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후 국민들이 할 일
주제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정책기획팀장
지난 11월 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그동안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힘을 모아 온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은 기뻐할 수 없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 동시에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진행될 수 있어야 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법은 미완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세월호 유가족과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한 시민들이 함께 서명을 받고, 길을 걷고, 곡기를 끊고, 절을 하며 간절히 염원했던 결과라는 점에서 결코 이 특별법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함께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현재진행형인만큼 진실과 안전을 향한 길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고, 진실을 찾는 여정을 중단하면 또 다른 참사가 우리 앞에 다가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완이지만 이 특별법에 근거해서 진상규명의 첫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것이다.
<경향신문> 12월 15일자 31면 스크랩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한 새누리당의 4.16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추천
그런데 11월 말 새누리당이 4·16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5명을 추천하였는데 하나같이 진상조사를 위해 추천한 것인지, 진상조사를 막기 위해 추천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다. 먼저 상임위원으로 추천된 조대환 변호사는 국회에서 선출된다면 특별조사위원회의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되어 위원회의 사무를 총괄하게 되는데, 박근혜대통령 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또한 박근혜대통령의 후보시절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다.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조대환 변호사는 삼성특별검사팀 특별검사보로 활동하던 2008년 그가 대표로 있던 로펌(하우림)이 삼성 계열사들의 사건을 지속적으로 수임해온 로펌(렉스)과 합병하였다. 이는 특검보로서의 공적 책임을 저버리고 변호사 직업윤리에 반하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이로 인해 특검보 사퇴 요구를 받은 바 있다. 또한 비상임위원으로 추천된 고영주 변호사는 방송문화진흥원 감사로 지난 6월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 등 MBC 보도에 대한 이진숙 보도본부장의 해명을 요구하는 방문진 이사회 자리에서 “해경이 79명을 구조했는데 (MBC보도에서는)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 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느냐”, “선박 회사에 비판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정부를 왜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등 정부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던 인물이다. 한편, 고영주 변호사는 전두환 독재시절 대표적인 공안조작사건인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인물이다.
비상임위원으로 추천된 차기환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극우사이트 ‘일베’의 게시물을 퍼나르고, 세월호 유가족의 세월호특별법 제정 관련 요구를 강력하게 반대한 인사이다. 추천된 또 한사람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7.30 재보궐 선거 당시 출마를 선언하고, 새누리당 부산 해운대 기장갑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황전원씨는 새누리당으로 2014년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했고,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박근혜 후보 공보특보를 역임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의 당원일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특별법 제4조에 보면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독립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은 극우 인사들을 추천한 것은 정부의 구조적 실패와 부실 대응, 청와대와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조사를 방해하겠다는 작심을 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감독하지 않으면 세월호 특별법을 통한 진상규명의 첫발을 내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 제정만큼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진상 규명 과정
내년 1월 1일 이면 세월호 특별법이 시행된다. 어쩌면 특별법 제정만큼 특별법을 통한 진상규명 과제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이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유가족이 추천한 이석태 변호사(전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지속되고 끝까지 진상규명의 의지를 놓치지 않는다면 여러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분들을 약속지킴이로 모시고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해 나갈 것이다. 여러분도 함께 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 약속지킴이 가입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sewolho416.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