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인사]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 나갈 우리의 일, 민언련
박진만 회원
집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트위터를 열었을 때, 제 눈에 들어왔던 것은 민언련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글이었습니다. 이런 우연이 있은 지 한 달이 지난 오늘, 이렇게 신입회원 인사말을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참 재미있네요.
'민언련 30주년 기념식'으로 맺은 민언련과의 인연
처음에는 그저 잡무나 돕자는 생각으로 민언련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30주년 행사가 마침 대학생들 기말고사 기간이니까, 시간 많은 휴학생이 가서 도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사무처 분들 모두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낯선 곳의 문을 처음 두드린 날부터 시작해서 기념식 행사를 준비한 나흘 동안 저를 마치 원래 민언련 식구였던 것처럼 대해주셨고, 맛있는 밥도 많이 사주셨습니다. 제가 도와드린 일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계속 고맙다고 말씀하셔서 오히려 제가 몸 둘 바를 몰랐었죠.
12월 18일에 있었던 창립 30주년 기념식은 저에게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서슬 퍼런 언론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펜 하나로 맞서 싸우신 언론계 대선배들이 이제는 백발신사가 되어 포토존에 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제가 가야 할 길을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피가 다시 끓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죠.
민언련 명찰을 단 언론의 감시자가 되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학내 언론의 무의미함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치언론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뜻이 맞는 학우들과 모여 매일 뜨거운 토론을 하며 방향성을 설정하고, 아이템을 수집하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비록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활동은 얼마 가지 못 하고 끝나버렸습니다. 시간이 몇 년 흐르는 동안 장래희망도 여러 번 바뀌게 되었고 그 사이 저는 그저 학교만 열심히 다니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요. 갈 길 잃고 휘청거리던 저를 다시 돌아보게 한 것이 바로 민언련과의 만남입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말하면 제 인생을 결정할 사건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창립 30주년 행사에서 가슴 벅찬 기분을 느끼고, 뒤풀이 자리에서 많은 좋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니, 저도 어느새 민언련의 일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있어서 민언련은 일을 ‘도와드리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나갈 ‘우리의’ 일이 된 것이죠.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감시가 필수적입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려면 그들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할 사람이 또 필요하겠죠. 이제부터 저는 민언련 명찰을 단 아주 귀찮은 잔소리꾼이 되어, 언론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그리고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길을 걷도록 이바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