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 사드 배치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미치는 영향
등록 2014.11.21 14:08
조회 809




사드 배치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미치는 영향




이미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 zomian.lee@pspd.org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가 타결됐다. 경제영토가 확장됐다느니 떠들썩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심화될 것이고 ‘중국 눈치보기’는 여러모로 잦아질 것이 뻔하다.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본다니 굴욕적이지만, 중국을 의식해야 할 일이 있기는 하다. 바로 한반도 사드(THAAD) 배치다.

<한겨레> 10월 6일자 6면 스크랩


한반도 사드 배치, 중국에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


사드 즉 고고도지역방어체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의 핵심 장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하강단계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미국이 사드 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측은 사드 부지조사까지 마친 것은 물론 사드 배치를 상정한 시뮬레이션훈련까지 진행한 바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표적미사일을 탐색·추적하기 위해 구비해야 하는 사드의 레이더체계 엑스밴드(Xband) 레이더의 존재다. 이는 탐지거리가 1,500km 이상 돼 북한은 물론 중국의 상하이, 베이징 주요도시를 포함해 북·동부 지역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기지 동향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방어용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가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에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5월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은 “한반도에 MD 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며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역시 “한국이 사드 배치를 수용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지난 7월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를 언급하면서 신중한 처리를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한국 정부의 방관자적 태도 논란


반면,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측과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사드가 배치되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는 식의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면 북한의 핵 또는 핵미사일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각계 전문가가 이미 지적한 대로 한국에는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망이 필요하지 않다. MD의 낮은 요격율은 차치하더라도, 실제로 한반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애초에 사드의 요격 대상조차 아니기 때문이다. 사거리가 짧은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는 데 지상 150km 범위의 고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사거리를 다양화하는 현실에서 사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고도 30에서 40km 이하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방어체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개발을 고수하며 미국의 MD 참여에 거리를 두었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상충된다는 점에서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국내외 반대 의견을 의식해 미국 MD 참여를 극구 부인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당국은 양국 MD 체제 간 상호운용성을 명목으로 데이터 링크를 구축하고 연합훈련을 지속해 왔는데, 이러한 행보는 사실상의 MD체제 편입이라는 의혹을 초래해왔다. 게다가 사드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비록 이를 주한미군이 운용하더라도 한국은 미국 MD체계의 정보·작전의 전초기지가 된다고밖에 볼 수 없다. 미국 국방부 캐슬린 힉스 정책담당 수석 부차관은 한국이 MD체계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면서 “레이더 기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MD참여”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와 같은 맥락이다. 


동북아 평화 깨는 사드 배치, 기필코 막아야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사드 배치는 북한 미사일에 대비한 것이라기보다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며, 괌과 오키나와 등 미군기지의 방어를 염두에 둔 미국측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추측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드 배치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온통 부정적인 것뿐이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선언 이후 아시아 일대 미 해군력 증강과 함께 역내 일본 재무장과 군사력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한미일 삼국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 한미일 군사동맹에 적극 결합하는 것은 단순히 한중FTA에 찬물을 끼얹는 정도의 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한중 우호관계는 급격히 냉랭해질 것이고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연쇄적인 군비증강과 북한의 반발로 인한 안보 부담도 에상된다. 다시 말해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전과 평화는 커녕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마저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바로 이것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기필코 막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