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인사] ‘흐르는 물’이 되어 만나기를(2014년 9호)
등록 2014.09.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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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이 되어 만나기를


한경국 회원 l k2hansda@naver.com



이글을 읽으시는 민언련 회원 여러분들 중에서는 누군가의 부탁에 선뜻 응하고나서 막상 닥치는 일 때문에 괴로운 심정을 가진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글을 쓰는 지금의 제가 딱 그렇습니다. 


신입회원 인사 글이라 별다른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 간단한 인사말 정도의 글을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난 소식지 신입회원 인사 글들을 읽으니, 마음속 내공이 고스란히 우러난 이전 글들에 제 글이 미치지 못하여 부끄러운 신세를 당하지 않을까 고민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무슨 내용으로 쓸까 이런 저런 고민이 들었지만 내가 회원으로 가입한 민언련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서 이렇게 글을 시작합니다. 


민언련에 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계기가 생각납니다. 몇 달 전 특별한 부탁을 청하려 들른 민언련 사무실에서 박제선 회원을 만났습니다. 박 회원은 제게 “민언련이 지방에 가족을 두고 온 비둘기 아빠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줄 것”이라고 달콤한 제안을 했고 거기에 넘어간 저는 결국 회원으로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을 한 마디로 말하면 ‘만남’과 ‘만남’이 이어지는 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만남의 장에서 여러 가지 일들로 입장이나 관점의 차이가 생겨 서로 틀어지거나, 그만남이 결국 만남에서 남남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그 대상 자체를 어떻게 왜곡하는지 느낄 수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7~8년 전 나름 거금을 들이며 기대에 부풀어 구입한 나무는 최신 개량종이라 선전하는 체리나무였지만 이 체리나무는 몇 해간 열매도 열리지 않고 다른 나무들의 햇살을 가릴 정도로 크게 자라기만 했습니다. 튼튼하게 쑥쑥 자라는 나무가 밉기도 했습니다. 결국 5~6년이 지나서 열매가 열렸지만 익지도 않고 다 떨어져 버렸고, 그 열매를 보고서야 이 나무는 제가 바란 체리나무가 아니라 그냥 흔한 자두나무인 걸 알았습니다. 그때 얼마나 많이 실망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는 초여름의 상쾌함과 싱그러움을 담고 있는 자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천덕꾸러기라 생각했던 나무가 누구나 맛있다고 인정하는 자두를 저에게 선사해 준 것이지요. 그때부터 이 자두나무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서, 처음부터 자두나무였던 나무를 내 입장과 이해관계 때문에 다르게 대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진보든 보수든 어느 쪽에서도 경계해야 하는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는 옆에서 이 길이 올바른 길인지, 혹시 내 의견이 편견과 아집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보살펴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민언련도 넓게 본다면 그런 역할을 하는 단체겠지요.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유하고, 행동하고, 행복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만남’을 통하여 자아의 참다운 가치를 발현하고 삶의 영역을 확장하며 타인을 처지를 긍휼히 여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갑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찾아오는 만남들이 하나같이 소중합니다. 저와 회원님들은 ‘흐르는 물’이 되어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그 만남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만남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