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인사] “화 좀 낼 줄 아는 회원님들, 반갑습니다”(2015 8월호)
등록 2015.09.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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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좀 낼 줄 아는 회원님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4월 언론학교 수강을 계기로 신문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은아 회원입니다. 짧게나마 방송·언론사에서 인턴으로 기자로 일해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언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하나의 스펙이나 직장 개념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언론인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그 첫 걸음은 ‘진짜 시민’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언론인이 지당 갖춰야 할 비판적 사고와 관점을 담은 시각은 대학 졸업 후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을 한 뒤에야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25년간 내 몫의 요리와 빨래 노동을 감내하신 어머니 노고에 숙연해질 겨를도 없이, 한달 치 지출과 직결된 월세와 공과금에 수 많은 의문과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TV가 없어도 따로 해지하지 않는 이상 자동 청구되는 TV수신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자 수신료 인상안의 합리성을 따져보게 됐고, 겨우내 난방 대신 히트텍을 껴 입은 보람도 없이 헉 소리 나게 나온 가스요금에 인상안 면면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으며,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동네 재개발 계획에 집주인과 계약서를 거듭 고쳐야 하는 불편에 화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1인 여성가구로 분류되기 시작하면서 전엔 몰랐던 이토록 불꽃 같은 감정, ‘화(火)’와 친숙해졌습니다. 그제서야 역시 세상에 화난 이들의 성토가 들려왔고 그 즈음 우연히 민언련을 만났습니다.


3년 전 저는 종종 프리랜서 통역가로 일하며 ‘분쟁지역’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외신들을 데리고 연평도, 백령도, 판문점 등을 오갔습니다. 그들을 이 멀리 대한민국까지 걸음 한 것은 북한, 대형교회, 병역의무, 언론의 자유 탄압과 관련된 꽤나 한정된 주제 덕분이었습니다. 늘 등장하는 비슷비슷한 취재원 레퍼토리가 지겨워지면서 뉴스 비즈니스에서 선택 받지 못한 또 다른 분쟁지역의 일상과 움직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얀마, 동티모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대표적인 분쟁 지역에 대한 내용을 찾아 읽던 중 독일학자의 책 <누가 무장단체를 만드는가>에서 ‘번역자 이유경’을 알게 됐습니다. 민언련에서 9년 동안 간사로 활동하다 국제 분쟁 전문 기자로 활약하는 이유경 기자의 촘촘한 블로그를 읽으면서,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단체에 관심이 더해갔습니다.


때마침 88기언론학교 모집 배너를 보고 냉큼 신청했고 화 좀 낼 줄 아는 시민들을 조우했음에 감사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시인 김수영도 1965년 어느 날 고궁 근처에서 맛대가리 없는 설렁탕을 먹고 나오며 만만한 여주인에게 욕지거리를 해댄 자신의 옹졸함을 노래했습니다. 나는 왜, 또 언제까지 이발쟁이와 야경꾼에게는 푼돈 때문에 화를 내면서 구청직원과 동회직원에게는 구시렁대고만 있을지 불안해져서 여기까지 찾아 오게 됐나 봅니다. 올바른 시민만이 올바른 언론을 알아보고 추구한다고 믿습니다. 아직은 키보드 앞에서, 택시 뒷 자리에서 중얼대는 찌질한 시민이지만 민언련과 함께 제대로 화내는 법을 배워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