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자학교 보조교사는 흐뭇합니다
이규정 회원 l jekell@nate.com
“스트레이트 기사는 밑에서 한 문단씩 잘라도 괜찮게 써야 돼.”
“선생님, 그럼 이렇게 하면 돼요?”
지난 14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가 주최하는 ‘경기도 청소년 기자학교’가 과천과학관에서 열렸다. 프로그램은 현직기자의 강의와 기사작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정은주 한겨레21 기자와 강병한 경향신문 기자가 강의를 진행했고 민언련 회원 8명은 보조교사로 청소년들의 기사작성을 도왔다.
우리 8명은 누군가에게 기사쓰기를 가르치는 게 처음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보다 어쩌면 우리가 더 긴장했을지 모르겠다. 행사에 가기 전 나는 기사쓰기의 원칙을 알려주는 책 몇 권을 뒤적였다. 리드문장을 섹시하게 쓰고, 핵심내용을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추정과 사실을 구분하라. 기자를 준비하는 내게도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청소년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건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행사에 대한 스케치 기사를 간단하게 쓰게 하기로 했다. 내가 청소년들에게 준 과제는 원고지 400자 길이의, ‘경기도 청소년 기자학교’에 대한 스케치 기사였다. 기자의 취재과정을 경험해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는 다른 조의 청소년 1명과 나 이외의 보조교사 1명 인터뷰를 조건으로 걸었다.
기사를 쓰기 전에는 애들과 둥그렇게 앉아 간단한 회의를 했다. 이 행사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각자 생각을 말해보게 했다. 나는 이 행사가 열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생각은 훨씬 풍부했다. 한 학생은 강병한 기자의 강의내용을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고 한 학생은 기사작성을 꼽았다. 나는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게 도왔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취재활동을 열심히 했다. 쭈뼛거리면서도 다른 조 청소년에게 인터뷰를 신청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교육자료 내용을 검토하고 연습지에 문단구조를 구성하기도 했다. 원고지를 앞에 두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몇 아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아이들은 초고를 일기처럼 작성했고 강사에게 존칭을 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청소년들에게 기사의 형식을 따라서 써보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이 쓴 기사를 볼 사람은 70대 노인일 수도 있으니 반말 투로 쓰라고도 했다. 또 몇몇은 자신이 추정한 것을 사실인 양 쓰기도 했다. 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니 쓸 수 없고 이런 내용은 직접적으로 쓰지 말고 특정행동을 묘사해서 독자가 느끼게끔 하라고 조언했다. 기사가 얼마나 객관성이 철저한 글쓰기인지 가르쳐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고지 400자 기사라고는 하지만 7개 기사를 2시간 만에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일기스러운’ 부분은 사라졌다는 점이다. 2시간 동안 아주 빡빡하게 진행한 건 아니고 애들과 농담도 하고 일상적인 얘기도 나눴다. 그 중에는 취미로 컴퓨터 해킹을 한다는 아이도 있었고 기자를 꿈꾸는 아이도 있었다. 모두들 개성이 넘치는 아이들이었다.
2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나는 집에서 이들이 쓴 스케치기사를 첨삭했다. 내가 알려준 대로 기사를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난생 처음 써본 기사일 텐데 꽤 그럴 듯하다. 내가 교육을 잘했나? 기사를 첨삭하면서 왠지 흐뭇했다.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참여해서 청소년들에게 기사작성의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