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토달기] 무리한 대북전단지 살포 문제점은 외면하고 반공논리만 주장
등록 2015.01.0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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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경기도 연천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우익단체들이 북한을 향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북측은 대북전단을 담은 기구에 고사총 사격을 가했고, 남측도 기관총으로 대응사격을 했다. 박근혜 정권 들어 처음으로 발생한 육상 무력충돌이었다. 다행히 몇 차례 총격전으로 끝났지만 최악의 경우 국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대북전단 살포는 현재의 악화된 남북관계를 상징한다. 관련한 언론의 보도는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관점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신문모니터위원회는 그 관점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북한의 대응사격만 나쁘다는 조선‧동아, 여전한 반북 대결주의 논리 


일부 언론은 남북 긴장과 위법성이 다분한 전단 살포에 대해선 눈 감으면서, 북한의 대응사격은 ‘도발’이란 표현을 쓰며 강력히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NLL 이어 기관총 도발, 北의 관계 개선 약속 거짓이었나>(10/11)에서, 북한을 향해 “말로는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군사 도발을 서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사설은 반면 전단을 살포해 충돌 원인을 제공한 단체들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이틀 뒤 <[사설]對北 전단 살포가 ‘南南 갈등’ 불씨 되지 않도록 해야>(조선일보 10/13)에서 대북전단 살포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사설은 상당수 탈북자들이 전단을 통해 ‘김씨 왕조의 허구’와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처음 접했다며, 북한의 위협이 두려워 ‘김씨 왕조의 폭압’ 아래 놓인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할 순 없다고 설파한다. 


비난을 넘어 ‘강력한 응징’을 요구하는 내용도 보였다. 동아일보는 <[사설]‘김정은 위기說’ 속 北의 연천 총격 도발, 확실히 응징하라>(10/11)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을 규탄한 뒤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기 위해 우리 군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남측이 북한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사격을 했다면서 “어제 수준의 대응으로 북한이 우리 측을 시험하거나 도발하려는 의지를 접을지 의심”스럽다며, 더욱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주문한다. 


한겨레‧경향신문‧중앙일보‧한국일보는 전단 살포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행위로서, 당장 정부 차원에서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한겨레는 <[사설]남북 군사회담, 꾸준히 이견 좁혀가야>(10/16)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대화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중앙일보다. 한 묶음으로 ‘조중동’ 소리를 듣던 중앙일보 <[사설]위험천만한 대북전단 살포, 자제해야 한다>(10/27)에서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 받는 상황을 강조하며 전단 살포를 “뜯어말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차별성을 보였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요구도 ‘남남갈등’의 일환?


10월 25일, 우익단체들은 파주 임진각에서 재차 전단 살포를 시도하려 했다. 이에 파주 지역 주민들과 일부 진보단체 회원 200여 명이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우익단체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의 충돌이 있었다. 이에 조선‧동아는 ‘북한이 의도한 남남갈등’이라고 왜곡했다. 동아일보는 <北 으름장에 쪼개진 南... 정부는 엉거주춤>(10/27, 김정안, 윤완준)에서 대놓고 “‘남남갈등’을 노린 북한의 의도에 말려든 한국 사회 갈등의 현주소가 그대로 투영”됐다고 주장했고, 조선일보 <北 위협에... 대북전단 南南 충돌>(10/27, 권상은, 양승식) 또한 북한이 ‘남쪽 내부 갈등’을 부추긴다고 표현했다. 시시때때로 접경지역에서 전단을 날려 남북 간 갈등을 부추기는 우익단체들에 대한 주민들의 당연한 대응을 ‘남남갈등 요소’로 몰고 간 것이다.  


반면 한겨레‧경향‧중앙‧한국은 전단 살포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는 위기의식과 생존권 문제를 짚었지만 몇몇 기사나 사설을 통해 원론적으로 언급하는 정도였을 뿐, 연천‧파주‧김포 등 접경지역 주민들이 받는 위협과 심경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기사는 찾기 힘들었다. <대북전단이 한반도에 살포한 ‘한랭전선’>(한겨레 11/4, 최현준)에서 파주에 사는 81세의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여기 총알 떨어지면 나도 죽고 다 죽는다”고 발언한 걸 인용하는 정도였고, 이런 인터뷰만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고 보기엔, 해당 지역들에 대한 심층 보도가 너무 적었다는 점이 지적된다. 



둘 다 비행금지구역인데 청와대 앞은 안 되고 임진각은 되는 이유는?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대북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라며 방치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 살포는 막는 정부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10월 24일,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가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청와대를 향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내용이 담긴 전단을 살포하려다 경찰에 저지당했다. 한겨레는 <[사설]대북 전단 ‘불장난’ 구경만 할 텐가>(10/25)에서 정부가 시민단체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전단은 청와대 주변이 ‘비행금지구역’이란 이유로 막으면서, 마찬가지로 항공법상 비행금지구역인 임진각 일대에서의 전단 살포 행위는 저지하지 않은 걸 언급하며,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할 의사가 없다고 비판했다. 사안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경향신문도 <[기자메모]표현의 자유, 대북전단은 되고 비판언론은 안돼?>(10/13, 유신모 정치부 기자)에서 정부가 사이버 검열 등을 통해 비판여론엔 재갈을 물리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를 높이는 대북전단 살포는 방치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남북관계 악화 부추기는 조선‧동아


대북전단 살포는 항공법 뿐 아니라 남북교류협력법 13조도 정면으로 어기는 행위다.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북한을 향해 물품을 마음대로 보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는 “(전단 살포를 막을)실정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반복한다. 실정법에 위반이 안 된다 쳐도,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분명히 남북 간 전쟁위험을 부추기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의 전단 살포는 상대국의 민심 동요와 체제 붕괴를 꾀하려는 목적으로 자주 사용돼왔던 심리전의 일환이다. 엄연히 전쟁 수행의 한 방식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익단체들은 북한에 대해 사실상 ‘선제공격’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조선‧동아일보는 오직 북한의 대응사격을 ‘도발’으로 부각하면서 철지난 반공‧반북 이데올로기 강화에 나선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묵인행위엔 일언반구도 없이 정부 주도의 남북관계 악화를 사실상 부추기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진정 평화를 바란다면, 언론은 남북 간 긴장을 조장하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엄정한 비판을 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 행위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을 제대로 짚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