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여성, 리더 그리고 여성리더십> 김양희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미생> 오상식 차장이 지지받았던 이유 중 하나, 리더십
박제선(민언련 회원)
직장인들에게 ‘100% 현실 밀착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말을 기다리게 했던 드라마 <미생>이 막을 내렸다. 드라마가 보여준 회사 생활의 디테일과 있을 법한 이야기 전개에 많은 직장인이 무릎을 쳤다. 매일 술에 쩔어 들어오는 남편을, 아빠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말도 들린다. 드라마에 등장한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도 컸다. 그래서 부작용도 하나 생겼단다. 신입직원은 장그래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감정이입하고, 후배가 있는 많은 중간 관리자들이 ‘우리 회사에서는 그래도 내가 가장 오 차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그래같은 신입직원이나 오차장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이 함정.
오상식 차장은 ‘지독한 워커홀릭’이며 ‘회사 권력라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일만 보고 가’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런데 워커홀릭보다 팀원들에게 보여준 리더십에 눈길이 갔다. 물론 오차장은 커피 심부름(아직도?)도 시키고, 실수를 지적할 때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옳지 않은 못습은 일단 넘어가자.
오 차장은 많은 조직원들이 조직의 선배, 리더들에게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줬다. 오 차장은 후배(김동식 대리)가 징계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마땅치 않아했던 최 전무에게 자존심을 굽힌다. 방영 초기 다른 팀 인턴 한석률이 장그래를 괴롭히자 몰래 발을 걸어 소심한 복수도 해준다. 아마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선배를 기다리는 수많은 후배 직장인들의 판타지를 그렸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내세울 만한 스펙도, 이제 막 일을 시작해 경험도 크게 부족한 장그래의 제안을 ‘조직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말로 물리치지 않았다. 가능성이 충분한지, 회사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신입 말에 홀렸다’는 비아냥을 감수하며 요르단 사업을 추진했다. 오 차장의 리더십에 집중한 것은 이 에피소드 때문이었다. 후배의 제안을 심사숙고하는 모습, 기존 양식과 다른 PPT 제안에 대해서도 ‘너의 판단이 옳은 것 같다’며 전형적인 발표 양식을 깰 수 있는 용기 등(궁금한 분은 다시보기를 추천한다).
‘옳은 일을 하는 사람’과 ‘일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
리더십은 비전 제시와 영향력 행사를 통해 구성원을 설득하고 조직 안팎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해가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예전의 리더십 이론은 ‘지배’를 전제로 두고 있다. 나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을 지휘, 통제해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나 책은 리더십은 “리더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상호 영향 관계를 중시한다”고 지적한다. 소통을 통한 설득을 통해 목적을 이루어나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리더와 관리자의 기능을 구별해 양자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리더십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리더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관리자는 ‘일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으로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리더십과 관리를 두부 자르듯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나와 후배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력을 끼칠지를 고민한다면, 나의 현실적 조건에서는 관리를 해야 하지만 리더십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자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대안적인 리더십, 여성리더십
책은 다양한 리더십 이론을 소개한다. 예전 리더십 이론이 리더 개인의 특질 등 개인 역량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원의 역할과 권한을 강조하는 대안적인 입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구성원을 통제하기 보다는, 자율적인 조직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첫째, 구성원 스스로를 중요하게 여기고, 조직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둘째, 구성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학습의 기회로 느낀다. 셋째,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한 명의 직원을 넘어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성원이 일을 즐겁게 여길 것이라는 것.
책은 “통제가 아닌 상호영향, 구성원 내부의 경쟁을 넘어선 협동, 일방적 결정이 아닌 상호 커뮤니케이션 등이 대안적인 리더십의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며 “다양성과 창조력이 화두가 되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안 리더십으로 다양한 여성리더십 이론을 소개한다(리더십 이론은 책을 통해서 확인하시길).
리더십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닌, 훈련을 통해 개발 되는 것
2014년 7월 경향신문은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1.9%에 불과해 조사 대상 45개 국 중에서 꼴찌서 두 번째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여전히 리더는 남성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책은 ‘여성은 리더로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여성이 조직 내에서 자기 성과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일로서 자기만족을 느낄 수 있는 (리더의 위치에 오르는, 리더가 된 후 해야 할)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리더십은 결코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여성 회원들에게 이 책을 더욱 권하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