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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중계]이른바 KBS 블랙리스트 파문,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 2013.09.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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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민주주의 후퇴의 한 사례...양심선언 나와야”
 

방송인 김미화 씨의 트위터 글로 촉발된 ‘KBS 블랙리스트’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가 “이른바 KBS ‘블랙리스트 파문’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블랙리스트 파문’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민주주의 후퇴와 표현의 자유 위축, 방송장악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과 방송과의 유착 혹은 굴종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 배경에 “정권의 초법적이고 반법치적인 권력 운용”을 지적했다.
박 처장은 “비판적인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고,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송인들이 출연 못하는 유무형의 가이드라인이 작동해 김제동, 윤도현, 정관용, 유창선, 또 손석희 교수도 출연 못하게 된 것 아니냐”며 “블랙리스트 만든 적도 없고 존재치도 않는다”는 주장은 달 가리키는데 손가락 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박 처장은 “영포게이트, 선진국민연대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정연주 전 사장 해임부터 시작해, 방송사 인사가 정상적인 과정이나 근거에 의해 작동하느냐”며 “김재철 사장이나 김인규 사장 등 MB 지근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사장으로 앉는 이상 방송 독립은 요원할 거라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과 KBS에서 특정 방송인들이 퇴출되는  과정을 사례를 통해 짚었다.
그는 “이병순 씨가 KBS 사장으로 취임한 뒤 첫 개편에서 정관용, 윤도현, 박인규 등이 모두 퇴출됐다. 또 'TV책을 말한다'는 2009년 신년 특집프로그램을 끝으로 바로 폐지됐다. 1월 1일에 신년 특집을 내보내고 프로그램을 폐지한 다른 경우를 알지 못한다. 이러니 진중권 씨가 출연한 다음에 폐지됐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당 정치인 등 권력층 인사들이 ‘규제’, ‘폐지’ 등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압박성 발언을 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 제작의 자유, 편성의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처장은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지지했던 교육평론가 이 범 씨가 6월 23일 이후 KBS1TV <행복한 교실>에서 하차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KBS는 이 씨의 하차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김미화 씨 발언에 대한 KBS 측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명옥 변호사는 “진실하고, 공공이익에 부합된다고 믿을 땐 명예훼손 책임이 없다”며 김미화 씨가 무죄라고 법리적 해석을 내렸다. 한 변호사는 “공영방송 내에서 어떤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교체한다는 건 공공적인 사안인데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윗선에서 통제하고 있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황”이라며 김 씨의 의혹제기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KBS 블랙리스트의 ‘피해 당사자’ 격인 시사평론가 유창선 씨는 KBS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KBS가 나의 교체를 두고 연초 분위기 쇄신이었다고 하는데, 내가 확인한 바로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당시 신문기사에 났던 기사를 보면 담당 피디, 작가 입에서 제작진이 참여하는 편집회의가 아니라 국장들이 아무런 이유를 피디들도 모르게 결정한 사항임을 알 수 있었다. 내부 입막음을 통해 무모한 거짓말 했는지 모르나, 남아있는 기록은 그게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KBS가 ‘적어도 문서로는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판단으로 저렇게 나오는 것 같은데, 문서로 있냐 없냐는 형식적인 것이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외부로 유출되면 큰 일이 날 텐데, 누가 그걸 문서로 만들어 회람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나도 당사자지만, KBS가 소송한다 해도 우리는 사실만 얘기했으니 100% 승리할 것”이라며 “이 기회에 그동안 KBS가 코드방송을 위해 특정인들의 출연을 봉쇄했는지 여부를 낱낱이 밝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겠나. 코드방송을 청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런 문제는 내부에서 구체적인 사례 몇 가지만 나오면 논란도 필요없다”며 내부 고발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KBS가 김미화 씨 등을 고소한 것은 ‘자충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블랙리스트 존재의 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KBS 내부 증언과 함께 외부에서의 조직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KBS 내부 인사로 토론회에 참석한 현상윤 PD는 “다행스러운 점은 KBS 내부에서 상식에 벗어난 온갖 행태에 분노하고 치욕감을 느끼는 구성원들이 늘어나고 있고, 총량은 줄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KBS의 모습에) 내부 구성원들이 부끄러움 느낄 수 있게 감시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