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_
[기자회견] 국정원·KBS, ‘수신료 거부 운동’이 그토록 두려웠나?- 국정원장은 사퇴하고 KBS는 ‘공영방송’의 정체성부터 찾아
참가자들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본분을 다했고 국민 앞에 떳떳하다면 이런 무리수를 쓸 필요가 없었다”며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KBS가 ‘권력의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 셈”이라고 일갈했다.
천준호 KYC 대표는 “이명박 정권을 찬양하는 방송을 일삼는 KBS를 그냥 둘 거냐”며 KBS 내부의 양심세력들이 나서서 싸워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수신료 거부운동을 준비해가겠다”고 밝혔다.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은 KBS가 ‘수신료거부 퍼포먼스’를 간섭하고, 방해한 데 대해 “KBS가 오히려 수신료 거부운동을 부추기고 있다”며 KBS의 즉각 사과와 함께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 회복 방안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국정원의 외압으로 행사에 차질을 빚은 진알시 누리꾼들이 이명박 정부와 국정원, KBS의 ‘정권 나팔수’ 행태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기자회견문]
국정원·KBS, ‘수신료 거부 운동’이 그토록 두려웠나?
- 국정원장은 사퇴하고 KBS는 ‘공영방송’의 정체성부터 찾아라누리꾼들이 조계사에서 열기로 했던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가 국정원의 압력으로 취소됐다.
당초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 등 누리꾼들은 1월 31일부터 1주일간 조계사에서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며, 2월 1일에는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도 예정되어 있었다. ‘한 곳만 바라보는 TV는 싫어요’라는 제목의 이 퍼포먼스는 수신료 납부 거부에 참여한 시민 100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이 기증한 텔레비전 수상기 100대로 백남준 비디오아트를 패러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28일 조계사 측이 갑자기 행사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고 진알시에 통보했고,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와 관련한 국정원과 KBS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9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계사 관계자는 ‘28일 KBS대외협력국, 국정원에서 전화가 왔고, 둘 다 수신료 반대운동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취소해줬으면 하는 뉘앙스였다’, ‘국정원에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굳이 취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등 외압 사실을 인정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외압 정황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정원 직원 권 씨가 ‘전화만’ 걸었던 것이 아니라 주지스님을 직접 찾아왔으며, ‘반정부적인 정치집회가 종단에 누가 되지 않겠느냐’, ‘총무원장 스님이 방북하는 시기에 조계사에서 반MB 집회를 하면 되겠냐’는 등의 겁박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종교단체까지 겁박하며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를 엄호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국정원의 방종과 탈선 행태는 ‘중증’에 이르렀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사찰, 사찰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명예훼손 고소, 설치미술 작품 ‘삽질 공화국’ 철거 압박, 세종시 수정안 반대 주민들에 대한 회유 의혹 등등 그 사례를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다.
민간을 사찰하고 구시대적인 ‘회유공작’을 시도하는가 하면, 예술가들의 비판정신을 찍어 누르겠다는 국정원의 이 같은 행태는 정권안보를 위해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았던 독재정권 시절의 바로 그 모습이다. 구시대로 퇴행한 국정원이 이제 조계사까지 드나들며 ‘배놔라 감놔라’ 압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명박 정권 아래 민주주의와 인권은 물론이고 종교의 권위도 짓밟히는 참담한 상황이다.
국정원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낱낱이 공개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라. 원세훈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잇따른 불법행위와 인권유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아울러 이명박 정권에 경고한다. 국정원이 민간사찰과 인권유린을 계속 저지르는 배경에는 ‘권력만 잡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이 정권의 반민주적 국정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국정원이 KBS 수신료 문제에까지 뛰어든 것은 이 정권이 KBS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장악했기 때문이다. ‘정권의 전리품’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제 멋대로 휘두르고 다녔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권이 계속 언론장악에나 열을 올리고, 권력을 잡았으니 무엇이든 밀어붙이면 된다는 반민주적 국정운영 방식을 고집한다면 그 부작용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한편 이번 사태로 KBS는 부끄러운 모습을 다시 한번 국민 앞에 드러냈다.
이명박 정권 아래 KBS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노골적인 정권홍보에 앞장서더니 기어이 네티즌들의 ‘수신료 거부 운동’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더 부끄러운 것은 KBS가 네티즌들의 퍼포먼스조차 두려워 사찰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KBS의 이 아무개 대외협력팀장은 조계사 측에 전화를 걸어 “이번 행사에 불교계가 관여한다면 엄청난 파장이 있어날 것이다. 이를(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한다. 행여 종교계가 KBS 수신료 거부 운동에 동참할까봐 “엄청난 파장” 운운하며 압박한 모양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본분을 다했고 국민 앞에 떳떳하다면 이런 무리수를 쓸 필요가 없다. KBS는 자신들이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하는 사실을 스스로 폭로한 것이다. 게다가 국정원까지 나서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를 취소시켜 버렸으니 KBS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진 꼴이다. ‘국민의 방송’ KBS가 국민이 아닌 국정원의 엄호를 받는다는 사실만큼 현재 KBS의 실상을 잘 말해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국민들은 KBS가 ‘권력의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되었다.
KBS가 수신료 거부 운동이 두렵다면 권력의 나팔수 행태를 중단하고 공영방송의 정체성부터 되찾아야 한다. 대통령의 특보를 맡았던 사람이 사장자리에 앉고, 정부 부처의 협찬을 받아 정권홍보 프로그램을 만들며, ‘땡전뉴스’ 뺨치는 대통령 홍보 뉴스가 넘치고,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KBS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막을 길이 없다.
KBS의 주인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KBS가 군부독재의 나팔수 노릇을 했을 때 국민들이 KBS를 어떻게 심판했는지 다시 한 번 엄중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끝>
2010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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