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이야기]
민언련 인턴을 마치며
김미정 인턴
“그럼 15일부터 미정이 사무처로 출근하는 걸로 할게.” 저녁을 먹다가 받은 전화기 속으로 나는 들어갈 뻔했다. 전화기를 쥔 채, 혼자서 연신 인사를 하고 저녁밥을 먹는 내내 빙긋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5개월간의 민언련 인턴 생활을 마치는 지금, 나는 다시 전화를 받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이 새롭다.
2012년 처음 민언련에 왔을 때, 나는 79기 언론학교 수강생이었다. 언론과 정치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언론학교의 강사진들이 연예인이고 슈퍼스타였다. 그런 언론학교 강의가 끝나고 나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모임 신문분과로 들어갔고, 정 많은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민언련의 서른 살까지 같이 맞이하게 됐다. 정말이지 신입회원 인사를 쓰고, 사진 안 찍겠다고 투정부리면서 지내온 게 엊그제 같은데 민언련에서 인턴까지 하고 있는 내가 신기할 때가 많다.
인턴으로 출근하는 첫날, 업무 관련 메뉴얼을 받은 나는 이 많은 모니터 대상들을 정리할 수 있을까, 내가 보고서 초안을 쓸 수 있을까 라는 고민 속에 허우적댔다. 그래도 난 밀려드는 모니터에 듣기 싫었던 종편 뉴스와 신문기사 스크랩도 컴퓨터를 노려보며 하고, 점심도 먹고, 짬짬이 잡무도 도와 드리곤 했다. 이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연말 민언련의 가장 큰 행사 30주년 기념식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12월이 되었다.
사무처의 모든 손이 서른 살이 된 민언련을 기념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자원봉사를 하러 오신 회원분들과 초대장도 발송하고, 전화도 돌렸다. 사무처의 간사님들은 매일 밤낮없이 야근하시면서 민언련의 3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셨다. 우편물을 보내고, 약사 정리를 도와드리면서 이 많은 회원들이 민언련과 함께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벌써 30년이 된 거였구나, 내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었구나. 3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감사하기도, 뿌듯하기도 했다.
민언련 인턴활동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그간 해왔던 신문분과 활동이다. 첫 신문분과 모임 때 조영수 처장님과 처음 만났고, 분과회의 때엔 한마디도 못했던 내가 기억이 난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문 읽는 법도 알고, 언론운동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차츰 모임에서 말수도 늘었고, 뒤풀이까지 이어지는 신문분과 모임은 지금까지 즐겁다. 신문을 읽는 법도 알게 된 요즘은 민언련의 인턴생활이 좋은 경험이었고 공부였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학교 휴학 후, 결정된 민언련 인턴. 시작할 때도 설레었는데 마칠 때도 설레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상한 이유는 인턴이 끝난 뒤에도 민언련의 회원으로, 분과원으로 활동하며 사무처의 간사님들을 계속 볼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때도 여전히 도와주러 오시는 회원분들과 언론운동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실 간사님들을 생각하니, 내 주위 사람들에게 민언련을 알리는 방법만이 도와 드리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비타민음료도 잊지 말고 챙겨 와야지.
30주년을 맞이하고 2015년 새해에도 새롭게 뛰어갈 민언련, 내가 서른 살이 될 때까지의 모습이 기대되는 민언련. 고맙고 또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