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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국민행동이 지난 2004년 6월 14일 개최한 신문시장 불법 경품 무가지 실태 고발 전시회. 지나가던 한 시민이 시켜보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
2005년 11월 29일이었습니다. 유치원에서 나오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만난 그는 조선일보 판촉요원이었습니다. 그는 조선일보를 구독하면 집 근처 H플러스 상품권 3만원을 준다고 하더군요. 물론 6개월
동안 신문을 공짜로 넣어 준다고 했습니다.
판촉사원이 던진 '미끼'
처음에는 구독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구슬리면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판촉사원이 계속 쫓아오면서
'미끼'를 던졌습니다. <조선일보>에서 나오는 '맛있는 한자' 만화책도 준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안 본다고 하니까
<헤럴드경제>를 <조선일보>와 같이 계속 넣어 준다고 했습니다.
"그럼 볼까?"
전 잘못 알아 듣는 척 하면서 "뭐라고요? 뭐 해주신다고요"라고 되물으며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1주일여 남짓. <조선일보> 무가지 6개월, <헤럴드경제>, 맛있는 한자, 대형마트 상품권
3만원을 모아놓고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12월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습니다. 그간 들어 온 신문도 함께 찍어서
말입니다.
그 뒤 저는 신문시장 신고포상제 덕분에 포상금 205만원을 받았습니다. 로또복권 3등 당첨금정도 되나요? 로또복권
1등 당첨확률이 821만분의 1이라는 것은 아시죠?
제가 좀 '황당한 돈벌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눈팅' 회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언련
홈페이지를 눈팅하던 중에 신문시장 신고포상제가 2005년 4월부터 실행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제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애썼는데
그 좋은 제도를 활용해 돈도 벌고 신고포상제의 존재가치, 취지를 잘 살리는 일이 저 같은 '눈팅' 회원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30만원, 이웃 아주머니는 6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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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구독하면 집 근처 H플러스 상품권 3만원을 준다고 했다. 사진은 올초 <조선일보> 한 지국이 경품으로 돌린
백화점 상품권. |
남편도 사무실로 찾아온 <조선일보> 판촉사원에게 핸드형 청소기와 무가지 6개월을 받기로 하고 계약서도 잘
썼는데 포상금을 30만원밖에 받지 못했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 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지국에서 독자카드를 없앴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조선일보>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게 너무 싫어서 이틀 만에 "<조선일보>를 고발하기
위해 본다. 내일부터 신문 넣지 말아라"라고 조선일보 지국에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지국에서는 당연히 남편의 독자카드를 없앴을 것입니다. 남편이 작성한 계약서는 있지만 독자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받은 포상금 액수와 차이가 났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저랑 같은 날 함께 고발한 이웃 아파트의 한 아주머니는 61만원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이 분은 신문판촉사원을 너무
'반갑게' 맞이 하는 바람에 경품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좋은 일하고 돈도 벌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이지요.
매일 아침 배달되는 '증거자료'
저는 신고 뒤에도 공정위가 조사를 마친 뒤 통보를 해올 때까지 조선일보를 잘 모아두었습니다. 신문이라기보다는
증거자료였습니다. 덕분에 아침마다 1면 머리기사를 보며 '뜨악'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받은 포상금은 저희 딸아이 '늦봄 문익환학교' 입학금으로 냈답니다. <조선일보> 덕분에 생긴
장학금으로 제 딸은 문 목사님의 뒤를 이어 통일과 민족을 위해 열심히 싸울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조선일보>여,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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