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 버린 ‘세월호’ 언론 보도
박석운 공동대표 l aabb0011@hanmail.net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다섯 달이 넘었는데도 이 미증유의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고 적극적으로 구출했다면 단순 해난사고 정도로 그쳤을 수도 있었지만 온 국민이 생방송을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생떼 같은 목숨 304명이 단 한 명도 구출되지 못하고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특히 그 ‘골든타임’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국가정보원과 세월호는 어떤 관계인지 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벌써 두 달 넘게 국회 앞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또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특별법이 과연 언제 제정되어 유가족들이 농성을 끝낼 수 있을지, 유가족들은 언제쯤 다음 단계의 치유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여전히 기약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나라냐?”고 울부짖고 있지만 문제 해결의 키를 잡고 있는 자들은 아직도 여유만만이다. 오늘의 정치상황과 언론상황이 이들이 느긋할 수 있는 핵심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이라는 ‘봉건지대(地代)’ 비슷한 프리미엄에 안주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특별법 관련하여 새누리당과 두 번씩이나 야합하여 ‘새누리민주연합’이 아니냐며 공공연히 야유 받고 있는 130석 거대야당의 무기력에 민초들은 진저리치고 있다. 지리멸렬해 있는 진보정당들에서 달리 대안을 찾을 수도 없어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또한 언론환경은 87년 민주항쟁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특히 종편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공영방송의 공정성 문제는 심각하다. 그래도 KBS의 경우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항의와 내부 구성원들의 가열찬 몸부림의 결과, 길환영 사장을 퇴진시키고 반짝 ‘해방공간’을 만든 후 지금은 그래도 ‘차악’수준의 방송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에 반해 MBC의 경우는 실로 참혹한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해서만 보더라도, 참사당일 “전원구조” 오보를 제일 먼저 낸 곳이 MBC였다. 또 MBC는 “세월호 유족들의 조급증이 잠수사를 죽음으로 떠민 건 아닌지”라는 식의 보도를 하고 유족들에게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놈들은” 등의 망언을 자행한 박상후 전국부장을 승진시킨 반면, 세월호 관련 보도참사에 성찰과 반성을 한 기자와 PD는 1개월과 6개월 정직의 중징계에 처하였다. 그리고 국회 세월호참사 국정조사에 출석을 거부하는 안하무인적 만용을 서슴지 않는 와중에 MBC는 세월호참사 특별법 제정 움직임 관련 보도를 거의 묵살하였다(7월중 관련보도 JTBC 54건, SBS 20건 KBS 17건 MBC 8건).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최근 들어서는 MBC가 TV조선이나 채널A 수준의 방송으로 돌진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관련 여야 야합을 지지하고 야당의 재협상 결정을 편파적으로 비판하면서 계파갈등과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보도에 MBC가 앞장선 것이다. 또 특별법 재협상 관련 보도를 하면서 유가족들의 합의안 반대이유는 전혀 보도하지 않고 대신 유가족들의 격앙된 모습만 영상으로 비추는가 하면, 세월호 특별법에 발목 잡혀 민생법안 처리가 불발되었다는 식의 편파·왜곡보도를 자행했다. 최근에는 MBC가 조선일보(TV조선)와 동아일보(채널A)와 적극 공조하여, 세월호 유족들을 도와 세월호 특별법안을 만들었던 대한변협 흠집내기용 편파·왜곡보도에 몰두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추석 지나자마자 ‘집중취재’라는 명목으로 “세월호 유족 광화문광장 천막농성 불법... 허가받지 않아”(9월11일자 뉴스데스크)라고 보도하면서 유족들에 대한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이쯤 되면 MBC는 이미 넘어선 안 되는 선까지 넘은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MBC가 이런 지경이 되었는데, 내부 구성원들은 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재작년 초장기 파업의 여파가 아직 회복이 안 되었다느니 또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본부장 등 회사 경영진의 무자비한 탄압 때문에 분위기가 심히 위축되어 있다는 등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해도 해도 이건 너무 한 것 아닌가. ‘이제는 뭔가 몸부림이라도 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공개적으로 해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