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는 게 당연한 내 권리"
안건모 회원·작은책 발행인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지난 3월에 나온 책이다. 부제가 ‘생태적 전환과 해방을 위한 기본소득’이라고 나와 있다.
책 제목만 보더라도 요즘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 “뭐 내용은 뻔하구나” 하실 분도 계시겠다. 혹시 모르는 분을 위해서 정리하자면 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 노동을 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면 사람들 반응은 대개 이렇다. ‘아니, 좋은 건 알아. 모든 이들이 똑같이 한 40만 원씩만 주면 얼마나 좋아. 주부들이나 취업 못한 젊은이들이나 귀농해서 돈 안 되는 농사짓는 분들이 그거라도 받으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이 따위 정부가 우리가 요구한다고 해서 들어주나? 그리고 일도 안 하는데 돈을 받겠다는 논리가 있을까? 또 정부가 그만한 재원은 어디서 충당하지?’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아주 쉽게, 단번에 풀어 준다.
이 책에 여는 글에는 ‘엉뚱하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연봉 이야기부터 나온다. 이건희 연봉은 0원이란다. 그런데 이건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에서 배당받는 돈만 해도 2014년 기준으로 1년에 1,758억 원이다. 저자는 국민도 이건희처럼 ‘배당’ 같은 것을 받을 수 없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무슨 자격으로? ‘국민’, ‘주민’, ‘유권자’ 자격이다. 이런 지위로 ‘배당’을 받는다고?
저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토지를 든다. 토지는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을 개인이나 기업이 사유화한 것들이 많다. 토지는 사람이 노동을 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 왕래가 많고 지하철이 가깝고 기반 시설이 잘 돼 있으면, 땅 값이 비싸다. 그런 땅에서 나오는 수익을 특정한 개인이나 기업이 다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명동의 땅값이 비싼 것은 명동의 땅 주인이 만든 게 아닌 것이다. 비싼 토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정부의 정책으로 상업적 ‘중심지’가 되거나 주거단지로 개발된 곳이다. 그것을 토지 소유주가 모두 가져간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런 곳에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당연히 나눠 가져야 한다. 자기가 한 노동으로 번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공유재는 땅뿐이 아니다. ‘금융시스템, 인터넷, 방송주파수’도 사회 공통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물도 있다. 산에서 나는 물을 받아다가 물통에 넣어 팔아 그 이익을 회사 사장이 다 가져간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이건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과 다름없다. 골프장에서 물을 뽑아 쓰면 그 둘레에 있는 농토는 물이 부족하다. 농민은 그 물을 다른 데서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골프장에서 버는 돈은 농민한테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땅을 망쳐 농민을 죽인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있을까? 스위스는 2013년에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 국민발의를 했다. 성인 국민 모두에게 우리 돈으로 한 달 297만 원을 지급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결국 2016년 11월 1인당 월 280만 원 기본소득제 법안을 국민투표에 붙이기로 했단다. 시행하는 건 시간문제다. 핀란드는 어떤가. 성인 1인당 다달이 100만 원 가량을 기본소득으로 주는 법안을 제출해 2016년 11월 경 시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여기도 통과하는 건 시간문제다.
기본소득을 오래 전부터 시행한 곳이 있다. 알래스카다. 미국 변방인 알래스카 주 정부는 유전에서 석유를 발견해 횡재를 했다. 1976년 알래스카 주는 주 헌법을 개정해 알래스카 영구 기금을 설치했다. 그리고 1982년부터 6개월 이상 알래스카에 거주한 모든 사람에게 나이와 거주 기간에 무관하게 영구 기금으로부터 해마다 공평하게 배당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공동의 자원인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의 일부를 주정부가 환수해 기금을 만들고, 주민 모두에게 기금 운용수익을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저자는 이게 당연한 이치라고 말한다. 땅속에 있는 석유는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운용수익이 적은 해는 주민들에게도 적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수익이 많은 해는 많이 돌아간다.
이 책은 한티재출판사에서 <팸플릿 시리즈>라는 기획으로 나온 두 번째 책이다.(첫 번째 책은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이다. 140쪽밖에 안 되는 아주 얇고 판형이 작은 책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든 이유는 코트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얇고 작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내용도 없다. 저자가 “이 책을 읽다 보면, 돈을 받는 게 당연한 내 권리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이다. 역시 좋은 책은 쉽게 써야 한다. 가지고 다니면서 몇 번 읽고 기본소득, 또는 시민배당에 관한 논리를 달달 외우고 전파해야겠다. 이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시민이 90퍼센트가 되면 아무리 사악한 정부라도 시행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