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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외국에는 '자전거·비데' 경품 없을까?
등록 2013.09.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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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외국에는 '자전거·비데' 경품 없을까?


지난해 4월부터 신문지국의 불법 경품 신고자를 대상으로 신고포상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고가 경품을 동원한 판촉이 신문시장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신고포상제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혹시 신고하면 지국으로부터 협박 등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에 <우리단체>는 오마이뉴스와 공동기획을 통해 많은 시민들에게 신고포상제를 정확하게 알리고, 신문시장을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정연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기고


▲ 사진은 아파트앞 도로에 자전거 경품을 내걸고 신문 구독신청을 받고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외국에는 정말 자전거나 비데 같은 고가 경품이 없나? 질문을 던져놓고 생각해보니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단 한 나라를 빼고 없다. 일본만 이렇게 고가의 경품을 쓴다는 기록을 봤을 뿐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 어디에서도 신문이 본 상품인지 경품이 본 상품인지 모를 정도의 고가 경품이 오간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일본의 경우, 신문시장 상황은 한국과 참 많이 닮아 보인다. 고가의 경품뿐만 아니라 신문 판촉을 둘러싼 살인 사건이 일어난 점도 비슷하다. 이 글의 주제를 위해 다시 한 번 되새김질을 해보는 일이 중요하다 싶어 '살인의 추억'을 잠시 떠올려 보자.

문제의 당사자는 역시 고가 경품 살포로 아직도 신문시장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덩치' 신문이었다. 96년 7월 고양시 남원당 지역에서 조선과 중앙일보 지국간에 판촉을 둘러싸고 심한 다툼을 하던 끝에 상대편 지국장을 살해하는 끔직한 일이 일어났다.

일본도 이보다 수년 앞서 신문 판촉원이 구독권유를 둘러싸고 시비하다 주부를 살해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이 일어나고 나서 신문업계가 야단법석을 떤 사실도 닮아 있다. 신문협회 차원의 자정 선언이 있고 이러저러한 제도를 만들고 다양한 노력을 한 점도 양국이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 시장의 과열경쟁은 여전하다. 한국에는 오죽했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신고포상금제도를 실시하고 있을까?

일본의 경우도 몇 년 전 자료이긴 하지만 고가의 경품이 여전해 보인다.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한 '신문 판매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동판매제도'라는 책자에는 2002년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한 자료가 나와 있다. 경품 제한액이 2000엔인데 전국지의 경우 유효 응답자의 55.2%가 한도액을 초과하는 경품 제의를 받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신문판매, 한국·일본과 외국의 다른 점


▲ 지난달 16일, 조선일보 지국으로부터 건내받은 '불법 경품'. 무료구독 6개월 계약서와 1만원 SK상품권 2장이다. 공정위에 신문 불공정 거래신고를 하며 증거자료로 제출한 사진.
ⓒ 오마이뉴스


일본과 한국만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일본 문화를 그대로 배워서 그렇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신문판매와 관련하여 일본과 한국이 다른 외국과 다른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 전국지가 같은 시장을 놓고 크게 경쟁하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지들은 독점 상황에 놓여 있다. 전국지라고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 뉴욕 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정도를 꼽는데 성격도 다르고 경쟁지역도 다르다.

전국에 다 뿌리기 위해 노력하는 신문은 유에스에이 투데이 정도이고 뉴욕 타임즈는 요구가 있는 곳에 판매를 하는 정도가 기본 태도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가 대중지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후자는 정론지적 성격이 강해서 목표 독자가 중첩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경제지라 성격이 다르다.

유럽의 많은 신문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경우, 신문이 정파적 성격이 강하고 나라에서도 이런 정파성을 권장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쉽사리 모든 신문이 같은 목표 독자를 놓고 피를 부르는 싸움을 해야 할 일이 별로 없다.

주별로 지역 색도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전국이 주고 지역이 일부가 되는 신문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처럼 전국지 숫자가 많지도 않고 야단스럽게 판촉을 하는 분위기와 거리가 먼 전통을 만들어왔다. 적당한 이윤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널리 전할 수 있으면 됐지 무한 이윤추구를 달성하려는 분위기가 아니다.

얼마 전 호주 출신의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영국에서 더 타임즈를 인수하여 구독료 할인 경쟁을 벌인 적이 있어 잠시 요란한 적 있었지만 길게 가지 않았다. 최근 무료지가 나오면서 경쟁을 유발하여 이윤과 관련하여 유럽 신문들이 다소 예민해져 있기는 하지만 살인적인 판촉 경쟁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신문 시장에서 불법 경품이 발붙이지 못하는 까닭은

유럽신문 시장에서 몰 합리한 고가 경품 제공 같은 사례를 쉽게 찾기 어려운 점은 신문이 그 사회 속에서 맡고 있는 기능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에도 있지만 공동판매제도가 널리 정착되어 있는 점도 한몫 한다.

도매와 소매를 관장하는 유통업체에게 판매와 배달을 위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유통업체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조직인 경우가 많아서 위법한 정도의 경품을 쓰는 행위는 이들 유통 조직에 의해 쉽게 적발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별 신문사가 꼼수를 피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공동판매제도가 한국과 일본에는 없다. 이 점이 한국과 일본이 유럽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와 다른 두 번째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어렵게 어렵게 지난해 공동판매가 아니라 공동배달을 전담할 신문유통원을 만들긴 했지만 이마저도 덩치 큰 신문사들의 여러 가지 방해로 쉽게 전국망을 갖추기 어려운 상태다.
고가의 경품이 뿌려지는 비정상적인 신문시장을 바로 잡을 방법은 무엇일까? 금품이 아니라 신문 질로 경쟁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언론복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독자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나 조금이라도 좋은 신문을 가려 사주는 일이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지만 쉽게 이루기 어려운 대안이기도 하다.

덩치 큰 신문사가 먼저 정신을 차리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권력이 되어 버린 언론사주들이 이를 스스로 놓기란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정치적인 분화가 일어나 신문도 서로 색깔이 달라지는 일도 상당히 유효한 방법인데, 지금 조금씩 조짐은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당장 달성될 일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당장 할 일은 정말 열심히 불법행위를 신고하고 신문 유통원과 같은 조직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도록 밀어주고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우선 이런 일들이라도 열심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