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몰이 전말’ 드러낸 <추적60분>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지상파3사 중 유일하게 추적
- 9월 7일자 KBS <추적60분_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
조민혁 방송모니터분과 회원 l cmh5057@gmail.com
지난 8월 22일 재판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기소된 유우성 씨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월 국가정보원이 서울시에 재직 중이던 유우성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판결의 요지는 ‘증거의 모순과 증언의 신빙성 부족’이다.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자 국정원이 증거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유 씨를 기소한 셈이 돼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언론은 유 씨의 기소당시 ‘서울시간첩사건’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유 씨의 무죄판결에 대해서는 잠잠했다. 지상파 3사 중 이번 사건에 대해 심층분석에 나선 것은 KBS <추적60분>이 유일했다. 9월 7일 방영된 <추적60분_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이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전말을 소개하고 검찰의 기소과정에 제기된 의문을 파헤치고자 시도했다.
기계적 균형 탈피, 현장추적·증거분석 통해 진실추적 나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은 검찰 기소장을 토대로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가 유 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지를 추적해 나갔다. 취재진이 추적해 드러낸 사실은 국정원과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신뢰할 수 없는 증거임을 보여준다. 몇 가지 살펴보면, △여동생이 메신저를 이용해 자료를 넘겨받았다는 시기보다 여동생이 메신저에 가입한 시기가 더 늦은 점 △여동생이 USB를 구입했다는 상점이 현장추적결과 USB를 취급하지 않는 곳인 점 △밀북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있는 병원에 갔다는 유 씨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해당병원 처방전 △훈장수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아닌 중국이 촬영위치였다는 점 등 유 씨와 국정원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을 집중 추적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부분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또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은 국정원이 유 씨를 간첩혐의로 기소한 결정적인 근거인 여동생의 진술이 번복된 점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취재진은 여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합동신문센터에 있던 176일 동안 CCTV가 설치된 독방에 감금돼 있었으며, ‘오빠가 간첩행위를 했다’는 허위자백을 강요받았고, 이 과정에서 협박, 폭행, 회유가 있었다는 여동생의 입장을 전했다. 이는 그동안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고 있던 부분을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제작진은 ‘독방은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며 폭력은 없었다’는 국정원의 반론을 전하는 한편, 합동신문센터를 거쳤던 다른 탈북자들은 ‘여동생의 경우가 특이한 경우’라는 입장도 있는 점을 지적하며, 별도의 진실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주지시켰다.
이처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은 검찰의 기소내용을 토대로 국정원이 내세운 증거와 사실관계를 검증함으로써 국정원이 혐의 입증은 고사하고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진행한 정황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검찰 기소 내용에 대한 국정원 측 입장, 유 씨의 반론, 제3의 관계자 증언과 현장추적, 증거에 대한 전문가 분석까지 치밀한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점은 진실추적을 통해 시청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판단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 탐사보도의 제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내부압력에 이어 외압까지, 잇따른 수난
이 같은 결과물이 시청자들을 만나기까지는 수월하지 못했다. 제작진은 <추적60분_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을 8월 31일 방영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사전심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백운기 KBS 시사제작국장은 제작진에게 “(통진당 사건 등으로) 예민한 시기에 약용될 우려가 있다”며 돌연 방송 불가를 통보했다고 한다. 방영 전부터 내부압력에 시달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수정과 편집을 거쳐 일주일 뒤에야 가까스로 방영됐지만 이번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의 취재는 검찰의 기소내용을 토대로 국정원이 내세운 증거를 분석하고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이는 탐사보도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한 것이다. 따라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보도의 ‘공정성’에 제재를 가하고자 한다면 어떤 부분이 공정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국민 앞에 충분히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