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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모니터위원회 선정 ‘좋은 드라마상’ 수상작 JTBC <청춘시대> 제작진 간담회 후기‘청춘을 조금은 위로한 것 같아 기쁘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JTBC <청춘시대>를 ‘좋은 드라마’로 선정했다. 지난 10월 6일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민언련 좋은 드라마 시상식’을 열었다. 드라마 <청춘시대>는 이 시대 청춘의 오늘을 그대로 그렸다. 청춘을 향한 훈계나 거짓 희망은 없었다. 가슴에 와 닿는 대사와 담담한 연출은 공감과 깊이를 더했다. 시상식에는 이태곤 감독과 박연선 작가가 참석했다. 제작진 간담회에서 이태곤 감독과 박연선 작가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Q: 수상소감을 말해달라
이태곤: <청춘시대>는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던 첫 마음을 구현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가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드라마같다. 나보다 늦게 태어난 분들에게 이 드라마가 위로가 되길 바랐는데, 조금은 위로를 한 것 같아 기쁘다.
박연선: 지금까지 드라마를 하면서 한 번도 순조로웠던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편성도 오락가락하고, 연출도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대중적인 드라마를 하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청률 상관없이 <청춘시대>는 주변 사람과 언론에 찬사를 많이 받았다. 그동안 드라마를 작품이라고 칭하는 것이 낯간지러웠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작품이라는 말에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았나, 하는 자만에 찬 평가를 해본다.
Q: 주인공들이 서로 도우며 어려움을 해결해 가는 자매애가 인상적이었다.
박연선: 많은 분이 자매애로 읽어서 사실 놀랐다. 쓰다 보니 여자 다섯 명의 이야기가 된 것이지 여자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여성문제를 다룬 드라마로 읽히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힘없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내가 너 힘든 거 알거든? 아픈 거 알아’ 이런 공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Q: 독특한 서브 타이틀 영상, 에피소드 마지막 인터뷰 배치 등 다른 드라마들과는 차별적인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이태곤: 서브 타이틀 영상은 대본에 있었다. ‘어떤 이미지들’이라는 문장과 특정 이미지들을 나열한 대본을 받았다. 공동연출을 맡은 김상호 PD가 머리를 싸매고 만들었다. 그리고 시놉시스에 등장인물 인터뷰가 있었다. 예를 들면 ‘유은재, 당신은 왜 소심합니까?’와 같은 질문이다. 읽어보니 재미있었다. 이 드라마는 심리를 그려야했다. 영상에 못 담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인터뷰를 에필로그로 넣기로 했다. 뜻밖에 호응이 좋았다.
박연선: 우리 드라마가 시놉시스로 정리하기 쉬운 이야기 구성이 아니었다. 그래서 각 캐릭터별로 인터뷰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내러티브가 약해서 내놓은 궁여지책이었다.(웃음)
왼쪽부터 <청춘시대>를 연출한 이태곤 PD, 김언경 사무처장, 극본을 쓴 박연선 작가
Q: 지원이 에피소드 에필로그에서 지원이가 극에 등장하지 않는 효진이라는 이름을 부른다. 혹시 못 담은 이야기가 있는가?
박연선: 원래 있었던 이야기 중 한 조각이다. 친한 친구라도 모든 비밀을 아는건 아니니까. “네가 주변 사람을 다 아니? 모르는게 더 많아”란 말을 하고 싶었다.
Q: 박연선 작가의 드라마에는 반복되는 장치가 있어 보인다. 11회에서 나온 납치도 반복되는 장치로 보인다. 약간 무리수라는 평도 있는데 넣었던 이유가 있는가
박연선: 15년 동안 드라마를 하면서 납치라는 장치는 두 번 밖에 안 했다. 일상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큰 사건이 나오는 설정이 무리라는 평에 답을 하면, 일상의 파괴는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일상이 깨질 때 드라마처럼 전조를 알리고 깨지지 않는다. 드라마처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어나고 나서야 일상이 무너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큰 사건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것이 나의 드라마 작법이다.
Q: 모두 애정이 가겠지만,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을 것 같다.
박연선: 사랑받지 못한 캐릭터에 가장 애착이 간다. 정예은이다.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하는 캐릭터는 레스토랑 매니저다. 누구도 ‘내가 매니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더라. 식당에서 조금만 불이익을 당해도 화내는 갑질, 모두 해보지 않았나. ‘나는 다른 사람에게 갑질 하지 않았나, 권력을 휘두를 입장이 되었을 때 그렇게 안 할 자신이 있나’를 묻고 싶었다.
이태곤: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정예은이다. 연출을 하다보면 캐릭터 중에서 욕을 먹는 경우가 있다. 정예은이라는 캐릭터가 그럴 위험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중에는 ‘우리 예은이’라는 댓글까지 볼 수 있어서 기뻤다.
Q: 전작인 <난폭한 로맨스>, <얼렁뚱땅 흥신소>에도 유은재라는 인물이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박연선: 대본을 쓸 때 주인공의 이름과 같은 고유명사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신경이 무척 쓰인다. 이름 정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 ‘돌려막기를 하자’는 생각으로 유은재, 박무열이라는 이름을 정했다. 유은성, 이은성으로 조금씩 바꾸기도 한다. 나에게만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 때문이다. 자음과 모음에서 오는 어감이 좋아서 정한 이름이다.
Q: 시즌2 계획이 있는가?
이태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연속성이 있어서 시즌2도 염두에 뒀다. 그런데 초반에 여러분들이 드라마를 안 봐주셨다(웃음). 초반 시청률이 좋지 않아 후반부에 시즌2의 여지를 닫았다. 후반에 반응이 좋아져서 시즌2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다섯 명의 비밀은 공개됐고 갈등도 해소되었다. 만약 <청춘시대 2>를 한다면 또 다른 장르이거나, 새로운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박연선: 시즌2를 해달라는 것은 다섯 인물의 이후 이야기라는 보고 싶은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어서가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쓰면 재미가 없다. 새로운 이야기를 하면 배반당했다는 생각이 들 거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다. 아마 안 할 가능성이 크다.
Q: 드라마를 만들 때 이것만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덕목이 있다면 말해달라
이태곤: 주제의식이 있는 드라마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드라마를 하고 싶다. 그리고 그저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만 쓰이는 드라마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생각 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박연선: 작가는 제작사와 방송사에 늘 선택받는 입장이다. 꼭 하고 싶은 드라마를 만들 수는 없다. 대중적인 드라마를 지향하며 쓰되 마지노선으로 삼는 것은 있다. ‘우리 가족이 봤을 때 창피한 드라마는 쓰지 말자’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