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토달기] 조중동, '민생법안 발목 잡는 세월호 특별법' 정부주장 받아쓰기 급급(2014년 10호)
등록 2014.10.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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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민생법안 발목 잡는 세월호 특별법'

정부주장 받아쓰기 급급


글 강선일 신문모니터위원회 위원장 l duperduke@naver.com



조중동, ‘민생법안 발목 잡는 세월호 특별법’ 정부주장 받아쓰기 급급  

  끝을 알 수 없는 세월호 특별법 정국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정쟁화해 ‘민생법안’의 통과를 가로막고 있다며 ‘세월호’가 단순한 피로감 수준이 아니라 민생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급기야 8월 2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호소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국회)회기에 민생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길을 잃고 회복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 밝혔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민생법안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민생을 위한 것인지, 언론은 이를 어떻게 다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최 부총리의 대국민 호소 다음날인 8월 27일부터 9월 23일까지 5개 신문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보도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 ‘민생법안’이라 규정한 국회 계류 91개 법안을 다룬 보도이다.  

 



최경환 발언 ‘받아쓰기’에 급급했던 조ㆍ중ㆍ동

  최 부총리 발언 이튿날(8월 27일) 조선일보 <“민생法案 지체땐 40만명이 ‘송파 세모녀’ 처지로”>(8/27, 김정훈ㆍ손진석 기자), 중앙일보 <“경제 맥박 점점 약해진다…민생법안.세월호 분리를”>(8/27, 신용호ㆍ박진석 기자), 동아일보 <“민생법안 지체땐 40만 서민 고통… 제2의 송파 세 모녀 비극 막아야”>(8/27, 홍수용 기자)는 최 부총리의 발언과 ‘민생법안’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보도는 최 부총리가 강조한 9개 법안이 통과되면 서민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만 소개했고, 그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에 대한 분석, 한계나 문제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과 동아는 최 부총리의 26일 발언 내용 중 일부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비롯한 9건의 민생법안 통과가 지체되면) 이미 편성된 예산 2,300억 원을 집행할 수 없게 돼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 40만 명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까지 들먹이며 강조한 9대 중점법안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17만 명의 수급 탈락자가 발생해 빈곤 사각지대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도 논평으로 ‘맞춤형 개별급여’로 요약되는 정부 개정안은 제도의 부분적인 개선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각지대 문제의 핵심인 수급자 선정기준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중동은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이런 최 부총리 발언을 받아쓰는데 급급했다.


법 안 명

주요 내용

정부 주장

평 가

관광진흥법

학교 인근이라도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 설립 허용

수도권 숙박시설 확대와 일자리 창출

청소년들의 교육권 침해서울호텔이용률 79%로 호텔건립하면 공급과잉으로 인한 영세사업자 도산 우려저임금 근로자 양산재벌대기업에 대한 특혜

의료법

원격의료 대상 확대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줄임

재벌대기업의 의료영리화를 위한 무분별한 대상 확대부작용 및 의료양극화 초래의료공공성과 안전성 위협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교육의료법률콘텐츠 등 서비스업 분야 규제완화

서비스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전방위적 규제완화로 전국민적 피해 우려의료영리화 촉진으로 인한 특정대기업 혜택사회적 논의 필요

기초생활

보장법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의 생계의료등 욕구별로 급여 지급

개별 급여별로 요건을 달리 만들어 위기에 처한 가정을 구할 수 있도록 함

급여의 지급 대상과 기준의 개선 폭이 협소하여 117만명의 수급 탈락자 발생하여 광범위한 빈곤 사각지대 해소에는 한계

조세특례

제한법

월세 10% 세액 공제

가계의 부담 경감

집주인들이 월세 공제액만큼 월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여 가계부담 경감 효과없음

경실련 <정부주장 민생법안 평가>(9월 1일 발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최 부총리의 호소문 발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 <’세월호 해법’ 응답 안한채… 경제활성화 급하다는 정부>(8/27, 석진환ㆍ김경락 기자)에서 “실세 장관까지 동원해 여론몰이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정치경제부총리 최경환>(8/27, 박병률 기자)은 “민생을 명분으로 야당과 세월호 가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안을 무력화시켜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겨레 경향도 최 부총리가 강조한 법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비판이라는 측면에서도 부족했다. 



문제점 보도 않고 민생법안 ‘당위성’만 강조

  조중동은 ‘민생법안’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동아일보 <신연수의 오늘과 내일/최경환팀, 꼼수가 ‘지도에 없는 길’인가>(9/18, 신연수 논설위원)에서 9대 중점 법안 중 하나인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법안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칼럼은 법안에 대해 “한심하다”는 평까지 내리며, “투자개방형 병원, 설악산 케이블카, 복합리조트 건설 등은 10~20년 전부터 나온 정책들”이라 평한다. 그러면서 민생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최 부총리의 ‘정치적 꼼수’를 질타한다. 다만, 비판의 방점은 법안 자체의 문제가 아닌, ‘묵은 법안’을 다시 내놓을 정도로 대책 없는 정부의 행동에 찍혔다. 


그나마 다른 보도에서는 이 정도의 민생법안 분석, 비판도 볼 수 없었다. 그저 많은 법안들이 장기간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는 내용 및, 해당 법안 통과 시 나타날 혜택에 대한 내용만 반복된다. 중앙일보 <법조 윤리답안 ‘화이트’ 수정 허용… 규제개혁 건수로 계산>(9/1, 김현예 기자)은 경제 활성화 법안 30건이 무더기로 국회 계류 중인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 통과 시 “보험협회 추산 6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1,100억 원대의 신(新)시장이 생길 수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영리병원 증가를 부추길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의료비용 증가, 의료 서비스 공공성 훼손에 대한 우려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보도는 철저히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부추길 뿐이다. 


중앙일보는 또한 <자녀 알바 걸려도 탈락… 기초수급 134만 명 사상 최소>(9/11, 신성식 선임기자)에서 사회복지 통합 관리망 가동으로 부적격자를 대거 줄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가 사상 최저인 134만 명으로 줄게 된 상황을 지적하면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급여의 지급 대상과 기준의 개선 폭이 협소해, 혜택 받을 대상자는 약 12만 명에 그쳐 광범위한 빈곤 사각지대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는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與 “91개 민생법안 15일 처리”… 野설득 어렵자 의장 압박>(9/13, 홍정수 기자)는 ‘91개 민생법안’ 중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다”며, 새누리당이 조속 처리를 요구한 법안들 목록(민법 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나열했다. 그러나 목록에서 언급된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한계 문제점은 없이 “국회는 아직 이 법안들을 언제 처리할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만 덧붙였다. 


조선일보 <세월호에서 民生공방으로… 與 “경제 살리기” 野 “서민지원 우선”>(8/30, 조의준ㆍ조백건 기자)은 여야가 민생법안 관련해 의견 대립이 팽팽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정치권이 세월호 논쟁에서 탈피해 ‘민생 공방’에 중심이 옮겨가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기대감은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의 “가짜 민생이든 진짜 민생이든 어쨌든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둔 것 아니겠느냐”라는 발언 인용에서도 엿보인다. 

 


한겨레ㆍ경향, ‘민생법안’ 비판 칼럼 있었으나 구체적 기사 부족해  

  한겨레와 경향은 외부칼럼을 통해 일부 법안에 대한 비판했다. 한겨레 <[세상 읽기] ‘세월호 대 민생’ 프레임의 기만성>(9/3,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은 직접적으로 “그들이 말하는 ‘민생법안’이 도대체가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법안인가”라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 의료법, 자본시장법 등 여러 법안을 나열하고 “창조경제의 민낯이 ‘숙박과 도박’ 그리고 ‘삽질과 공구리’이고 후자를 위한 토대가 또 다른 부자 감세와 가계부채 증대임을 보여준다”며 해당 법안들을 ‘민폐법안’이라 일갈했다. 특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의 의료민영화와 몇몇 대형병원들의 ‘전국구화’를 기획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봉수의 미디어 속 이야기] 박근혜 대통령 ‘처세술’ 누구한테 배웠나>(9/18,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에서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짓겠다는 관광진흥법과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은 ‘민생법안’이 아니라 ‘민폐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겨레 경향이 칼럼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기사화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 경향신문 <“최경환 9개 법안 혈압만 올릴 것”… ‘민생법안 맞나’ 여야 논쟁>(8/29, 정환보ㆍ구교형 기자)은 ‘민생 법안’ 중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쟁점 법안’이 상당수라는 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대해 “현재 법으로 보장된 기초생활보호 자격 기준을 행정부 임의대로 변경할 수 있어 보장 혜택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또한 신용정보이용보호법은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며, 정보 유출 시 이동통신사 고객들의 배상 청구 문제에 있어 기존 정보통신법-계류 중인 신용정보법 간 충돌하는 상황도 언급했다. 


한겨레도 <‘정부 민생법안’ 실제론 규제풀기… 대기업 특혜 치중>(8/30, 하어영ㆍ이유주현 기자)에서 정부 여당이 내세우는 민생법안 30개 가운데 몇 개에 대한 문제점을 보여줬다. 보도는 민간보험사의 국외환자 유치를 허용함으로써 민간보험사 보유 재벌기업에 유리한 의료법 개정안, 선상 카지노 설치를 허가하는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법, 외국자본의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 설립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그 이후론 한겨레와 경향에서도 정부가 주장하는 민생법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기사를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경향신문은 <“인터넷 진흥 규제 완화, 개인정보 유출, 보안 우려”>(9/10, 송진식)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대한 법률안’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보도는 해당 법안의 인터넷 이용자 보호 대책이 부실하며, 외국인에 비해 한국인에게 본인 인증을 위해 훨씬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역차별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결국 9월 30일, 여야는 유가족과의 합의 없이 세월호 특별법 3차 합의안을 내놓았고, 연이어 국회에 계류 중이던 90여 개의 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언론은 ‘민생법안’이 너무 오래 계류 중이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그 긴 시간동안 그것이 ‘진짜 민생법안’인지 제대로 검증하는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