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스릴러 영화 디스커넥트
디스커넥트
김혜원 회원 l ivonka@hanmail.net
영화 ‘디스커넥트’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스릴러’ 로 구분되어 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스릴러라는 거지?’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그래. 긴장감을 계속 불러일으키기는 한다.
영화는 인터넷, 혹은 소셜 네트워크라는 것을 통해 이어진 사람들의 세 줄기 이야기를 주된 줄거리고 하고 있고, 이 세 가지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알게 모르게 만나게 된다. 여기서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 라는 무서운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교묘히 2중, 3중으로 관계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 싶다.
영화 속에서 세 가지의 1차 관계들이 낳은 결과는 이렇다. 우리가 쉽게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를 시작할 때의 가벼운 마음과는 달리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악의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 빚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상치 못했던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는다는 얘기는 아니고.
가벼운 아이들의 장난은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장난을 시작한 아이는 저도 모르게 장난감이 된 상대와 마음을 약간 나누게 되었지만 사춘기 아이들에게, 약한 마음으로 인해 장난을 접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가 보다. 나는 장난의 대상이 된 아이의 심정에 많이 몰입이 되고 말았다. ‘저럴 땐 정말 어쩌면 좋지?’ 역시 아이는 극적인 선택을 했고 아직 어린 피의자들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당황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이는 영문을 모르는 피해자의 아버지와 계속 네트워크를 맺게 되는데, 이것은 둘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난 평소에 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학시절 친구가 시위 중 다리를 다쳤을 때의 경험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학보사 기자는 내 친구에게 인간적인 접근이 아닌 취재의 대상으로 접근했고 친구는 몹시 불쾌해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 친구는 기억하려나?
여튼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들에겐 취재의 대상인 것인지, 대상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남다른 눈은 때때로 상대를 불쾌하게 혹은 상처받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영화 속 그 기자는 처음엔 흥미로 시작했다. 좋은 취재를 했고 그 과정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 것 같지만 결국 그녀는 안정적이고, 좋은 자신의 영역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그 정보원을 도와줄 수도, 그럴 용기도 없었다. 그럴 마음이 있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나설 건 아니다. 하긴 순수하고 아직 어린 그가 그녀를 그렇게 믿고 더 가까이 다가올 줄 알았겠는가?
살아가면서 가슴 아프거나 상처가 되는, 너무나 열 받고 화가 나는, 크게 쓰린 그런 많은 경험들을 하며 관계의 적정선에 대해 늘 앞으론 실수하지 말고 잘하자고 다짐하지만 인간인 나는 좀 지나면 또 본질을 까먹곤 하는 것 같다.
큰 상처를 공유한 부부는 같은 집에 살지만 상처를 서로 나누고 보듬지 못한다. 중간에 난 ‘저러고 살 거면 왜 같이 살아? 그냥 이혼하지.’ 라고 생각했다. 나의 사고가 너무 쉬운 것일까? 이혼은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나에게 저렇게 함께 사는 것은 숨쉬기도 힘들게 느껴졌다. 아... 그러나 아니었다. 문제가 생겼다 하여 피하기만 한다면, 다른 상황에서도 그렇게 대한다면 세상을 이겨내고 더 나아질 수 없을 것이다. 분명히 모든 문제는 풀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하나의 사건을 다시 함께 겪으면서 조금씩 극복하는 과정을 갖게 된다. 여기서 그 과정이라는 것이 무섭다. 여러분들도 모르는 이들과의 채팅에 늘 주의를 기울이시길, 그리고 인터넷 게임에 정보를 쉬이 주지 마시길.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몇 백 만원의 돈이 내 이름으로, 내 카드로 결제가 된다면 그것보다 무시무시한 일도 없겠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는 스릴러가 맞는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