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20대 국회, KBS를 바로 세우자
등록 2016.06.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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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20대 국회, KBS를 바로 세우자

 

전영일(부이사장, KBS 이사)

 

 

KBS가 문화공보부 산하의 국영방송 체제에서 벗어나 공영방송 체제로 출범(1973.3.3. 한국방송공사 창립)한지 43년이 지났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KBS는 여전히 시청자를 위한 ‘공영방송’인지, 국가의 홍보 매체인 ‘국영방송’인지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는 보수정권 8년의 폭력적인 방송장악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87년 6월 민주항쟁 이전의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연간 약 6,200억 원의 수신료를 시청자들로부터 또박또박 거두어 가고 있다.


이런 KBS도 개인적으로 볼 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1998년~2008년)은 KBS 43년 역사의 최전성기라고 볼 수 있다. 노태우 정부의 방송장악에 맞서 36일간의 전국적인 제작거부로 저항했던 1990년 4월 KBS 방송민주화 대투쟁’이후에도 지속적인 방송민주화 투쟁으로 일정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던 노동조합과 상대적으로 민주적인 사장과의 공조로 KBS의 정치적 독립성은 꾸준히 확장되었다. 아울러 내부 민주주의의 확대로 자율성과 창의성이 만개하고,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 ·성역과 금기에 대한 도전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는 상승곡선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KBS 신뢰도를 보면 KBS의 극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KBS가 신뢰도 1위에 올라서기 시작한 시기는 2001년(박권상 사장 임기 1998년 4월 ~ 2003년 3월)이다. 그 후 2008년 정연주 사장(2003년 4월 ~2008년 8월)이 퇴진하기까지 KBS는 국내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영향력과 ‘신뢰도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에 의해 임기 도중의 정연주 사장이 퇴진한 뒤 잇달아 투입된 낙하산 사장들에 의해 KBS뉴스는 나빠졌으며 공공연한 문제가 되었던 사장의 뉴스 개입은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밝혀졌다.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나 다큐 프로그램들은 잇달아 폐지되었고 내부 자율성은 빠르게 붕괴되었다. 결국 2011년 연구기관의 전문가 여론조사에서 KBS의 신뢰성 4위는 기록하더니 2015년 조사에서 5위까지 추락하였다. 뿐만 아니라 KBS 뉴스9은 일반인 여론조사(2015.9 시사인 여론조사)에서 조차 신뢰도 1위를 종편인 jtbc에 자리를 내주었다.

 

세월호 보도와 이번 4.13 총선보도의 북풍몰이로 인해 KBS는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바닥에 추락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언론사이자 ‘국가기간 방송’이라 불리는 공영방송 KBS를 올바로 세우지 않고선, 이 나라 민주주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현재의 법과 제도 아래에서는 거의 독점적인 권한을 가진 KBS사장을 견제할 묘책이 거의 없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는 KBS를 올바로 세울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KBS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수신료 납부자를 제대로 대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다음 세 가지의 법·제도 개정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 첫째 : KBS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불균형한 구성(현재 이사 11인 중 여·야 7:4)을 개선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 여야가 선정한 8인(여야 각 4인)과 중간지대로  여야가 합의해 결정하는 3인의 이사회 구성을 제안한다. 또한 KBS 이사회 구성에 정당간의 나눠먹기를 막기 위해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공영방송 이사추천위원회’를 법제화하여 국회 내에 두어야 한다.


▲ 둘째: KBS 사장 추천시 특별다수제(NHK식)를 도입하여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2이상의 찬성(11명중 8명이상)으로 결정해야 한다. 특별다수제는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 조건의 생명인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이다.


▲ 셋째: 사장의 임기는 5년 단임”으로 하고 중간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막중한 임무를 가진 KBS사장에게 3년의 임기는 너무 짧다. KBS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역대 사장들은 자신의 연임을 위해 KBS를 망가트렸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임기를 보장하되, 임기 3년이 될 때 KBS 이사회의 동의를 거치고, 중간평가 (전 사원 평가 방식 등)를 실시하는 안전장치를 두어야 한다.

 

20대 국회의 야3당이 여당의 몽니를 이겨내고, 이런 최소한의 혁신만이라도 이뤄낼 수 있다면,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바로 세우는 역사적인 성과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