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아파트 게임> 아파트게임, 쫓겨나는 청년(2015 8월호)
등록 2015.09.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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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아파트 게임』 

아파트 게임, 쫓겨나는 청년

 

조현준 회원

 

 

 


이 책은 지난 40여 년간, 한국 부동산 시장과 그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는 본인의 나이인 현재 50대 초,중반의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들을 중심으로 그 윗세대와 아래세대들이 변화하는 부동산과 역사의 흐름에서 어떻게 부의 열차에 탑승하는지,  또 그 열차에 타지 못한 이들이 어떻게 추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70~80년대는 그런 시대였다. 열심히 월급 받아서 몇 년 모아 적절한 신도시 또는, 끝없이 지어지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내 집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집을 살 수 있는 시대였다. 그리고 그렇게 지어진 아파트들은 고도성장을 통해 축적된 사회적 부를 시세 차익의 형태로 그 소유자들에게 분배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돈이 돈을 먹는’ 시스템을 구축해 낸 것이다.


우리 집도 그러했다. 책에 나오는 픽션의 화자처럼 시세차익을 통한 큰 이익은 못 봤지만, 외할머니는 분양을 받아 아파트 하나를 장만하셨다. 평생에 재산 하나를 남기신 것을 자랑스러워 하셨다. 비록 단 한 번도, 눈을 감으실 때까지 그 집에 들어가 살진 못하셨지만.


이렇게 대부분의 서민이상, 중산층이하의 한국인들에게 아파트는 재산의 전부이다. 집은 더 이상 사는(live) 곳이 아니라 사는(buy) 곳일 뿐이다. 아파트는 빈곤층에 있어서는 선망의 대상이자, 중산층에게 있어서는 건드려서 안 될 성역이 되었다. 종부세가 논의되자 그들이 보여준 격렬한 저항은 정권을 뒤집을 정도였다. 게임의 승리자는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었던 투기꾼들, 불법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단 정치인들, 재벌들이었다. 왜냐하면 아파트 게임은 고도성장과 경제 규모의 팽창을 동력원으로 삼은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돈을 먹는 이 ‘아파트 게임’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시세차익에서 생겨나는 과실을 얻어먹지 못한 채, 더욱 뼈만 앙상해져갔다. ‘아파트 게임’의 혜택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보장하는 그 어떤 복지 제도의 혜택보다 뛰어났고, 사실상 노후의 삶을 국가를 대신해 책임지고 있었기에 그들을 지켜줄 방패는 아무것도 없었다. 게임의 위험성을 염려해 뛰어들지 못한 사람, 시작점을 저울질하다 늦게 탑승한 사람, 그리고 시작조차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차례로 낙오자가 되거나, 하우스푸어, 렌트푸어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건설회사와 토지개발업자들이 고용한 용역깡패들에 의해 변두리로 더 변두리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쟁 직후,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던 서울의 변두리 고지대 토지들은 90년대부터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서울로 불러들인 이들은 다시 필요에 의해 변방으로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인 ‘주거권’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보장된 적이 없다.

 

이제 사다리는 치워졌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고 저임금 고분양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분양권이란 복권을 통해 마련할 수 있었던 ‘내 집 마련의 꿈’, ‘중산층 진입의 희망’은 여실히 깨졌다. 그리고 내집 마련에 실패한 나의세대, 우리의 세대는 모든 것을 포기해버렸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관심 없다. 지금 청년세대에게 최적화 된, 가장 보편적인 주거형태는 ‘집’이 아닌 ‘방’ 일 뿐이다.

 

나는 1년전부터 청년 주거권을 이야기하는 ‘민달팽이 유니온’ 이라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당사자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사실 부족할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간단하다. 그 어느 것보다 높게 올려진 ‘부동산’ 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은 단단한 콘크리트가 아닌,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모래로 채워졌고 그 아래에는 나와 같은 세대의 청년들이 힘겹게 떠받치고 있다. 이들에게 과도하게 주어진 주거비 부담은, 점차 ‘미래’를 꿈 꿀 수 없는 사회를 만든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기숙사’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며, 설사 들어갈지라도 이미 여러 학교들의 기숙사는 민간의 자본에 잠식되어 더 많은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학주변을 비롯한 서울의 자취방 평균비용은 흔히 이야기하는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40만원, 50만원부터 시작하기 일쑤이고. 이것을 지불하지 못하는 이들은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지하로, 고시원으로, 옥탑으로 밀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위한 주거비 지원, 공공임대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2012년 기준 1인가구가 포함된 ‘소득 1분위 전체-도시-청년 임차가구’의 경우, 소득 대비 임차료 비율(보증금 포함)이 49.3%에 달했다. 소득 1분위의 저소득 청년 임차가구는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사회’를 구성할 힘조차 잃게 만든다. 그저 ‘자본’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도시’만 존재할 뿐이다.

 

결국 돌고 돌아 ‘사회의 복원’이다. 나의 주변을 돌아보고 내 이웃을 이야기하고,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받을 곳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사회. 일하는 사람들이 일한만큼 임금을 보장받고, 과도한 주거비용으로 고통 받지 않고, 더 이상 투기와 같은 ‘돈놀이’ 로 격차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를 꿈꾼다. 그리고 이러한 꿈들은 단순히 ‘청년’ 과 ‘그 이후세대’ 라고 하는 세대갈등, 세대담론으로 풀이되지 않는다. 청년의 ‘미래’, 중년의 ‘노후’, 노년의 ‘현재’ 가 보장되는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시작과 발판을 우리 ‘청년’ 들이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많이 응원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