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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입니다"... "뭐야! 카메라 안 치워?"
등록 2013.09.3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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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입니다"... "뭐야! 카메라 안 치워?"
현장출동에 잠복근무까지... 민언련 불법경품 신고처리반


지난해 4월부터 신문지국의 불법 경품 신고자를 대상으로 신고포상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고가 경품을 동원한 판촉이 신문시장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신고포상제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혹시 신고하면 지국으로부터 협박 등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에 <우리단체>는 오마이뉴스와 공동기획을 통해 많은 시민들에게 신고포상제를 정확하게 알리고, 신문시장을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조선일보>의 불법 판촉 행위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진은 지난 2003년 1월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자전거 신문 판촉사원들이 트럭에 싣고 온 자전거를 내리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당신들 뭐야! 어디서 나왔어!?"
"아저씨들, 이거 불법인거 아시죠?"
"카메라 안 치워!"
"자전거로 판촉하시면 안 돼요…."
"몰라! 안 갈 거야?"

2004년 서대문에 위치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실 근처 시장 입구에서 <조선일보>가 자전거 경품을 걸고 불법판촉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득달갔이 달려갔으나, 상황은 험악했다. 비디오카메라로 불법판촉 현장을 찍으려 하자 판촉사원들이 거칠게 나온 것이다.

실랑이를 하면서도 불법판촉의 증거를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와 다투는 것이 판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이들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목청을 높이는 이런 적반하장의 상황을 겪으면 정말 씁쓸하다.

솔직히 현장출장은 좀 무서워요

나는 민언련에서 신문시장 정상화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신문 지국들이 신문고시를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고, 독자들로부터 불법 경품 제보를 받아 처리하는 것이 내 일이다. 불법경품에 대응하는 방법을 묻는 시민들에게 신고 요령을 알려주거나 시민들을 대신해서 공정위에 신고를 해준다. 종종 불법경품 제공의 현장으로 '출동'하기도 한다.

'현장 출동'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때에는 신고해 준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신고포상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여기 ○○동 ○○○ 아파트인데 지금 ○○일보가 우리 동네에서 상품권을 돌리고 있다, 어떻게 좀 해달라"는 내용의 제보가 많았다. 불법판촉에 대응할 아무런 수단이 없는 독자들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민언련에 전화를 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대응이 되었던 셈이다.

이런 제보를 접하면 무조건 현장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판촉사원들이 사라져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가 막혀 현장에 도착하는 데에만 2시간이 넘게 걸려 '허탕'을 치고 돌아온 때도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복근무'를 했다가 비만 쫄딱 맞고 돌아온 적도 있다.

가끔 '운이 좋아서' 불법판촉 현장을 포착하게 되면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막무가내인 판촉사원들과 부딪힐 때면 솔직히 좀 무섭다. 그래서 가능한 현장 출동은 덩치가 좀 있는 남자 활동가나 회원들이 함께 가지만 '압도적 수의 우세'가 아닌 경우는 (혹시라도 폭력을 쓸까봐) 여전히 조마조마하다.

▲ 지난 11월 민언련 활동가가 찍은 화면. 지국 관계자가 시민들을 좇아다니며 신문구독을 권유하고 있다.
ⓒ 민언련



[사례①] 판촉사원들, 신문을 팔지만 말고 좀 읽으시지

작년 12월경. 훤칠하게 잘생긴 20대 청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아버지가 집에 계시는데 <조선일보> 판촉사원이 찾아와 무가지 12개월에 백화점 상품권 3만원을 제시하며 구독을 권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버지 이름으로 작성된 구독계약서와 백화점 상품권을 주었다. 그런데, 아버지 이름이 눈에 익었다.

"혹시? 아버님이 그…."
"네, 맞는데요."

그 청년의 아버지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노동운동가였다. 판촉요원이 평소 신문이나 방송에서 노동관련 뉴스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봤다면 절대로 불법판촉을 할 수 없었을 텐데, 참으로 딱한 일이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다시 그 청년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이 <중앙일보> 판촉사원으로부터 6개월의 무가지와 현금 3만원을 미끼로 판촉을 받았다는 것이다. 틈만 나면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보수언론과 노동운동가 집안은 참으로 '악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례②] 불법 신고했는데 3개월 뒤 다시 판촉

4개월에 걸쳐 3건을 제보한 시민도 있다. 마포에 사는 한 시민은 지난해 9월 <조선일보>, 10월에 <중앙일보>, 12월에 다시 <조선일보>의 불법경품 제공 사례를 제보했다.

9월에 구독신청을 받아갔던 <조선일보>는 신고사실을 눈치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문 투입을 중단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12월에 불법경품을 들고 또 찾아왔다는 것이다. 판촉에 열을 올리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중앙일보>는 무가지 5개월에 스포츠 신문 끼워주기, 256메가급 MP3플레이어를 주며 구독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 세 건은 모두 공정위에 신고되었고, 이 가운데 <중앙일보> 신고에 대해 70여 만 원의 포상금이 나왔다.

이 분은 공정위로부터 받은 포상금 전액을 민언련에 후원했다. 액수가 너무 많다고 사양했으나 자신은 돈 때문에 신고를 한 게 아니라 "거대신문들이 이런 짓을 하는 꼴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신고를 한 것"이라며 "좋은 일에 써달라"고 굳이 맡겼다.


[사례③] 이사 첫날, 한 가족 두 신고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이사온 첫 날부터 판촉사원의 불법경품 유혹을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 5월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간 주부 A씨. 아파트 입구에서 <동아일보> 판촉사원으로부터 무가지 5개월에 현금 5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민언련 회원이었던 A씨는 구독계약서를 작성한 후 곧장 민언련에 제보했다.

그런데, 저녁 무렵 다른 가족이 무가지 6개월에 4만원 상품권을 주겠다는 <중앙일보: 판촉사원을 만난 것. 그도 구독계약서와 4만원 상품권을 받아와 민언련에 제보했다.

A씨 가족의 제보 2건도 모두 공정위에 신고되어 처리 중이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이사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판촉은 일반 주택가보다 경품이 훨씬 '파격적'이다. 한번 이사를 오면 최소한 1년 이상은 거주할 것으로 보고, 신문구독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금까지 동원해 독자들 잡으려고 지국마다 혈안이 되어 판촉을 벌인다.

▲ 공정위 민원신고센터의 신문불공정거래신고 메뉴.

ⓒ 오마이뉴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너무하다고요?

특히 요즘 들어서는 일명 '프리랜서' 판촉사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이들은 몇몇 큰 신문들을 대상으로 구독자를 유치하는데, 구독자를 확보하면 일정 금액의 '커미션'을 받는 형식이다.

신문본사와 신문지국, '프리랜서'들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작동되는지, 본사가 어떻게 불법판촉에 개입하는지 공정위가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

최근 민언련은 서울지역의 아파트 단지와 근처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신고포상제 홍보를 하고 있다.

홍보를 하다보면 의외로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신고포상제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신고포상제를 어렴풋이 알더라도 불법경품의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 하다. 때로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냥 넘어가지"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신문 경품이 왜 그렇게 큰 문제인지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특히 신문이 '여론상품'이고, 비싼 경품을 주면서 판촉을 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일 뿐 아니라 거대 신문의 '여론독과점'을 초래한다는 점을 간단히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또 불법경품이 신문지국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신문사들이 어떻게 지국을 압박하고, 과열 경쟁으로 내모는지 설명하는 것도 어렵다.

부자신문 횡포 막는 날까지 난 발품 팔고 다닌다

하지만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사명감과 오기 같은 것이 생긴다. 서울지역의 아파트 단지를 일일이 돌면서 홍보물을 배포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고포상제를 알리는 것이 신문시장 정상화와 부자신문들의 횡포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품을 팔고 다닌다.

말로만 신문시장의 파행을 한탄하고, 부자신문들을 비난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시민들을 믿고 성심을 다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캠페인에 나간다.

시민 여러분, 경품으로 시장의 질서를 깨뜨리고 여론시장을 독과점하는 불법판촉, 꼭 신고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