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요한 축사가 돌발적으로 빠진 것에 당황했지만,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민지 활동가를 통해 사회자에게 이후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수정안’을 전했습니다. 수정안은 이렇습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언론학교 강사들이 모두 앞으로 나오는 시간이 있고, 이 때 언론학교 강사 중 두 분이 발언하도록 되어있었습니다. 성유보 선생님과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이었는데, 두 분의 발언은 공지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고, 이인영 최고위원은 행사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이인영
최고위원은 오시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 성유보 선생님에 이어 최민희 전 대표가 발언을 하시면 자연스럽게 최 전 대표의 누락된 축사를 대신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축사는
김영훈 위원장으로 끝내는 것이었지요.
유민지
활동가가 이런 내용의 ‘수정안’을 사회자에게 전한 뒤, 저는 최민희 전 대표에게는 ‘중간 순서에 발언을 해주시는 것으로 수정했으니 결례를 이해해
달라’는 요지의 문자를 찍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영훈 위원장님의 마지막 축사가 끝나자 사회자는 ‘죄송하다’며 자리에 앉아있는 최 전 대표에게 마이크를 주면서 축사를 권했습니다.
사회자께서
왜 제가 전한 주최측의 수정안을 받으시고도 이런 선택을 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사회자도 당황을 하셨거나 아니면 그 정도는 ‘사회자의
직권’이라 판단하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자가 저희의 수정안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은 행사가 끝난 뒤 확인했습니다.)
최
전 대표에게 거듭 ‘뒤늦은 축사’를 권하는 모습에 저는 정말로 당황했고,
저것이야말로
엄청난 결례라고 생각해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당사자인 최 전 대표 입장에서는 ‘마지못해 앉은자리에서라도 축사를 하라는 요구’로밖에 비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사에
오기 어렵다는 최 전 대표에게 축사를 맡기고, ‘순서가 앞쪽이기 때문에 절대 지각해서도 안된다’며 행사 직전까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던 저로서는
눈앞이 캄캄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최 전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일어서 ‘기분 나쁘다. 기분 나쁜 것을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상물 상영을 위해 주위가 어두워지자 자리를 떠나버렸습니다.
4. 정운현 선생의 글에 대한 유감
사회를
보시느라 애쓴 박수택 기자님께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행사를 진행한 주최측과 사회자가 최 전 대표에게 엄청난 결례를 한 것이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이후
최 전 대표가 보인 반응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릴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최 전 대표가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축사를 하는 게 더 아름다웠다’거나 ‘그 자리에 있던 나는 기분이 나빴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운현 선생이 이런 생각을 가진 몇 분의 말만 ‘전해 듣고’, 정확한 사실도 아닌 내용까지 담아 최민희 전 대표를 ‘오만불손’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은 매우 부당합니다. 정운현 선생이 언론인이기 때문에 이런 글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저에게 전화라도 한통
해주셨으면 이토록 당황스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행사진행의 실무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그날 행사에 참석하신 회원들과 내빈들께 매끄러운 진행을 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만약 행사장에
있었던 저희 회원들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일이라고 하시면 기꺼이 책임을 지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근거로 특정인을 비난하는 글이 쓰여진 데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날의 ‘해프닝’이 이런 식의 글로 회자되어야
할만큼 엄청난 일인지도 솔직히 의문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지적하거나 비판할 수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언론계에는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진짜 중요한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사족을 덧붙입니다.
솔직히
저와 활동가들은 최 전 대표에게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단지 축사를 빼먹었다는 이유만이 아닙니다. 최 전 대표님이 그런 자리에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없는 분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저희의 미숙한 준비로 최 전 대표님이 오해를 받는 게 아닐까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민언련과 최민희’의 관계는 저의 짧은 글로 다 담을 수 없는 눈물의 역사입니다. 언론학교 20주년 행사에서 최 전 대표의
축사는 그저그런 축사가 아닙니다. 적어도 최 전 대표가 민언련과 언론학교를 어떻게 키웠는지 아는 전현직 활동가들과 오랜 회원들에게는 저희가 이번
행사에서 내걸었던 ‘왔던 길을 성찰하고 나아갈 길’을 소통하고자 하는 자리였습니다.
어떤
행사든 한번 나서보려는 사람들의 의례적인 축사가 아니었고, 최 전 대표의 불쾌감은 단지 ‘얼굴 한번 내세우는 기회’가 박탈된 데 대한 천박한
분노가 아닙니다.
‘애정’, ‘비판’ 이런 이름으로 벌어지는 잘못된 비난과 공격, 이런 비난을 ‘호재’로 삼아 사태를 부풀리고 호도하는
사람들의 말에 회원님들께서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행사진행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당일 참석하신 회원님들과 내빈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 사무처장 김유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