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LTE 뉴스’ 강성범 앵커가 지상파 뉴스 앵커보다 유명한 까닭은?
등록 2015.01.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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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으로 | 방송7사 저녁종합뉴스와 뉴스타파의 앵커 비교

‘LTE 뉴스’ 강성범 앵커가 지상파 뉴스 앵커보다 유명한 까닭은?



양슬기 방송모니터위원회 회원


지상파 3사와 보도전문채널 이외에도 종편이 방송뉴스를 시작하고 뉴스타파와 국민TV 등 독립 언론매체가 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이전보다 많은 뉴스 앵커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며 뉴스 전달자 역할에 충실하기도 하고, 본인의 개성을 살리거나, 소신 있는 앵커멘트를 하며 뉴스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리포트 기사를 유도하는 앵커멘트에서는 앵커의 성향이 많이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지만, 클로징 멘트에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 시청자는 앵커의 소신 있는 ‘의견 멘트’에 통쾌함을 느끼면서 강한 지지를 보내기도 하고 앵커와 뉴스의 이미지를 동일시하기도 한다. 어쨌든 앵커는 뉴스 시청자의 즉각적인 반응은 물론 시청률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최근 지상파 3사와 YTN, 종편 3사의 저녁종합뉴스 앵커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크게 무미건조한 유형과 연극배우 같은 오버페이스 유형, 그리고 ‘촌철살인형 앵커’ 유형으로 나누어졌다. 


KBS·MBC·YTN·채널A, 무미건조함, 그것이 공정성일까? 


MBC <뉴스데스크>의 최영철, 이현주 앵커, KBS <뉴스9> 황상무, 김민정 앵커, YTN <뉴스나이트> 함형건, 이진주 앵커, 채널A <종합뉴스> 박상규, 김설혜 앵커는 전형적인 뉴스 전달자 혹은 진행자 스타일이다. 보도 내용의 경중과 상관없이 최소한의 제스처와 단순하게 리포트의 리드 문장을 그대로 활용한 앵커 멘트를 사용하며, 클로징 멘트도 크게 개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마치 그 무미건조함이 공정함인 것처럼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좋은 앵커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들 방송사의 뉴스에서는 뉴스의 가치를 제대로 짚어주고 전달하기보다는 모든 뉴스를 똑같이 취급하고 똑같이 전달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TV조선 최희준 앵커, 전달력은 높지만 뉴스 가치를 왜곡시키는 문제 있어 


▲ TV조선 뉴스쇼 판 최희준 앵커
ⓒ TV조선

반면 TV조선 <뉴스쇼 판> 최희준 앵커는 옆집 아저씨와 같은 편안한 스타일로 뉴스를 진행한다. 보도내용을 말하다가 웃기도 한다. 시청자들에게 웃음 포인트를 알려주기 위한 ‘반 발 빠른’ 진행 방식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뉴스 매체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특유의 과장된 몸짓 언어도 특징이다. 그러나 농담을 던지거나 비꼬는 듯한 앵커의 진행 태도는 사안의 중요성을 희석시키거나, 비하한다는 인상을 준다. 민언련이 뉴스쇼 판 <선처 기다리는 기업인 누가 있나>(9/24)에서 최희준 앵커가 “물론 잘못하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잘못한 만큼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고 더 기여를 못하면 다시 구속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라고 앵커멘트를 한 것에 대해 ‘한마디로 기업인 사면 좀 해주자고 시청자에게 수작을 부리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반면 노년층에게는 최희준 앵커의 진행이 보도내용에 대한 선명한 설명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촌철살인형’ 앵커의 지존,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


▲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
ⓒ 뉴스타파

언론계 독립군 뉴스타파의 레지스탕스 최승호 앵커는 촌철살인형 멘트로 가장 뛰어난 앵커로 분류되었다. MBC 시사교양국의 호황기를 이끈 <피디수첩>의 히어로 최승호 전 피디는 2012년 MBC 장기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그 해 6월 해직되었고, 이후 KBS·MBC·YTN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대안 언론매체 <뉴스타파>에서 앵커로 재기했다. 최승호 앵커는 <뉴스타파>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문 탐사보도 매체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그의 진행 스타일은 <피디수첩> 당시와 다르지 않다. 느릿느릿한 말투와 낮은 억양, 지나치게 진지한 표정으로 현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리턴’과 관련해서 최승호 앵커는 “노동자를 부속품 정도로 취급하는 한국의 후진적인 기업문화의 작은 예”라고 일갈했다. 이어 동일선상에서 자사 AS센터와 공장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을 공개하지 않는 삼성을 비판했고, ‘기업이 살아야 국민이 산다’는 한국 정부의 잘못된 가치관이 이러한 기업문화를 태동하고 유지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는 이슈가 된 사안만을 논하지 않는다. 유사한 사례를 같이 전하며 해당내용이 되풀이 되는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비판한다. <뉴스타파>가 탐사보도의 독립군이라 불리며 3년 만에 대안매체의 주역이 된 이유다. 최승호 앵커의 거침없는 비판과 종종 드러나는 감정표현이 비판받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그의 말과 펜 끝은 언제나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있다. 


종편마저 뚫고 나온 송곳, JTBC 손석희 앵커


▲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
ⓒ JTBC

가장 존경하는 혹은 닮고 싶은 언론인 부동의 1위 손석희는 JTBC 보도부문 사장에 머무르지 않고, 메인 뉴스 앵커로 전면 등장했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팽목항에 방문해 5일간 똑같은 복장으로 뉴스를 진행했다. ‘게이트 키핑의 최고 책임자’ 유형인 손석희 앵커는 <뉴스쇼 룸>에서는 ‘앵커 브리핑’이라는 코너를 통해 쟁점 사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견해도 ‘앵커 브리핑’ 코너에서 밝혔다. 손석희 앵커는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조 전 부사장을 2분 31초 동안 비판했다. 그가 공정하고 냉정하며 날카로운 언론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종편에서조차 그 날카로움이 통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날카로워 보이나 다소 ‘무딘 칼날’, SBS 김성준 앵커


▲ SBS 8뉴스 김성준 앵커
ⓒ SBS

SBS 김성준 앵커와 JTBC 손석희 앵커,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는 같은 듯 다른 뉴스 진행태도를 보인다. 이에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일명 ‘땅콩 리턴’사건이 보도된 12월 8일과 9일자 앵커 멘트를 기준으로 각 앵커별 특징을 분석해봤다. 


SBS <8뉴스> 김성준 앵커는 클로징 멘트와 SNS를 통해 쟁점사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깔끔하게’ 표현한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훌륭한 앵커의 덕목은 자제력”이라고 이야기 한 만큼 경직된 자세로 뉴스를 진행하지만 클로징에선 직설적으로 말한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리턴’과 관련해서는 뉴스 말미에 “우리나라 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가 오너 리스크라고 하는데 맞는 말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SBS <8뉴스>가 보도하는 내용들은 사실 김성준 앵커의 클로징 멘트만큼 무게감 있고 비판적 내용으로 구성되어있지는 않다. 때문에 보도내용과 앵커 클로징 멘트 사이의 넓고 깊은 괴리가 아쉽게 느껴진다.   


초강력 앵커멘트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심층적인 보도 그 자체


▲ SBS 웃찾사 LTE뉴스
ⓒ SBS

한편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속 정치 풍자 코너 ‘LTE뉴스’에서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태를 보도했다. 강성범 앵커의 ‘의견멘트’를 보자. “이 사무장이 잘못한 건?”, “땅콩봉지를 까지 않은 점”, “더 잘못한 것은?” “서비스매뉴얼을 못 외운 점”, “하지만 가장 잘못한 것은?” “아버지가 재벌이 아닌 점”, “아무리 경영진이라도요. 출발한 비행기를 후진시킬 수 있는 경우는 자가용 항공기일 경우랍니다. 뒤에 타고 있던 소중한 승객 250명은 짐짝으로 보였나보죠?”라고 말했다. 역시 가장 매력적인 앵커의 ‘의견멘트’는 국민의 관점에서 쟁점사항을 짚어주면서 적절히 비판하고 분석하는 멘트인가 보다. 


그러나 결국 앵커의 ‘의견멘트’나 전달 태도는 보도내용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한 방식일 뿐이다. 앵커가 쟁점 현안에 대해 촌철살인의 멋진 ‘의견멘트’를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보도내용이다. 보도 자체는 수박겉핥기에 의제 왜곡 보도로 넘치면서, 앵커의 클로징 멘트만 강하게 하는 것으로 공정함을 가장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