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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고 나열하는’ 정책보도, 공보물과 다를 바 없다
등록 2022.05.2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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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 : 민언련 2차 신문모니터보고서

 

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은 4월 28일 출범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5월 9일(월)부터 5월 14일(토)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한국일보),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한국경제) 지면 선거보도에 대한 2차 양적 분석 결과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작성해 5월 20일(금) 발표했습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5월 13일 마감됐습니다. 2,324개 선거구에 총 7,616명이 등록했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습니다. 후보 7천여 명이 내가 사는 동네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갖가지 공약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어떤 정책이 나왔고, 얼마나 내 삶에 도움이 될지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지난 5월 1주차 신문은 지방선거보다 재보궐 선거,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등 전국 의제에 관심이 더 높았는데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5월 2주차 언론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고,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늘어난 지방선거보도, 교육감 단일화 공방 중계 영향도

5월 9일부터 14일까지 지방선거가 언급된 보도는 총 293건으로 그중 ‘지방선거’를 주요하게 다룬 보도는 129건(44%)입니다. 5월 1주차 지방선거 언급보도 256건, 지방선거 중점보도 83건(32%)에 비해 46건(12%p)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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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언급 보도 주제

보도 건수(%)

지방선거

129건(44%)

재보궐선거

36건(12%)

인사청문회‧인선

30건(10%)

추가경정예산

28건(10%)

성비위사건

22건(8%)

기타

48건(16%)

합계

293건(100%)

△ 5월 2주차 지방선거 언급 보도 주제별 보도 건수(5/9~5/14)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방선거 중점보도 129건이 다루는 주제도 살펴봤습니다. 한 기사에 여러 주제가 포함된 경우 최대 3개까지 중복 계산했습니다. 총 언급된 주제는 180개였고, ‘단일화‧공천‧경선’ 보도가 46건(26%)으로 전체 4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후보 등록 마감 직전까지 교육감 등에서 단일화가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책 단일화’와 같은 정책 내용 대신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을 중계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단일화 관련 보도 46건 중 정책․공약도 함께 언급한 보도는 4건입니다. 그 뒤로 ‘정책‧공약’ 35건(19%), ‘후보 행보‧이벤트’ 20건(11%) 순으로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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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보도 주제

보도 건수(%)

단일화‧공천‧경선

46건(26%)

정책‧공약

35건(19%)

행보‧이벤트

20건(11%)

후보자 정보

16건(9%)

판세분석

11건(6%)

후보자 의혹‧논란

7건(4%)

정당‧후보 선거전략

7건(4%)

여론조사

7건(4%)

기타

31건(17%)

합계

180건(100%)

△ 5월 2주차 지방선거 보도 주제별 보도 건수(5/9~5/14)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보도가 2위? 내용은 ‘공보물’ 다를 바 없다

지방선거 중점보도 129건 중 ‘정책‧공약’ 주제가 두 번째로 많이 다뤄졌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그러나 지방선거 정책보도 상당수는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받아쓰고’, ‘나열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동아일보 <김동연 “노인일자리 확충”…김은혜 “임플란트 무상지원 확대”>(5월 9일 이윤태 기자)는 어버이날을 맞아 거대양당의 경기지사 후보들이 내놓은 장년층 관련 공약을 소개한 내용인데요. “6·1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어버이날을 맞아 나란히 노인 표심 공략에 나섰다”는 첫 문장을 제외하고는 두 후보 발언을 받아쓰는 것으로 기사 전부를 채웠습니다.

 

한국일보 대구경북 지역면에 실린 <대구시교육감 선거도 ‘무투표’ 당선 면했다>(5월 12일 정광진 기자)는 대구시교육감에 출마한 “보수성향의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진보진영에서” 나온 “엄창옥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두 후보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강은희 현 대구시교육감의 “△지혜롭게 살아가는 힘인 학습역량 향상 △따뜻한 마음을 키워 사랍답게 살아가는 힘인 인성 함양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더 넓고 두터운 교육복지 확대”, 엄창옥 교수의 “△대구시민이 함께 참여를 통해 대구교육 백년대계 구상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교사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교육 질 향상”과 같이 두 후보의 공약을 소개했는데요. 단순히 추상적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을 뿐, 자세한 내용을 따져 묻는 등 검증 없이 공보물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정책보도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의미 있는 보도로 볼 수 있으나, 유권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보도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반면, 한국일보 <“수원 군공항, 화성에 롬기려 명칭 변경 꼼수”…화성시민 또 뿔났다>(5월 10일 임명수 기자)는 경기지사 유력후보들이 내놓은 ‘수원 군공항 이전’ 공약이 “화성시로의 공항 이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이라 짚으며 화성 시민 반응과 후보 답변을 전하며 구체적으로 정책을 살펴보려 했습니다. 한겨레 ‘선택 6·1 쟁점 공약’ 시리즈 <김은혜 “이재명 기본시리즈 등 폐지” 김동연 “청년기본소득 발전시킬 것”>(5월 10일 김기성 기자)는 후보별‧지역별 쟁점 공약을 자세히 설명하고 어떤 전략이 숨어 있는지 알아보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지난 3월 대선 당시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공약과 큰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등 군소후보 정책도 함께 보도했습니다.

 

교육감 선거보도, 정책 경쟁 유도할 순 없나

부실한 정책․공약 보도의 아쉬움은 교육감 선거보도에서 특히 두드려졌습니다. 후보 등록을 앞두고도 단일화 갈등이 이어지면서, 언론도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에 초점을 두거나 아예 교육감 선거는 외면하는 흐름이 보였습니다.

 

5월 2주차 교육감 선거보도는 중앙일보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 7건, 경향신문‧한국경제 각 4건 순입니다. 한겨레는 해당 기간 8개 신문 중 유일하게 교육감 선거 관련 기사를 한 건도 내지 않았습니다. 교육감 선거를 다룬 기사는 총 31건인데 주제를 중복 계산해 살펴본 결과, 총 44건의 주제 중 19건(43%)이 단일화에 쏠려 있습니다. 교육감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살펴본 보도는 5건(11%), 후보에 관한 기본 정보를 살펴본 보도는 3건(7%)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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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명

보도 건수

경향신문

4건

동아일보

3건

조선일보

7건

중앙일보

10건

한겨레

0건

한국일보

2건

매일경제

1건

한국경제

4건

합계

31건

 

△ 5월 2주차 교육감 선거보도 건수(5/9~5/14)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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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보도 주제

보도 건수(%)

단일화·공천·경선

19건(43%)

정책·공약

5건(11%)

행보·이벤트

4건(9%)

후보자 정보

3건(7%)

후보자 의혹․논란

1건(2%)

정당·후보 선거전략

1건(2%)

판세분석

1건(2%)

기타

10건(23%)

합계

44건(100%)

△ 5월 2주차 교육감 선거보도 주제별 보도 건수(5/9~5/14) ©민주언론시민연합

 

일부 지역 교육감 후보가 단일화에 골몰한다고 해서 언론이 단일화 상황을 중계하는데 그치거나 아예 교육감 선거를 보도하지 않는 방식은 유권자의 무관심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경우 단일화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7명 후보가 정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정시확대 등의 공약도 있고,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논의해야 할 주제도 많습니다.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 즉 공중에게 중요한 주제를 선제적으로 보도 정책 단일화, 정책 경쟁을 촉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선일보, 교육감 특정 후보 당선되면 “학생 희생”

정책을 다룬 교육감 선거보도라 하더라도, 정책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보다 좌우 편가르기하거나 특정 후보자에게 공정하지 않은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나 아니면 안 된다’는 어느 교육감 후보>(5월 9일)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단일화를 거부한 조영달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거부하면)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체제 연장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학생들이 또다시 희생된다면 그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라고 다그쳤습니다. 예비후보인 조희연 현 교육감이 당선되면 ‘학생들이 희생’된다며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 견해를 드러낸 겁니다.

 

조선일보 <“좌파가 교육 권력 잡은지 8년 학력은 추락, 사교육비는 최고치 보수 또 분열해 교육감 내주면 학생·학부모 피해 계속돼”>(5월 9일 김승범 기자)는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과 서울시 교육을 되돌아보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진보 세력이 장악한 교육 권력을 어떻게 평가하나”라고 질문했는데요. 예비후보로 출마한 현 교육감이 재임한 때는 “진보 세력이 장악”했다고 표현해 예비후보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하기도 전에 편향적 어휘로 질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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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감 단일화 거부한 조영달 후보를 질타한 조선일보(5/9)

 

시행 15년째를 맞은 교육감 직선제는 임명제였다가 1990년부터 학부모 대표와 교육위원이 뽑는 간선제를 거쳐 지금 방식으로 치르게 됐습니다. 교육 자치를 실현하고, 탈정치화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직선제가 시행됐지만, 매번 유권자 관심이 낮아 교육감 선거 때마다 임명제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보도가 교육감 정책 관련 보도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 전에 언론은 교육감 후보의 공약을 시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충분히 보도해 왔는지, 탈정치화를 위해 시행된 직선제 후보들에게 객관적인 정책 평가 대신 ‘색깔’을 씌우는 보도를 해온 건 아닌지 돌아보는 게 먼저일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5월 9일~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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