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의료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나영명)
등록 2015.07.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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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시민사회| 메르스 사태와 공공의료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의료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메르스 사태는 대한민국 의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명에서 끝났어야 할 메르스 확진 환자수는 7월 17일 현재 186명으로 늘어났고, 사망자수는 36명을 기록하고 있다. 수많은 국민들이 메르스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무너졌으며,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의료선진국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의 국가방역망은 여지없이 뚫려버렸고, 최고 일류병원을 자랑하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됨으로써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호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 참사에 이은 메르스 참사였다.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료가 치료에서는 세계적 수준일지 모르지만, 예방과 방역에서는 낙제점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단지 질병을 치료하거나 사고로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라, 질병과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망을 튼튼하게 구축하며, 환자들을 치료하여 건강하게 사회복귀하도록 하는 것이  보건의료 본연의 임무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료는 ‘치료 위주의 의료’에서 벗어나 예방, 방역, 건강관리, 만성질환관리, 치료, 재활, 사회복귀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보건의료’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의료, 예방과 방역에서는 낙제점‘종합적인 보건의료’로 발전해야…
예방과 치료, 재활과 사회복귀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보건의료체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확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너무 취약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공공병상 비율이 평균 75.1%이고, 의료상업화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조차 24.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9.5%밖에 되지 않는다.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료기관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메르스와 같은 국가적 의료재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공공의료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9.5% 수준의 공공의료조차도 국가적 의료재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  공공병원은 메르스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음압시설이나 에크모, N95 마스크, 방호복 같은 장비와 물품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전문검역관이나 감염병 전문의, 감염병 전문 간호인력은 턱없이 부족했으며, 의료진들은 감염병치료를 위한 교육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공공병원조차도 수익성 추구에 내몰려 우수한 시설과 장비, 인력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공공의료 확충하고 적극 지원해야
최고 일류를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에 정식 음압격리병상 하나 없고,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와 환자들을 자체적으로 치료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킨 사례는 공공의료를 외면한 채 수익성 경쟁으로 치닫는 한국의료가 메르스와 같은 국가적 의료재난사태 대응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9.5% 밖에 되지 않는 공공의료를 최소한 35% 수준으로 확충하고, 공공병원이 우수한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있게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의료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모습이다. 


한편, 메르스 사태는 병원내 감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었다. 환자를 치료해야 할 병원이 오히려 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감염에 취약한 응급실 구조를 개선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1인 감염병실을 확대하며,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가족이 간호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처럼 병원이 전문적인 간병서비스를 완전히 책임지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병원인력에 비해 1/2~1/3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 병원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왜냐하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전문성과 숙련성을 갖춘 인력은 곧 환자안전이고 의료서비스의 질이기 때문이다.  
 
해외관광과 국제교류가 활성화되고 기후변화, 유전자 조작 등으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위험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메르스 대응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방역체계를 구축하고, 공공보건의료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중요한 건 돈이다. 정부가 수익성을 잣대로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는 메르스와 같은 의료대재앙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예방의료에 대한 투자,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쓸데 없는 낭비’나 ‘값비싼 비용’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가장 경제적인 투자’, ‘가장 값싼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의료를 돈벌이 시장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을 국가의 기본책무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