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 국민참여재판 5년과 개선 방안 (2013년 11호)
등록 2013.12.0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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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5년과 개선 방안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집행위원 l han2004@yonsei.ac.kr

 

 

안도현 시인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사건에서 7명의 배심원은 지난 10월 28일 전원일치로 무죄를 평결하였다. 이에 전주지방법원의 담당재판부는 일부 평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판결선고를 10일가량 연기하였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일부의원과 일부 언론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서 제외해야 한다거나 지역감정에 기반한 감성재판이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법전문가인 법관들의 재판이 국민의 상식이나 법감정과 달라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있어서,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와 상식을 반영하고 재판과정을 투명히 공개하여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민주적 정당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국민참여재판제도는 영국, 미국 등에서 발달하였지만, 현재에는 OECD국가의 대부분이 다양한 형태로 시행 중인 선진적인 재판제도이다. 현행 제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해당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하여 질문 및 선정절차를 통과한 사람이 배심원이 되어 형사사건에서 유무죄와 양형에 관한 의견을 판사에게 권고하면, 판사는 그러한 배심원단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 의견을 참고해서 판단한다. 아직은 시범단계여서 배심원의 의견은 권고적이고 법관은 기속되지 않는다. 2008년부터 올해 2013년 9월까지 1091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는데, 그중 유무죄에 대하여 배심원의 평결과 판사의 결정이 일치한 것은 92.5%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점은 과연 국민참여재판이 완벽한 제도인가, 완전히 공정한 재판제도인가 하는 점이 아니라고 본다. 실시한 지 수백년이 되는 영국, 미국에서조차도 계속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부 문제점이 있다고 하여 종래의 법관재판으로 회귀하자는 주장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
 
국민참여재판이 판사가 단독으로 재판하던 것에 비하면 공정하고 국민의 눈높이를 반영하며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국민참여재판은 법전문가인 법관과 엄정히 선정된 배심원이 협력하여 재판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하여 전관예우, 법조비리,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부조리는 현저히 감소할 수 있다. 배심원은 변호사의 전관여부나 뇌물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한 법관 자신도 학연, 지연, 가치관 등의 영향을 받는다. 배심원은 이를 중화시킬 수 있다. 법관과 배심원은 법정에서 견제와 균형에 의하여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나가는 민주적 제도이다. 그래서 국민참여재판, 배심재판을 사법부 내의 “작은 권력분립”이라고도 한다.

 

어떤 제도를 평가할 때에는 완벽하지 않다고 이상적이지 않다고 폄훼해서는 안될 것이다. 멀리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현실적 이상주의’의 미덕을 간직해야 한다.


“정의는 실현되어야 할 뿐 아니라, 실현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Justice must not only be done, but it must be seen to be done.)는 법언이 있다. 특정지역에서, 특정법관이 재판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불공정했다고 단정하고 비난하는 것은 금물이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다면, 제도적 보완을 검토해도 좋다고 본다. 보완의 방안은 무엇일까. 법무부가 지난 10월 11일 입법예고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상당부분의 해결책이 들어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 중에서 가중 핵심적인 규정은 배심원 평결의 효력규정이다. 판사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함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배심원의 평결(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존중하되, 평의·평결의 절차 또는 내용이 헌법·법률·명령·규칙 또는 대법원 판례에 위반되는 경우, 평결의 내용이 논리법칙·경험법칙에 위반되는 경우, 그 밖에 평의·평결의 절차 또는 내용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안 제46조 제5항).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사법개혁위원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기로 결정할 즈음, 급격한 변화에 따르는 부작용을 우려하여 5년간의 시범기간을 설정하기로 하였고, 이 기간 중에는 배심원의 평결에 권고적 효력만을 부여하였다. 이 권고적 효력에 맞추어 관련 제도를 설계하였다. 예를 들어, 출석하지 않은 배심원후보자에 대한 과태료, 1일 재판, 배심원선정절차의 엄격성, 배심원평결의 과반수결정 등에서 좀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완화한 것은 이러한 권고적 효력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제 개정안처럼 ‘사실상의 기속력’ 또는 ‘강한 권고적 효력’이 인정되면,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이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이러한 개정을 시행하기에 적기라고 본다. 최근의 논란은 국민참여재판이 발전함에 있어서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시련과 장애를 극복하고 보다 성숙한 국민참여재판이 되어,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최적의 수단이며 국민의 기본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이 글은 최근 필자가 신문•방송에서 설명하거나 기고한 내용에 기초하여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특히 “국민 참여 재판과 ‘현실적 이상주의’”(연세춘추, 2013.11.11.)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