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민언련
민희경 회원 l minkissin@naver.com
한 단체에 속해서 ‘수련회’라는 이름하에 떠나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학생시절 이후로 처음인 듯하다. 살짝 20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과 함께 경기도 가평으로 향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한 분교캠핑장, 때 마침 시원해진 날씨 덕에 서울의 답답한 공기로부터 잠시 탈출해 휴식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프로그램 중 핵심일 수 있는 발표시간, 나에게 힘든(?) 타임이 왔다. 민언련에서 좋았던 것 혹은 바라는 것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뭘 말하지..?’ 생각하던 중 ‘난 왜 민언련에 왔지?’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그 질문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뭐라도 하고 싶어서 한 시민단체를 찾았노라’고 답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외로움(?)’이다. 난 꽤 오랜시절까지 정치나 나라 돌아가는 일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이명박’ 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기 전 까지.. 부자되게 해 준다는 말을 믿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대통령에 당선 시키는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그 이후 한국에서는 21세기 최고의 코미디극이 연일 쏟아진다.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딱 두 부류였다. 이명박을 지지하거나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앞서 말 한 ‘외로움’의 이유다. 이명박 정권 말기가 오고 내 주위의 이명박 지지자들은 드디어 이명박에 대해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던 중 그들이 하는 말은 헉! 이명박은 아닌 것 같으니 박근혜를 뽑겠단다.
‘나 혼자 딴 별에 사나?’ 정말 외로웠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작년 대선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다. 기대와 달리, 믿을 수 없는 결과로 난 충격을 받았고 대선 날 밤에는 수면제를 먹고 자야했다. 다음 날 퉁퉁부은 나의 얼굴을 본 친한 언니가 말했다.
“흑백논리로 가지마. 기다려봐. 퍼스트레이디였으니까 잘 할거야.” 평소 정치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 내가, 대선 얼마 전에 박근혜만큼은 안 된다고 했던 말이 강하게 들렸나보다. 흑백논리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침묵해버렸다. 참고로 이 언니는 자칭 엘리트이며 5.16쿠데타가 뭔지 모른다. 당연히 쿠데타와 혁명의 차이도 모른다. 박근혜는 알고 있었을 거다.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역시 선거의 여왕이다.
민언련을 찾은 이유에 대해 하려던 말이 길어졌다. ‘비슷한 생각을 나눌 사람이 가까이에 없어서 외로우면 내가 찾아가자.’ 가 이유다. 민언련 가입 덕에 광주도 가보고 유익한 강의도 듣고 수련회 와서 고기도 구워 먹고 무엇보다도 MVP로 선물도 받고.. 난 민언련에 뭘 바란다기 보다는 민언련과 회원들, 서로에게 활력소가 되었으면 한다. 다시 말해, 민언련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의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나부터 잘 하자’ 이다. 당장 촛불집회부터 나가야 하지 않을까?
나라가 어지럽다. 유신이라는 망령은 과거나 지금이나 항상 우리 주변에서 서성이는 듯하다. ‘기회만 와라. 언제든지 너희를 덮칠 만반의 준비가 돼있다.’ 고 속삭이는 것 같아 섬뜩하다. 과거에 독재의 잔재를 청산 하지 못한 탓이지만 10년이라는 그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탓도 크다고 생각한다. 너무 안타깝지만 사실은 인정 해야 한다. 이석기사건으로 통합진보당은 막장으로 치닫고 국정원과 새누리당 그리고 정부는 이 사건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마저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이럴 때 일수록 역할이 중요한곳이 민언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라고 생각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시민 한명 한명이 뭉쳐나오는 힘은 엄청날 수 있다. 노무현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다.’ 희망을 가지자!
이번 기회에 나, 민언련, 희망이라는 조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좋은 경험을 했다.
끝으로, 수련회 준비, 진행은 물론 사무실 업무와 촛불집회 등 적지 않은 활동으로 값진 땀을 흘리고 계시는 민언련 활동가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