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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은 언론, 언론개혁이 답이다
등록 2017.04.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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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중.jpg헌재는 2017년 3월 10일 만장일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정당한 법 논리와 절차에 따라 나온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시민들은 헌재 판결 이전에 불안해했다.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정치 현실과 권력구조가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20여 차례 걸친 촛불 집회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촛불 시민 혁명이라 불러 마땅하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정치적 고려의 결과인지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드디어 세월호가 올라왔다. 세월호를 조기 인양했다면 우리 사회가 겪었던 많은 혼란과 갈등이 줄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세월호가 올라온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23일 아침 세월호 인양을 중계하는 공영방송을 비롯한 제 방송 화면들을 보면서 맘이 편치만은 않았다. 인양 추진 실패와 정부의 폐쇄적 대응 그리고 인양추진 방식 변경 등 인양과 관련한 그동안의 과정과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는 현장 화면을 반복 설명하거나 정부 제공 정보만을 전달하는 방송사들의 모습에서 변하지 않은 언론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가족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그 동안 세월호에 뚫은 140여 개 이상의 천공에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KBS는 부력재를 삽입하고 잠수사 출입을 위해 구멍을 뚫었다는 정부의 설명을 그대로 옮길 뿐이다. 불가피했다는 정부의 변명을 대변하고자 했을까?

 

MBC에서는 김영석 해수부 장관이 인양을 자신했고 이제 드디어 이루어지고 있다며, 진행자가 ‘정부가 가족에게 믿음을 줬다는 게 다행’이라고 장군하면 출연자는 ‘믿어야지요. 우리 사회에 불신이 너무 팽배해 있다’며 멍군했다. 진행자나 출연자는 해수부가 이전까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도 않았고 현장 접근을 제한하는 등 폐쇄적으로 진행하면서 몇 번에 걸쳐 인양에 실패했음에도 책임은 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모양새다. 그나마 JTBC가 자막과 표로 인양방식 중도 변경으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점을 전달한 것을 다행스러워 해야 할까?

 

사실 그동안 인양 작업의 문제점은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를 통해서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명색이 공영방송인 KBS나 MBC는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청문회를 중계는커녕 기사로 한 건 정도만 다뤘을 뿐이다. 그 한 건도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 구조 중 겪은 충격으로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김동수 씨의 자해 소식 중심이었다. 세월호 보도 참사라 불렸던 언론의 속성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 탄핵 과정에서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연일 보도했던 언론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전 철옹성이라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치 풍향계에 민감한 ‘언론권력’ 조선일보는 이미 박근혜 정권의 실정이 지속하는 한 보수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하고 오랬동안 정권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과 TV조선의 최초 보도는 과거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것처럼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선일보의 권력 개편 시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정부 반격으로 조선일보가 움츠러들었다. 다행히도 그 순간 한겨레나 JTBC 등의 개입으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고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는 것이 좀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탄핵 소추 이후 탄핵 반대를 외치는 친박 성조기집회와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촛불 집회를 일대일로 대응시키면서 촛불 집회의 순수함이 사라졌다거나 초심을 잃었다고 시비를 붙는 수구 언론들의 행태는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수구 세력으로서는 박근혜 탄핵 이후 정권교체에 이어 촛불 시민들이 원하는 사회개혁까지 진행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사회개혁은 곧 그들의 기득권을 내놓으라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언론 개혁은 정말 중요하다. 촛불 시민들이 박근혜 국정농단에 분노해서 광장에 나왔지만, 그 촛불들은 광장에서 각성하고 성장했다. 대통령 탄핵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외쳤던 ‘헬조선’의 본질도 알게 됐다. 우리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해야 함을 알게 된 것이다.

 

너도나도 미래의 핵심이라며 서둘러 쫓아가자고 압박하는 4차 산업혁명은 노동을 배제함으로써 시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본 중심의 기존 사고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 그러나 수구 언론이나 이전 정권이 구축한 공영방송의 경영진은 국가의 위기를 앞에 두고도 종북 좌파 타령이나 하며 정파의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민언련은 언론개혁안을 만들었다.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왜곡되어 온 언론구조의 물꼬를 돌릴 수 있는 기폭제 구실은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정권 나팔수 노릇을 하면서 사실상 국정 농단의 부역자였던 부역 언론인 청산부터 정권의 대변자가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안도 제시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일선 언론인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취재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도 포함했다.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시민주권 강화방안도 들어 있다. 모바일 시대라 하지만 깊이 있는 기사를 제공할 신문과 뉴스 통신도 지금의 권력 지향적이거나 상업적 성격을 극복하고 언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더 나아가 최근 민주주의적 소통의 주요장치로 등장한 독립 미디어들이 더욱 깊이 있게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장치를 만들 것도 제안했다.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 주권자가 소통의 과정에 참여하는 숙의 민주주의를 이뤄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결국 제도적 기반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일정 부분 차기 정권과 국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지금 대선 정국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올바른 언론개혁안을 수용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시민의 몫이다.

 

김서중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