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으로] 4대강의 흐름을 막은 건 누구? 뒤집힌 감사결과, 입 다문 공영방송(2013년09호)
등록 2013.10.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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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의 흐름을 막은 건 누구? 뒤집힌 감사결과, 입 다문 공영방송

- 4대강 관련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 (모니터 기간 : 1월~7월)

 

조민혁 방송모니터분과 회원 l cmh5057@gmail.com

 

 

지난 7월 1일,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를 진행하기 위한 예비사업’이라는 3차 감사결과를 내놨다. 임기 내에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MB정부의 거짓말을 감사원이 재차 확인해 준 셈이다. 감사원이 지난 1월에도 2차 감사를 통해 “4대강 사업에서 수질·홍수·가뭄 등 복합적인 문제를 확인했다”고 발표하며 ‘4대강으로 가뭄과 홍수를 해결했다’는 MB 정부의 허위주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2-3차 감사결과는 2011년 1월에 발표된 “4대강 사업에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1차 감사를 뒤집은 것이다.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시민·환경단체와 각계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부정하던 감사원이, 올해 발표한 두 번의 감사 결과를 통해 갑자기 입장을 180도 선회하게 된 배경에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처럼 MB정부의 거짓말이 속속 밝혀지는 동안 국민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진실을 얼마나 접할 수 있었을까? 2차 감사 결과가 발표된 올 1월부터 3차 감사 결과가 발표된 7월까지 방송3사 가운데 4대강 관련 방송을 내놓은 것은 KBS 2건, MBC 1건에 그쳤다. 국민혈세 22조원이 투입된 국가사업이 ‘부실’과 ‘거짓’으로 점철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보도가 단 3건 뿐이었던 것은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나마 보도가 나온 KBS와 MBC의 4대강 보도는 감사원의 발표내용에 따라 비판 정도를 달리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1월 27일 방영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강 속에 무슨 일이>는 2차 감사에서 4대강의 문제를 지적한 감사원과, 감사결과가 과장되었다고 반박하는 국무총리실의 갈등을 그저 나열한 데 그쳤다. 프로그램은 10여 분의 시간 내내 양측의 주장을 차례로 구성하며 양측의 입장차만 전달했을 뿐, 2차 감사결과를 두고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뿐인 국무총리실의 입장에 대해 근거를 확인하거나 검증하는 과정은 없었다. MBC는 <강 속에 무슨 일이>를 끝으로 4대강과 관련된 보도를 하지 않았다.
KBS의 경우 2차 감사결과가 끝난 지 5개월이나 지난 6월 21일에서야 취재파일K <4대강의 길을 찾다>를 내놨다. 그러나 내용은 뒤집힌 감사원의 감사발표나 MB정부의 거짓말을 파헤치기 보다는 4대강 사업으로 얻게 될 ‘득실’을 비교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상반되는 입장의 두 전문가 견해를 교대로 단순나열했을 뿐이었다.

 

그나마 사업의 문제점들을 심층적으로 풀어낸 보도는 3차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방영된 KBS 시사기획창의 <역류하는 4대강> 1건에 불과했다. 7월 16일 방영된 KBS 시사기획창 <역류하는 4대강>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비교적 상세히 조명했다. 프로그램은 그동안 방영된 4대강 프로그램에 비해 ▲치수가 불가능한 실태 ▲수문의 안정성 등의 부실시공 문제 ▲수질오염으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과 녹조현상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예비사업으로 둔갑하게 된 정황 등을 자세히 드러냈다. 그러나 역시 사업초기부터 이미 시민·환경단체에 의해 제기되어온 문제제기와 감사원 감사결과를 답습한 데 지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감사원이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에 대해 진실추적조차하지 않은 점 ▲망가진 4대강에 대한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으나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4대강 국민검증단은 4대강 사업이 야기한 문제들을 조사한 결과 복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보도에서는 그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4대강 사업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입된 대규모 국가사업이다. 이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충분히 수행하지 않는 공영방송의 소극적인 태도가 무척 아쉽다. 국민이 신뢰하는 언론은 대상에 관계없이 의혹을 밝히고 문제를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KBS와 MBC가 그 역할을 다하여 신뢰받는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