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_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시선을 거두지 않으면 진실은 밝혀진다”(2016.6.8)
5월 25일, 민언련 선정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이 열렸다. ‘2016년 4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는 한겨레 허재현, 서영지, 최현준 기자의 ‘좌익효수 무죄 판결’ 관련 보도가 선정되었다.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는 JTBC 강신후, 최수연, 백종훈 기자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보도가 수상했다. 시상식에는 한겨레 허재현 기자와 JTBC 강신후, 최수연 기자가 참석했다. 아래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한겨레 허재현 : 기쁘고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보도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를 더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수상 소감을 대신하겠다. 이번 좌익효수 판결 보도에는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제가 개인적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취재했다. 3년 전 중국에 가서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도 만났다. 당시 유가려 씨가 자신이 어쩔 수 없이 거짓말 할 수밖에 없었던 심문 과정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유가려 씨는 울면서 저한테 한국에 가면 그 사람 좀 꼭 잡아 달라, 자기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수사권도 없는 제가 잡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는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국에 돌아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좌익효수가 사실은 유가려 씨의 심문과정에 개입했던 국정원 직원임이 나중에 드러났다. 그리고 한 달 전, 서울중앙지법 출입기자로 보직 변경된 제 눈앞에서 ‘좌익효수’란 사람이 재판을 받고 유유히 풀려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너무 황당하고 안타까웠다. ‘망치부인’은 법원이 이렇게 이럴 수 있냐며 법원 앞에서 항의를 했는데, 나는 거기서 더 나아가 ‘이것이 과연 법원만이 문제인가’하는 의문을 가졌다. 법원에서는 검찰이 수사한 내용에 따라 처벌과 유무죄 여부를 판결하는 공간이라서 판사가 아무리 유죄라는 확신이 있어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재판부도 문제지만 검찰 수사를 더 취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판결문을 보니 예상했던 그대로, 검찰은 애초부터 좌익효수가 썼던 글들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 내용으로 담지도 않았음이 드러났다. 2심에서만큼은 이 사람의 죄가 낱낱이 드러나게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고, 유가려 씨와의 약속도 마음을 다잡게 했다. 이번 보도는 이런 사연에서 더 집요하게 추적했던 보도이다. 어떻게 보면 묻힐 뻔 한 보도인데, 이렇게 주의 깊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오늘도 집에 가서 받은 상을 사진으로 찍어 유가려 씨한테 보여줄 것이다. 그녀는 또 울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가려 씨는 힘을 얻을 것이다. 유가려 씨가 얼마 전에 결혼을 했는데 한국에 들어올 수가 없어 오빠한테 인사도 못했다. 한국 정부가 비자를 안 주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하다. 좌익효수 2심도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보도하겠다.
JTBC 강신후 : 두 번째 수상이다. 지난해 9월, 문화부 정치 검열 보도로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았다. 그때 간담회에서 왜 후속 취재를 더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았는데 그것 때문에 자극을 많이 받았고, 오늘 이 자리가 기다려졌다.(웃음) 특히 민언련은 너무 예리하게 보도를 보고 상을 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다. 감사하다. 의미가 있는 상이다. 오늘 간담회에서 나올 질문도 미리 예상하면서 왔다. 날카롭게 질문해주시길 바란다.
JTBC 최수연 : 개인적으로 4월 19일에 첫 보도를 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흠뻑 하나의 이슈에 온전히 젖을 수 있다는 것이 저로서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런 기사가 또 있을까 할 정도로 소중한 한 달이었다. 특히 강신후 선배에게 많은 걸 배웠다. 특히 강조하셨던 것이 ‘하드 팩트’의 힘은 강하다는 것이었다. 어버이연합 기사가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드 팩트’였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배운 건 ‘하드 팩트’로 단지 양적 팽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 팽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버이연합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가, 또 그 위에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 꼬리 물고 질적 팽창 해나가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손 내밀어주신 강신후 선배께 감사하다는 말하고 싶다.
Q. 유우성 씨의 경우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한 동안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는데, 기자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근황이 궁금하다.
한겨레 허재현 : 유우성 씨는 계속 재판을 받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났는데 그 이후 검찰이 이미 무혐의 종결 처리했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또 끄집어내서 다시 기소했다. 저는 보복성 조처라고 생각한다. 유 씨는 그 재판을 받으면서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탈북자 지위로 받았던 임대 아파트에서도 나가라는 통보가 왔다. 신혼살림을 차려서 잘 지내보려 하던 참이었는데 그런 상황에 놓였다. 다른 압박들도 있다. 일단 취직이 안 되고 있다. 여기저기 원서를 내는데 다 안 된다. 통일부 산하의 탈북자 지원 단체에서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결국 안 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진실을 말했다는 죄 아닌 죄로 몇 년 동안 계속 이런 상황이다. 안타깝다. (불쑥 강신후 기자를 바라보며) JTBC와 같은 방송사가 다큐멘터리를 해주시면 유 씨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음을 사람들도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당시 유가려 씨 관련 기사가 토요판 1면에 통째로 나온 적이 있다. 그것도 허재현 기자가 쓴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정원 합동심문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관련 기사였다. 그곳은 기사화가 잘 안 되는 공간인데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
한겨레 허재현 : 합동심문센터의 이름은 지금 바뀌어서 북한이탈주민인권보호센터다. 그곳은 여전히 폐쇄적이다.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탈북한 후 지금 거기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들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전혀 알려지고 있지 않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이후 생긴 제도적 변화가 인권감시관을 두는 것이었다. 한겨레 보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그것으로서 외부의 감시를 받게 한 것이다. 그런데 작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변호사가 인권감시관으로서 들어가긴 하는데 어떤 감시활동을 하는지 전혀 밝히질 않는다. 심지어 인권 감시 활동을 어느 부처에 보고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식당 종업원들의 경우 자발적으로 탈북했는지 여부가 여전히 의문대상이다. 일부는 속아서 잘못 왔다는 소문도 있고, 북송을 요구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문도 있다. 통일부는 이런 소문에 대해 물으면 전혀 답변하지 않는다. 조만간 그 부분도 문제제기를 해서 합동심문센터 폐쇄성을 다시 고발할 생각이다.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현재 민변이 행정소송을 들어갈 예정이다.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한 접견신청도 다 거절당했다. 마침 제가 법원 출입이라 그 부분도 기사를 준비 중이다.
△ 김동훈 언론노조수석부위원장, 한겨레 허재현 기자,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Q. 좌익효수 무죄 판결은 더 알려졌어야 하는데 조중동의 경우 이런 판결이 나왔다는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경우 논조는 달라도 보도는 했다. 그런데 유독 국정원이 걸린 문제에는 무섭게 침묵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겨레 허재현 : 어버이연합은 시민단체고 좌익효수는 일반 개인 아니라 국정원 직원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더 다루기가 불편했을 수도 있다. 신문에서 기사화하는 대상은 신문사마다 판단이 다르므로 나무랄 수 없지만 이 문제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 그래도 원했던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 검찰이 항소를 안할까봐 걱정이었는데 저희가 보도를 많이 하고 JTBC도 같이 해주면서 검찰이 항소를 했다. 2심 재판 때는 검찰이 어떻게 기소하고 증거를 어떻게 보강하는지 지켜볼 수 있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땐 조중동도 같이 보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타사 기자들도 문제의식은 다들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같이 출입하는 보수 언론의 기자들도 신문사들의 말도 안 되는 구조를 비판한다. 소속사와 관계없이 기자들 개개인은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정윤호 사태도 동아일보가 집요하게 추적해서 지금까지 왔다.
Q. 좌익효수라는 국정원 직원이 쓴 글을 보면 정말 저주에 가깝다. 통념적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용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분이 고위 공무원이다. 나이도 꽤 있다. 상상력을 동원하자면 아마 아이도 있을 것이고 가정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민주화인사 고문기술자로 악명이 높은 이근안이 생각난다. 좌익효수, 그 분의 정체가 궁금하다.
한겨레 허재현 : 접견 때 차폐막 때문에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악인들을 보면 의외로 평범하고 매너가 좋은 경우가 많다. 이근안 씨와도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얘기해보면 평범한 사람이다. 좌익효수 그 분도 그렇지 않을까 예상한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사회학 용어가 있다. 한나 아렌트라는 학자가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인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을 보면서 쓴 책에서 나온다. 끔찍한 짓을 한 악인도 알고 보면 평범한 생각을 하고 있고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악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분들이 왜 그랬을까, 정말 악으로 가득 찬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무서운 신념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저들은 그게 옳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제가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과도 친분이 있는데 한 마디로 ‘좋은 사람’이다. 결국 신념이 문제다. 자신의 행동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힘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좌익효수, 추선희 총장, 이근안 씨 모두 자신의 행위가 애국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단순히 범죄를 저질러서 이익을 얻자는 것이 아니라 사명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개인을 미워하는 걸 넘어서야 한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저는 JTBC가 좋은 보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어버이연합만을 보지 않고 그 이면을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그들을 그렇게 일탈하도록 부추긴, 숨어있는 거대한 권력을 보여줬다. 그들을 추적하고 고발해야 한다. 저 역시, 좌익효수 개인의 죄도 있지만 그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과 검찰 뒤의 또 다른 권력, 그걸 보고자 한다.
Q. JTBC가 계속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파고 들었지만 검찰의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계속 밝혀도 수사가 따라와야 기사도 더 나오는데 멈춰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JTBC 강신후 : 보도는 계좌에서부터 시작됐다. 계좌를 입수한 것도 참 운이 좋았다. 계좌와 관련해 한 가지 좀 답답했던 점이 있다. 어버이연합 내부에서 탈북자 단체끼리 갈등 끝에 폭로전이 발생했고 어버이연합 측은 그로 인해 갈등 당사자가 JTBC에 계좌를 제보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실제로 그 갈등 때문에 이 문제가 터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매체들도 이런 식으로 보도를 했다. 하지만 계좌는 갈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쪽에서 나왔다. 추가적인 계좌 역시 전혀 관련이 없는 곳에서 입수했다. 갈등으로 인해 이 문제가 터졌다는 식으로 알려진 부분이 답답했다.
이번 보도는 ‘기사가 기자를 찾아 온 경우’였다. 계좌를 운 좋게 얻어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했다. 국회에서 액션이 나와서 이미 밝혀진 계좌 외의 돈이 흘러 들어간 경로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게 전혀 안 되고 있어서 매우 답답하다. 결국 국회에서 국정조사 한 다음에 특검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이런 상황이라 검찰 수사에는 별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2주전에 추 총장이 저를 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중앙지검에는 전경련 고발 건도 걸려 있으니 거기서 대질심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부르지를 않는다. 같은 사건이니 결국엔 병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버이연합의 배후도 더 캐고 싶은데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니 계속 답답한 상황이다. 검찰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20대 국회가 이제 돌아가니 얘기가 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JTBC 강신후‧최수연 기자
Q. 보도 화면에 나오는 강신후 기자를 보면 조금 어리숙해 보이기도 한다. 유명한 어버이연합 기자회견장면에서도 강 기자는 마치 ‘나는 왜 여기 있지?’라며 놀란 표정이었다. 그건 설정인가?(웃음)
JTBC 강신후 : 민언련은 정말 제대로 꼼꼼하게 보신다. 그게 제 무기이다.(웃음) 사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냥 저의 그런 모습으로 인해 상대방이 긴장을 푸는 것 같다. 취재현장에서 다른 기자들은 통제를 당하는데 어쩌다보니 저만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저의 어리바리함이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버이연합 기자회견 때는 놀란 것이 아니라 경직된 상황이었다. 기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강신후 기자가 이상한 보도를 해서”라며 제 이름만 6~7번이나 부르며 호통 치는 상황이었다. 정말 도망가고 싶었지만 도망가면 또 기사에 자신이 없다고 여길까봐 도망가지도 못 하고 안절부절 했다. 그 얼굴이 딱 카메라에 잡혔던 거다.(웃음)
Q. JTBC가 어버이연합과 관련해서 정말 많은 단독 보도를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보도는?
JTBC 강신후 : 결국은 계좌다. 기사를 가장 많이 냈다. 계좌 내역을 보고 출금한 현금 인출기를 봤더니 모두 어버이연합 사무실 근처였다.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 국정원과 통일부 얘기를 했다. 계좌 관련 보도가 이어지는 과정은 정말 드라마 같았다. 사실 저희가 처음에는 계좌를 두 장 밖에 입수하지 못했다. 첫 단독보도가 계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두 장만 보도한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걸 다 보도한 것이다. 두 장의 계좌를 보면서 저희도 ‘와 전경련이 찍혀있네’하면서 놀랐고 그걸 보도했다. 거기서 처음 나온 1억 2천만 원의 지원금이 터졌다. 그러다가 당연히 앞장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버이연합 쪽에서는 이런 상황을 모르고 1억 2천만원만 해명하고 무마시키면 잠잠해 질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4월 22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1억 2천을 노인복지 급식 하는데 썼다고 금액을 맞춰 해명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날 저희가 앞장을 입수해서 또 보도를 했다. 결국 1억 2천만 원 외에 훨씬 더 많은 돈이 흘러 들어왔음이 드러났고 결국 어버이연합 기자회견은 다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결국 추 총장은 잠적했다. 이건 정말 운이 좋은 것이었다.
Q. 추 총장이 기자회견 날 JTBC에서 인터뷰도 했는데 그것도 정말 흥미로웠다.
JTBC 최수연 : 제가 그때 인터뷰를 받아 적고 있었는데 ‘청와대 지시가 아니라 협의를 했다’는 말을 듣고 내가 들은 게 맞나 의심하기도 했다.
JTBC 강신후 : 너무 놀라서 추선희 총장은 정말로 청와대와 관련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겨레 허재현 : 저도 그 인터뷰를 봤는데 자신이 한말이 가진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와 협의를 했다고 순수하게 밝혔던 건 그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는 어버이연합에 대한 인정욕구가 강하다. 자발적인 단체라는 것을 중요시 한다. 그들의 반공 신념, 우리사회의 위기에 대해 신념은 대단하다. 그러니 돈 받고 나왔다고 하면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청와대와 협의했다는 것은 결국 우리는 지시에 따르는 단체가 아니다, 협의는 해도 수동적인 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다만 그 발언이 얼마나 큰 파장을 줄 것인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Q. 어버이연합과 청와대 사이의 커넥션은 보도가 잘 안 되고 있다.
JTBC 강신후 : 그 부분은 정말 어렵다. 어버이연합이 권력기관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3년 전에도 거론됐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서영교 의원이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에게 질의했었다. 국정원이 지원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황교안 장관이 ‘그거 의원님이 얘기해서 수사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했다. 그때부터 어버이연합에서 쓰는 돈이 다 어디서 나오나 궁금했다. 지난해 4월에도 <오마이뉴스>가 어버이연합이 알바비 2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정황을 보도했다. 여기서도 돈을 누가 지원하는지는 안 나왔다. 그걸 궁금해 했고 결국 보도했다. 하지만 역시 그 위가 문제다. 수사로도 쉽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 같다. 꿈에서 누가 계시해줬으면 좋겠다.(웃음)
Q. 그래도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힘들이 어느 정도 눈에 보이게 되지 않았나 싶다.
JTBC 최수연 :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과정을 취재하면서 제가 절실하게 느낀 것이 역시 역사는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저희에게 계좌가 있고 저는 그걸 역추적하는 역할을 맡았다. 계좌 내역이 시작되는 2012년부터 모든 이슈를 펼쳐보고 그 이슈와 함께 당시 전경련은 뭘 했는지 알아보고 국정원의 활동도 주시했다. 그러면서 각각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현재의 전경련, 청와대, 국정원만 보다보니 연결점이 나오지 않았지만 역추적을 하니 나왔다. 2012년 국정원 심리전단 관련 자료도 다 찾아보고 거기서 나온 인물들과 전경련 관련 인물을 모두 크로스체킹 했다. 여기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이승철 전경련 전 부회장이 매년 만난다는 사실, 이종명 전 차장이 사단장으로 근무했던 12사단 을지부대가 전경련의 자매부대라는 사실이 역사 속에서 드러났다. 저도 많이 놀랐다. 역사의 중요성을 느꼈다. 계좌를 역사를 통해서 봤기 때문에 입금 내역과 입금 때마다 벌어진 어버이연합의 시위가 관련이 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한겨레 허재현 : 지금까지 그랬듯이 열심히 하겠다. 이번에 법조 기자가 돼서 법률 관련 기사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어떤 판사가 어떤 판결했다는 스트레이트가 대부분인 법 관련 기사를 어떻게 하면 스토리텔링으로 풀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지금은 또 큰 게이트가 터져서 탐정 생활을 하고 있다. 기사 하나 나오기까지 기자들이 길바닥에서 고생하는지 그 수고로움을 알고 이렇게 격려해주시니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
JTBC 강신후 :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된 진실을 찾기 위해 계속 감시하겠다. 저는 제가 밝히지 못 해도 어디서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겠다. 다른 좋은 기사들 발굴해서 세상이 좋게 변하게 노력하겠다. 기자 11년차인데 감사하게도 이 직업에 후회를 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적이 없다. 기자들이 세상에 질문 던지고 답을 찾고 그런 일을 한다. 그런 일을 하면서 이런 상이 때로는 큰 격려가 되고 채찍도 된다. 왜 취재를 더 안 하냐고 하신다.(웃음) 고무적이다. 그런 게 활력이 된다.
JTBC 최수연 : 저는 아직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언론중재위도 가야하고 고소도 당하면서 냉온탕을 오갔다. 이번 기사를 통해 관심을 가지고 계속 시선을 두면 결국 기사와 보도가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도 어버이연합과 지지고 볶으며 끝까지 갈 것 같다. 끊임없이 눈길을 두면서 잘못을 저지르는지 지켜보겠다. 큰 상 주셔서 감사하다. 더 겸손하게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