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민언련과의 끈끈한 '의리'로 뭉친 사나이 - 이병국 회원 (2014년 8호)
등록 2014.08.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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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과의 끈끈한 '의리'로 뭉친 사나이


인터뷰 정리 : 김경아 활동가




이미 4년 전에 회원소식지에 인터뷰기사가 나갔음에도 최근에 민언련 사무실에 자주 출몰(!)한다는 이유로 두 번째 인터뷰 대상자가 된 이병국 씨와 마주 앉았다. 민언련 30주년 기념 ‘회원인터뷰’ 영상 촬영을 같이 다니거나 집회 후 뒤풀이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게 대놓고 질문하고 답변 듣고 하다 보니 다시 느끼게 된다. ‘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이구나.’ 



제가 대구 출신이라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집안 분위기가 보수적이었어요. 아버지가 지금도 조선일보를 보세요. 전형적인 대구사람이시죠. 그렇지만 아버지에게 크게 영향 받은 것 같지는 않아요. 대학 마칠 때쯤 저는 아버지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도 있었고, 직접 촬영 다니면서 사회현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도 있었어요. 대구에 ‘정신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있는데요. 과제 때문에 그곳에 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또 영향도 많이 받았죠. 2008년 서울에 취업해 올라온 후 이런저런 사회현실을 겪고, 88만원세대로 살아 보기도 하고, 또 이명박 정권 아래서 여러 정치적인 경험을 해 보면서 저 자신도 달라진 것 같아요. 


이병국 회원은 2008년에 세 번째 직장인 ○○구청 ‘공보실’에서 사진담당자로 일했다. 공보실은 영문으로 ‘public information’이다. 원래는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데 알고 보니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게 사전에 작업하고 조작하는 곳이었다. 비판 기사는 미리 빼 버리고 좋은 기사만 제공하는 와중에 엄청난 조작이 진행되었다. 사실상 구청장의 재선을 돕는 부서였던 것이다. 


구청장의 사진을 찍는 일도 했는데 전부 이미지 조작이었어요. 100장을 찍으면 그 가운데 한두 장을 골라 좋은 것만 썼죠. 때깔 좋게 나온 구청장 사진만 만드는 거예요. 구정의 치부는 감추기 위해 담당 기자들을 만나 밤에 술을 먹이고, 안 좋은 기사는 쓰지 않도록 하는 ‘밑밥 작업’을 했어요. 직접 제 눈으로 다 봤어요. 구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재정이 ‘기사 잘 써줬다’는 이유로 피자 수십 판이 되어 언론사에 들어가는 식이었어요. 나랏돈을 구청장 개인을 위해 쓴 거죠. 그곳에 부역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니 더 이상 그 일을 계속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이병국 회원은 대구에 살던 시절부터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다. 구청에서 일했다는 ‘죄의식’도 덜고자 민언련에 가입했지만 사실 민언련을 찾아온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민언련이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언론학교를 통해 민언련과 이병국 회원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언론학교가 끝난 뒤에는 신문모니터분과에서 활동하게 됐다. 


딱 보니 민언련에서는 신문분과가 더 잘나가고 있더라고요. (웃음) 그때 제가 20대 후반이었는데 회의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신문분과에서 처음 접했어요.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죠. 동생들한테 정말 많이 배웠어요. 민언련의 자료들을 읽기도 하고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언론현실이 어떤지 자세히 알 수 있게 되니 스스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혼자만 크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사회적으로 더 넓은 시야를 갖도록 성숙하고 성장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이병국 회원은 현재 신문분과 ‘OB모임’을 이끌고 있다. 신문분과를 졸업한 사람들끼리 뭉쳐 만드는 일종의 ‘후속 모임’이다. 


OB모임은 분과 활동을 끝낸 뒤에도 민언련에서 의미 있게 만났던 걸 함께 이어나가고 싶어서 ‘3기 모임’을 제가 제안했고,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2013년 9월에 있었던 첫모임에 15명이나 모였고 지금도 꾸준히 일 년에 4번씩 모이고 있죠. 모여서 술만 마시진 않고 독서토론을 해 왔어요. 앞으로는 ‘회원 특강’도 진행하기로 했어요. 직장 다니는 회원이 자신의 ‘직업적 영역’에 대해 전문적으로 소개를 할 예정이에요. 첫 특강으로는 보험업에 종사하는 회원 한 분이 강의합니다. 9월 중에 할 예정인데 열려있는 모임이라 누구라도 오실 수 있어요. 많이 와 주세요. (웃음) 8월 말에 결정되면 9월 소식지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병국 회원은 또한 ‘1인 미디어’로 뛰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별명인 ‘뻐꾹’을 따서 지은 ‘미디어뻐꾹’이라는 이름으로 이병국 회원은 카메라를 들고 다양한 현장을 누비고 있다.


포토저널리즘 전공에 영상을 부전공으로 했었어요. 다큐멘터리 연출이 제 오랜 꿈이기도 했고요. 직장을 그만 둔 후, 진정한 VJ가 되어 소외된 이들을 제 나름의 시각으로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작업을 하고 싶었죠. 팀으로 하는 활동보다는 혼자 하는 작업을 좋아해서 시작했어요.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뉴스를 1인 미디어로서 전달하고 싶었어요. 꽤 오래 전부터 준비했으니 직장 그만 둔 뒤 바로 시작한 셈이죠. 6월 말쯤부터?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사회운동을 하고 싶기도 했어요. ‘미디어 몽구’라는 선구자를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힘을 얻게 됐죠.


‘미디어뻐꾹’으로 현장을 뛰며 특별히 기억나는 작업이 있었는지 물어 보았다.


가수 김장훈 씨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동조 단식을 시작한 날이었어요. SNS에서 보고 바로 현장에 가서 촬영한 영상을 SNS에 올렸더니 지금까지 제가 발표한 영상 중 최고 대박이 났죠.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1,000건이었고, 다음 아고라에서는 5,000건. 그야말로 연예인 파워였어요. 올해 첫 물대포 사건 때도 생각나네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와 ‘민영화 규탄’ 집회였어요. 거리 행진을 하다 청와대로 가자며 흥분한 시민들을 경찰이 가로막고 물대포를 쐈죠. 물줄기가 똑바로 뻗지 않고 옆으로 퍼지는 바람에 카메라가 다 젖을 뻔했어요. 그래도 끝까지 찍었어요. ‘올해 첫 물대포 등장’이라는 제목으로 올렸더니 조회수가 평소보다 많이 나왔어요. 대중들이 언론에 반응하는 태도랄까. 제목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씁쓸하지만 현실이 그렇죠.


OB모임과 ‘미디어뻐꾹’ 활동에도 그치지 않고 이병국 회원은 얼마 전부터 ‘민언련 영상동아리’활동도 시작했다. 


이제까지 민언련은 주로 활동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글과 사진으로 올렸고, 이런저런 홍보도 글로 해 왔잖아요. 이젠 영상동아리를 통해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형태로 진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글은 밥상을 차려주는 것이지만 영상은 떠먹여 주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거든요. 영상 활동은 꼭 필요한 일이에요. 영상을 다루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과 민언련 안에서 어떻게든 잘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시작점이었어요. 편집 여건도 나아져야 하고 동아리 회원들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지만, 참여가 참 힘든 환경인 것도 사실입니다. 외부 지원으로 촬영 장비들을 얼마 전에 새롭게 갖췄고, ‘민언련 영상TF’ 회의도 진행하고 있으니 점점 영상동아리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웃음)

영상동아리를 안했어도 민언련에서 하고 싶었던 게 있어요. 예전부터 ‘영상모니터 보고서’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대단한 것들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지금 가진 역량으로도 해 볼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민언련 30주년 회원인터뷰’ 영상이 현재 30주년 홈페이지(https://ccdm1984.or.kr)에 공개되어 있어요. 또 30주년을 맞아 회원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을 ‘민언련 30주년 기념식’에서 상영할 예정이에요. 회원들의 의미 있는 말씀들이 담긴 좋은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이병국 회원이 지금껏 민언련에서 오래 활동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민언련에서 하는 활동들이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서로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것과 민언련이 하고자 하는 것이 만나는 지점에서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제 목표는 내 자식들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작은 바람을 실천하며 사는 거예요. 민언련 활동을 통해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거죠.


끝으로 민언련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부탁했다.


도와주세요. (웃음) 제가 지금 실업자라 밥벌이를 해야 하는데요. 각종 집안 이벤트 사진이나 홍보 사진, 영상 제작, 제품 촬영 등 무엇이든 저렴하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1인 미디어 한 사람 키운다고 생각하시고 이용해 주시면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결과물로 모시겠습니다. 


그가 하는 일들이 다 잘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민언련도 잘되기를 바란다. 함께 이리저리 뒹굴다보면 때론 상처도 받겠지만 그렇게 이병국 회원과 민언련이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