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교육감 선거 흔들기’
어고은 신문모니터분과 분과원 l ekekwk@naver.com
지난 6월 치러진 교육감 선거 결과,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서울·경기·인천·강원·충남·충북·세종·부산·경남·전남·전북·광주·제주)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이 당선됐다.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 선거 등이 함께 치러진 선거였으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진보교육감 당선에 주목했다. 선거 다음날인 6월 5일, 5개 신문의 1면은 모두 교육감 관련 기사가 차지했다.
교육감 선거결과에 대한 의미 부여는 달랐다. 조선·중앙·동아는 ‘교육감선거 흔들기’에 나서며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현 교육정책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고려치 않고 정치 공학적으로만 판단했다. 선거 직후 정치권과 교육계 일각에서 주장한,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동조하며 ‘흔들기’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경향·한겨레는 선거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당선된 진보교육감의 정책을 검증하며 ‘흔들기’에 맞섰다.
조선, 진보교육감=전교조?
선거 결과에 대한 의미 분석은 신문사 별로 논조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진보교육감 당선 배경을 보수의 분열로 분석했다. 동시에 ‘진보교육감=전교조’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냈다. 전형적인 ‘색깔’ 공세다. 선거 다음날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의 압승>(6/5, 금원섭)이라는 획기적인 제목의 기사를 1면 톱으로 배치했다. <사설/보수 분열로 전교조 교육감들 손에 들어간 ‘교육 권력’>(6/5)은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전교조 출신임을 강조하며 “사실상 전교조가 ‘교육 권력’을 장악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동아·중앙, 진보교육감 승리 “어부지리”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보수교육감 후보들의 ‘난립’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 <‘단일화 파워’ 진보 교육감 압승>(6/5, 신진우), <13곳 단일화 진보 대약진…보수는 서로 난타전 벌이다 자멸>(6/5, 김희균), <보수표 분열…여론조사 3위 조희연 승리>(6/5, 전주영)는 보수의 분열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중앙일보 <사설/보수궤멸로 나타난 교육감 선거>(6/5)는 진보교육감의 압승을 “보수는 서로를 물어뜯으며 분열했고, 진보는 단일 후보에게 표를 몰아 단결한 결과”라고 규정지었다. <진보 교육감 후보 12명 1위…지난 선거 6명서 2배로 늘어>(6/5, 김성탁)는 조희연 후보의 승리를 두고 “어부지리”라 평가하기도 했다.
경향·한겨레, ‘앵그리맘’ 표심에 주목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진보교육감의 당선 배경을, 후보 단일화로 한정할 수 없다며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결과라 분석했다. 경향신문 <사설/진보교육감 압승이 의미하는 것>(6/5)은 단일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나 “외적 요인만으로 선거결과를 받아들인다면 단견이고 오산”이라고 진단했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선거 결과가 “현행 교육제도나 교육당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앵그리맘’의 표심에 주목했다. <사설/세월호 참사가 몰고 온 ‘진보교육감 시대’>(6/5)는 “세월호 참사가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이 협력과 공존을 중시하는 진보교육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동아·중앙, 발생하지 않은 마찰 우려먼저 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대립구도를 강조하는 보도태도로 일관했다. 중앙일보 <진보로 채워진 ‘교육 소통령’…중앙정부와 마찰 예고>(6/5, 천인성·김기환), 동아일보 <경기 등 6곳 광역장-교육감 성향 달라…무상급식-예산문제 싸고 충돌 예고>(6/6, 전주영), 중앙일보 <보수 단체장과 ‘불편한 동거’…무상급식 충돌 우려>(6/6, 김기환)는 정부·지방자치단체장과 진보교육감 사이의 갈등을 주요 주제로 뽑았다. 제목도 ‘마찰’과 ‘충돌’로 구성했다. 중앙일보 <교육부 vs 진보교육감, 하반기 다섯 번 충돌한다>(6/7, 김성탁·천인성)는 “주요 교육 현안마다 교육감이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면 사실상 정부의 정책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마찰의 책임을 교육감에게 떠넘기는 모양새였다.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을 보도할 때도 동아·중앙의 ‘우려’는 계속됐다. 중앙일보 <‘서울대 폐지’ 꿈꾸는 13인>(6/10, 김성탁·김기환)은 진보교육감들이 내세운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축안이 ‘대학 서열 체제의 해소’에 방점이 찍혀있음에도 ‘서울대 폐지’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제목으로 내걸었다. 동아일보 <학생인권조례 전국 확대 불보듯…“현장 의견 수렴해야”>(6/16, 전주영·신진우)는 학생인권조례를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또한 “1기 진보교육감들의 경우 독단적이고 공격적으로 조례를 추진해 비판이 많았다”며 현장과 소통하기를 당부했다.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진보교육감들에게 ‘불통’의 이미지를 씌우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경향·한겨레, 교육정책에 주목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각각 <모두가 행복한 학교>, <진보교육 ‘시즌2’ 시작되다>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9개, 12개 연재했다. 한겨레신문은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이 내세운 ’혁신학교 확대‘와 ’자사고 폐지·축소‘에 집중해 각 학교가 일반학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례를 통해 분석했다. 기사엔 혁신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그들의 학부모, 선생님의 목소리가 담겨 있고 자사고 전·현직 교사의 인터뷰도 포함돼 있다. 경향신문은 보다 넓은 관점에서 진보교육이 가지는 의미를 풀어냈다. <무상급식 단계 넘어 유아교육 공교육화 등 ’보편 복지‘ 확장>(6/10, 김지원)은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와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정책을 설명하며 이와 함께 ’학교 비정규직 처우‘를 언급했다. 민선 1기 진보교육감들이 보편적 복지의 틀을 마련했다면, 2기 진보교육감들은 복지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말했다. 두 신문사의 기획기사는, 진보교육감을 선택한 측은 물론 다른 선택을 한 유권자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보도였다.
▲ <역사교과서 전쟁 예고한 친전교조 교육감 당선자들>(동아사설/6.7)
▲ <한국교총 “교육감 직선제 폐지 헌법소원 추진”>(조선2면/6.6)
조선·동아, 역사교과서 갈등을 이념논리로 해석
올 7월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발표한다. 진보교육감들은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 대안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진보교육감들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 반대’를 공동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부에 따른 갈등을 ‘이념 공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 <진보교육감들, 새 역사 교과서 개발 공동공약…이념 충돌 예고>(6/6, 김연주), 동아일보 <사설/역사교과서 전쟁 예고한 친전교조 교육감 당선자들>(6/7)은 진보교육감들이 친북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다며, 좌편향적 교육이 행해질 것이라 우려했다. 13명 중 8명이 전교조 출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념논쟁으로 치환해 본질을 호도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조선, 교총의 확성기 노릇해
조선일보는 한국교총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받아쓰기식 보도’ 행태를 보였다. <한국교총 “교육감 직선제 폐지 헌법소원 추진”>(6/6, 안석배)은 한국교총이 낸 성명서를 옮겨와 주장을 나열한 반면, 반대 측의 의견은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한국교총의 대변인을 자처한 셈이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한목소리를 내며 직선제 폐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동아일보 <사설/‘로또 복권’ 뺨치는 교육감 직선제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6/6)는 “선거가 과열 혼탁해지면서 교육정책은 무시된 채 교육이 정치 도구화되고 있다”는 교총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선거 직후 선거 폐지를 주장하는 측이야 말로 정파적 이해에 매몰된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중앙일보 <사설/보수 궤멸로 나타난 교육감선거>(6/5)는 “학생과 학부모를 실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가로막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한겨레, 직선제 폐지 주장에 대해 일갈
경향신문은 직선제 폐지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설/선거 결과가 맘에 안 든다고 선거 없애자는 여당>(6/10)은 보수진영의 주장을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데 대한 반사적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만약 선거 결과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승리했는데도 새누리당이 같은 주장을 펼 것인지는 극히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신문도 교총과 보수 정치권의 행보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설/이념이 아니라 현장의 눈으로 봐야 한다>(6/11)는 “선거 결과에 대한 일부 보수세력의 반발이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며 “트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공격”이라 지적했다.
‘깜깜이 선거’ 방관한 중·동, 되레 큰소리?
동아일보 <사설/‘로또 복권’ 뺨치는 교육감 직선제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6/6), 중앙일보 <말로만 정치 중립…막판까지 폭로전>(6/5, 20면)은 ‘깜깜이 선거’를 직선제 폐지의 근거로 댔다. 유권자가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조차 모르니 선거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그렇다면 동아·중앙을 비롯한 5개 신문의 교육감 선거보도는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전달했는가.
|
경향 |
동아 |
조선 |
중앙 |
한겨레 |
광역단체장 |
64 (31.8%) |
89 (42.2%) |
83 (43.7%) |
83 (50.6%) |
119 (41.3%) |
교육감 |
29 (14.4%) |
16 (7.6%) |
22 (11.6%) |
12 (7.3%) |
27 (9.4%) |
선거보도 |
201 |
211 |
190 |
164 |
288 |
▲ 6·4 지방선거 보도량 분석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 5개 신문의 선거보도는 광역단체장 선거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동아·중앙·한겨레는 선거보도 중 교육감선거를 10% 미만으로 보도했다. 구체적인 정보 전달은 공정한 선거의 첫걸음이다. 언론의 선거보도가 중요한 이유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행태는 ‘깜깜이 선거’를 방치한 장본인이,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문제 지적에 나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