영 취재를 하면서 이강덕 당시 정치부장과 임창건 보도국장과 30분 넘게 통화를 했다. 이강덕 정치부장과의 통화는 정말 모든 것을 부인하는 내용이기에, 역설적으로는 모든 것을 시인하는 내용이었다.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면서 정작 한나라당에 유리한 식으로는 진술을 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후배한테 이 정도 이야기한 것은 옛 정을 챙겨준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더라. 임창건 당시 보도국장과 통화는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엄청난 발언을 듣게 된 것이다. 복기해보면 내가 당시 전재희 문방위원장을 만난 사람이 당신 아니냐는 식으로 물었는데, 임 전 국장이 이를 부인하면서 변명을 하려다 본인이 알았던 내용을 말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발언 이후에 본인은 못내 발언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금 뉴스타파를 통해서 밝혀진 내용을 KBS 내부에선 이미 대략 다 짐작하고 있었나?
성재호 사건이 터진 시점부터 지금까지 KBS 보도국에 있는 기자들 대부분은 이 사건이 KBS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실제 2011년 6월 당시에 동아일보를 비롯해서 몇몇 언론이 KBS 기자가 도청했고 이에 대해 녹취록까지 작성했다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으면 소송을 많이 하는 KBS가 정작 이 사건에 대한 보도는 소송을 하나도 안했다는 것이다.
지금 임창건 당시 보도국장 얘기가 나왔는데, 이 분이 자리에 있으면서 했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아직 주장이지만 주도적으로 개입했던 사람은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이다.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당시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서 사실상 기자들을 동원해 가며 진두지휘를 했다. 사실 도청보다 더 중요한건 녹취록 유출이 더 큰 사안이다. 이건 사실 정치에 아예 개입을 한 사건이다. 솔직히 기자들이 몰래몰래 녹음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렇다고 도청한 행위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배경에서 움직인 것을 주목해야 한다. 공범들이 다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보도가 KBS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서 감사하다.
왜 고대영 사장이 최고 연루자라고 생각하는지 그 정황을 이야기 해 달라.
최경영 일단 지금 저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정치부장은 자기 부서 일이지만 관여하려 하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도국장은 매일 뉴스에 신경 쓰느라고 대외 업무와 관련한 회의를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신료 인상과 관련된 얘기는 대외업무, 즉 로비인데 이 모든 것은 보도본부장이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기자들이 동원되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많이는 아니고 몇 명 수준이고 보도국장도 중요한 사람 있으면 나갔다는 진술이 나왔다. 만나서 설득을 했다는 건 보도국장이 스스로의 힘을 이용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보도와 경영이 명백히 분리되어야 하는 원칙을 어긴 심각한 문제이다. 당시 문방위의 전재희 상임위원장도 정치부 기자들 뿐 만 아니라 KBS의 온갖 사람들이 와서 자기를 괴롭혔다고 증언한 바 있다. 고대영 보도본부장이 깊숙하게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은 너무 많다.
성재호 그나저나 이강덕 정치부장이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하는데, 왜 모르겠나. 자기 부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다 의심받고 있는데. 사실 요즘 KBS 간부 사이에서 유행하는 태도가 무능이다. 자신은 정파적이지도 편파적이지도 않고 불법도 저지르지 않는다. 내가 잘못한 것은 그저 무능했을 뿐이라는 식이다. 내가 보기엔 이른바 ‘적폐세력’들이 최근엔 전략적 무능을 처세술로 택한 것 같다.
6월의 좋은 온라인 보도 시상식을 마친 후 이어진 토크쇼에 참여한 최경영 기자, 김언경 사무처장(가운데),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고대영 본부장이 당시 핸드폰과 노트북을 분실했다는 기자에게 다음날 직접 핸드폰을 줬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KBS 기자는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보도본부장이 직접 새로 해주는가?
성재호 그때 기자가 핸드폰으로 녹취를 했고, 그 녹음을 노트북으로 옮겨서 녹취록을 만들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자는 이날 공교롭게 술을 먹고 다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그 다음날 보도본부장이 직접 새로 지급해줬다. 보도본부장은 그 밑에 본사에만 5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있고 지역까지 치면 7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있다. 보도본부장은 그 많은 기자들의 인사권을 갖고 지휘하는 엄청난 위치에 있다. 그런 그가 핸드폰 잃어버린 기자에게 새롭게 핸드폰을 해준다는 것은 결단코 흔한 일이 아니다.
꼭 이야기 하고 싶은 건 KBS의 전략 방향이다. 결국 KBS의 수신료 인상 전략이란 것이 미방위가 열리면 카메라 몇 대씩 갖다 놓는 식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야당 의원들 압박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다. 수신료는 국민들이 내고 있는데, KBS는 국민들은 무시한 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정치권에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간 것이다. 어느 도의원이 국민들을 레밍에 비유해서 물의를 일으켰는데, 지금 KBS 수뇌부가 갖고 있는 생각이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무시하고 윽박지르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상을 드리는 입장에서 이 보도가 나간 뒤, 임창건 KBS 전 보도국장 뉴스타파 보도가 많은 부분이 왜곡돼있다고 주장했다. 하도 강하게 주장해서 선정할 때 사실 부담이 되었기도 했는데, 지금 현재 KBS나 임창건 전 국장의 공식 반응은 어땠는가?
최경영 사실 이번 기사는 고대영 사장을 타깃으로 삼은 보도인데 아직까지 KBS 회사의 명의로 뭐라고 한 적이 없다. 다만 중대한 발언을 한 임창건 전 보도국장은 보도가 나간 뒤 강하게 반응했다. 전화로 이런 저런 사정을 했지만 들어주지 않자 사내 게시판에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썼다고 한다. 결국 임창건 전 국장은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도 했다. 뉴스타파를 보도된 임 국장 발언은 첫째, 도청을 시인했고, 둘째, 녹취록을 봤으며, 셋째, 이를 건낸 사람도 KBS 사람이란 점이었다. 그런데 임 전 국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이 모든 것을 부인했고, 뉴스타파에서는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하나하나 서면으로 반박했다. 아쉬우면 소송하시라고 했는데, 이후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차라리 소송을 하면 진실을 가려볼텐데 반응은 없다.
성재호 그래서 우리가 고발을 했다. 피고발인은 지목되었던 모 기자, 김인규 당시 KBS 사장,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 임창건 당시 보도국장, 이강덕 당시 정치부장 그리고 한선교 의원까지 총 6인이다.
당시 KBS 기자의 녹음 휴대폰을 민주당에게 맡겼을텐데 그 관계자는 누군지 밝혀졌나? 그리고 휴대폰과 노트북이 다 분실되었다고 했는데 이는 어디까지 찾았나?
최경영 민주당은 취재 결과 최고위원과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당시 회의실에 있었던 당직자는 3명이라고 한다. 이 3명은 아니라고 한다. 누군가 다른 당직자가 넣었을 것으로 추정할 순 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다음에 모 기자가 회의실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직접 회수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핸드폰과 노트북 역시 버렸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한강물에 빠트리는 식으로 파괴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제대로 수사를 했으면 배터리가 닳기 전까지 위치추적을 하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는데, 현재론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도 고발을 해서 재수사가 된 것이 정말 잘 한 거다. 수사기록을 보면 증거만 없을 뿐 사실이 확실히 드러난다. 특히 해당 기자가 위증을 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정황적으로는 도청이 확실하다. 다만 압수수색을 하지 못 해 직접 증거는 사라졌을 것이다.
성재호 제가 알고 있는 내용하고는 배치되는 것이 있다.(웃음) 민주당에선 조력자가 없었고 찾지 못했다고 한다. 민주당에 조력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KBS 수뇌부가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녹음기를 주면서 녹음해 달라 하는 것 자체가 도청이긴 하다.
자체적으로 KBS 기자협회에서 진상조사위를 꾸렸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기자협회의 진상조사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롭게 증언하거나 증거를 찾은 것도 아니고,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고 진실을 알고 있지만 계속 침묵했던 사람들의 구성원이 바뀐 것도 아닌데 어떤 계획으로 꾸린 것인가?
성재호 이번에 진상조사위를 꾸린 것은 KBS기자협회 맞고, 사실 노조 차원에서도 이미 조사를 했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조사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가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당시 당사자들을 다 만나서 읍소하는 것이다. 선후배 관계니깐 진실을 말해 달라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강제수사권이 있는 것은 아니니깐 따로 증거를 수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미완이어도 충분히 영향력은 있고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뉴스타파가 정권 교체 이후에 ‘언론 개혁’이란 주제로 다양한 보도를 냈다. KBS, MBC 문제가 시급하지만 뉴스타파 입장에선 다른 주제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계획이 있나?
최경영 기본적으로 KBS와 MBC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수신료를 받거나 재단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국민의 재산을 임차해서 쓰고 있다. 그래서 상업방송들이나 신문사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 또한 그 만큼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해서는 늘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언론 시장을 황폐화시키는 다른 주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고자 한다. 특히 언론들이 광고주의 팔을 비틀거나 정부 부처에 기생해서 은근히 광고를 따오거나 몰래 이념적 성향에 따라서 몰아주기를 한 정황이 파악된다. 이런 문제도 집중해서 보도하고자 한다.
6년 전의 일이고, 오래 된 일이라 모르시는 분도 있을텐데 뉴스타파가 다시 이 사건을 수면 위로 올려놓아 미제 사건으로 남지 않아 다행이다. 끈질기게 취재해 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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