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보고서
포털뉴스모니터_
[포털뉴스 모니터] 대선 막판에도 가벼운 뉴스로 들끓은 포털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에서 작성해 3월 8일 발표했습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마지막 주(2월 28일~3월 6일) 정치권은 박빙의 판세 속에 막판 부동층 표심 잡기에 주력했고 언론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여기에 쏠렸다. 단연 눈길을 끈 것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이슈였다. 여야는 상대방의 말실수와 비리 의혹 등을 꼬투리로 흠집 내기에도 열을 올렸고 언론도 이를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의 대선 포털 뉴스 모니터링 다섯 번째 보고서는 대선 마지막 주 언론이 쏟아낸 기사들이 포털에서 어떻게 소비됐는지 살펴봤다.
'심층 분석'보단 '단순 전달'에 클릭 집중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지난 3일 전격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대선 투표를 엿새,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두고 판세를 흔들 수 있는 대형 정치 이벤트였다. 언론은 두 후보의 단일화를 앞다퉈 보도하면서 그 의미를 짚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한겨레는 3일자 3면 기사에서 다당제를 내걸었던 안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배경을 분석하고 이를 '철수 정치'로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5면 기사에서 안 후보가 다당제라는 '어음'보다 2인자라는 '현찰'을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면에 실린 이들 기사는 대선 포털 뉴스 모니터링 표본(네이버 '언론사별 많이 본 기사' 상위 5개)에는 못 들었다. 표본에는 단일화 사실을 단순 전달한 기사와 두 후보가 캔맥주로 건배하고 윤 후보가 '종이 쪼가리 말고 날 믿으라'고 말했다는 데 주목한 '막전막후' 기사가 많았다. 단일화 직전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지율 변화를 전망한 기사도 다수였다. 단일화를 앞두고는 조선일보의 2월 28일 <안철수 "尹 뽑으면 1년 후 손 자르고 싶을 것" 정청래 "명연설">과 같이 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발언을 병치함으로써 단일화를 압박하는 듯한 기사도 모니터링 표본에 포함됐다.
특정 후보의 이미지 실추를 겨냥한 선정적 보도에는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에도 '클릭'이 집중됐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해온 배우 김부선 씨가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손가락에 검은색 줄이 있다고 말한 것은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돼 많이 본 기사 상위권에 올랐다.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부인 김건희 씨로부터 '성 상납'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도 조회 수가 급등해 포털 뉴스 모니터링 표본에 들었다. 지지자들에겐 '사이다'이지만, 반대 진영 사람들의 공감은 못 얻는 논객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이른바 따옴표 기사가 많이 읽히는 현실도 여전했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업무를 감당할 수 없어 당선이 안 될 것이라는 취지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이재명 후보의 말을 두고 "당신도 인간이냐"며 쏘아붙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SNS 글은 많이 본 기사 상위권에 올랐다.
정책 기사 비중은 더 줄어
대선을 눈앞에 두고 여야 후보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들의 배우자는 상대적으로 초점에서 밀려났다. 대선 포털 뉴스 모니터링 팀이 분석한 지난달 28일~이달 6일 기사 표본을 주제별로 분류하면 '후보 관련 논란' 기사가 64건으로 분석 대상(599건)의 11%였고 배우자를 포함한 '후보 관계자 논란'은 35건으로 6%였다. 한 주 전(2월 21~27일)만 해도 후보 관계자 논란 기사는 57건으로 분석 대상(541건)의 11%를 차지했다.
기사를 등장 인물로 분류해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지난달 28일~이달 6일 기사 표본 중 기사 등장 인물에 '윤석열'이 포함된 것은 47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재명'(375건)과 '안철수'(280건)가 뒤를 이었다. '김건희'가 등장 인물인 기사는 46건이었고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은 12건에 그쳤다.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이 한창이던 2월 둘째 주(7~13일)만 해도 등장 인물이 김건희인 기사는 61건이었고 김혜경은 105건에 달했다.
대선 기간 포털에서 주목을 못 받았던 정책 기사는 마지막 주엔 더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해당 기간 포털 뉴스 모니터링 표본 중 비정책 기사는 593건으로, 정책 기사(6건)를 압도했다. 정책 기사의 비중이 1%에 불과했던 셈이다. 비정책 기사와 정책 기사가 각각 542건, 19건이었던 한 주 전보다 차이가 벌어졌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정책 대결보다는 정치 이벤트와 상대방 흠집 내기에 주력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마지막 주에도 의미 있는 정책 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8일 대선 후보별 젠더 공약을 심층 분석한 데 이어 이달 3일에는 전문가들과 논설위원들의 주도로 차기 정부의 정책 과제를 분야별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겨레도 지난 2일 대선 후보별 청년 금융 공약을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 기사는 포털에선 주목을 받지 못했다.
△ 포털 ‘많이 본 뉴스’ 중 기사 주제 분포
포털 뉴스 모니터링 표본을 취재 방식에 따라 분류하면 직접 인용된 취재원이 한 명도 없는 기사가 557건으로 분석 대상(598건)의 93%에 달했다. 기자가 취재원과 만나거나 통화하지 않고 쓴 기사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사실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친 기사가 포털에서 많이 읽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접 인용된 취재원이 1명인 기사는 36건이었고 2명 이상인 기사는 5건에 불과했다.
대선의 목전에서 포털을 생각한다
20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루 앞두고 대선 포털 뉴스 모니터링의 마지막 보고서를 마무리한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공동체의 시민들이 참여한 이성적 토론의 결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공론장을 이끌어 나가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약 80%가 포털로 뉴스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언론의 문제는 포털의 문제와 직결된다. 대선 포털 뉴스 모니터링 보고서가 누차 지적했듯 포털에서는 선정적인 기사, 자극적인 기사, 편파적인 기사,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 과정 없이 SNS 등의 글을 그대로 옮긴 따옴표 기사 등이 주목을 끌었다. 힘든 취재로 사실을 확인하고 그 의미를 심층 분석한 기사는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언론은 이성적 토론의 촉매가 되기보다는 진영 간 적대감을 부추기거나 가십 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 포털 ‘많이 본 뉴스’ 중 정책정보유형 분석 결과
△ 포털 ‘많이 본 뉴스’ 중 직접 인용된 취재원 수 분석 결과
양심과 철학에 따라 기사를 선정하고 배치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편집인이 포털에선 '알고리즘'으로 대체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언론계에선 너도나도 '탈(脫) 포털'을 얘기하지만, 포털이 한동안 뉴스 소비의 중심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포털 개혁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 언론의 하향 평준화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