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보고서
언론모니터_
조선일보 “윤 결단과 안 용단” 나홀로 찬사, 언론인가 캠프인가조선일보가 또 다시 선거의 ‘플레이어’로 나섰습니다. 대선 기간 내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의 단일화를 압박해온 조선일보는 단일화 성사 다음 날인 3월 4일 흔한 원론적인 비판 단 한 줄도 싣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로 단일화가 ‘정권교체 여론 따른 순리’라고 강조하며 단일화 효과 극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과도한 정파성의 표본입니다.
조선일보 홀로 ‘결단과 용단’ 찬사
안철수 후보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대 양당 중심 정치를 비판하고 다당제를 강조하며 단일화 가능성을 부정해 온 만큼, 법정 3차 TV토론 직후 심야회동으로 결정된 이번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급작스러운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런 단일화에 대해 사설 제목부터 “윤 결단과 안 용단으로 단일화, 정권교체 여론 따른 순리”라며 극찬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은 정권 유지론보다 10%이상 앞섰다”며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유권자들의 대세가 정권교체라는 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하자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은 칼럼에서 “정권교체 운운하며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는 것도 그의 판단력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제18대 대선 당시 선거 11일을 앞둔 2012년 12월 7~8일 KSOI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52.5%)는 정권유지 여론(39.9%)보다 12.6% 높았습니다.
반면, 다른 언론의 평가는 복합적입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갈지자 언행으로 정치를 희화화하고 지지층·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한겨레는 “‘닥치고 단일화’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단일화 협상 과정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표하며 ‘결선투표제’를 대안으로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와 이재명·김동연 단일화를 둘 다 언급하며 “단일화했다는 사실만 강조하면서 표몰이에 열중한다면 단일화는 협치 아닌 권력 나눠먹기용 야합에 불과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남은 선거 기간 ‘선의의 정책·비전 경쟁’을 주문했습니다. 한국일보는 ‘통합정부론’에 주목하며 “유권자들로선 누가 통합정부의 적임자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 3월 4일 6개 주요 일간지 1면
1면 편집부터 단일화 온도차 보이는 신문들
신문 1면 머리기사를 봐도 조선일보와 다른 신문의 차이가 확연하게 보입니다. 경향신문은 중도층 향방에 주목했고 한겨레는 ‘완주 한다더니 단일화’라며 부정적인 제목을 붙였습니다. 중앙일보는 단일화 효과에 대해 ‘정권교체 응답층의 갈등을 해소해준 측면이 있다’는 평가에 무게를 뒀으나 중간제목에서 ‘중도 퍼즐 완성 기세 올라’, ‘이재명 지지층 결집 계기’라는 여야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안철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 사진을 같이 배치했고 한국일보는 이재명-김동연 후보 단일화와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모습을 나란히 배치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발표 내용만 전달하고, 여당 반응은 더불어민주당 측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 발언만 소개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도 국민의힘 측이 이재명 후보가 김동연 후보와 단일화한 것을 언급하며 “자기가 하면 착한 단일화, 남이 하면 나쁜 단일화인가”라고 되받았다는 발언을 덧붙인 내용입니다. 1면 단일화 보도 바로 옆에 조선일보·TV조선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중 ‘정부가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지’를 묻는 결과를 나란히 배치하고, “코로나19와 관련해 거리두기 완화 등 정부 조치를 ‘선거용’으로 보는 유권자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자체가 ‘선거용’이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노골적 단일화 압박, 바람잡이 넘어 ‘선수’로 뛰다
조선일보는 사실상 선거기간 내내 단일화를 압박해 왔습니다. 안철수 후보 행보를 보도할 때마다 단일화 키워드가 따라다녔습니다. 2022대선미디어감시연대 모니터보고서에 따르면, 2월 8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자 다음날 조선일보는 <야 단일화 교착에…시민사회 “국민의 명령” 집단성명>이란 기사를 내고 “시민사회 인사들은 9~10일 윤·안 후보의 ‘연합정치’와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면서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2월 17일 안철수 후보의 ‘유세차 사망사고’ 당시에도 윤석열 후보가 장례식장에서 안철수 후보와 손을 맞잡은 사진을 싣고 “양측 관계자들 사이에선 ‘(단일화에)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는 말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설과 칼럼으로도 주요 국면마다 단일화에 부정적인 안철수 후보를 맹폭했습니다. 2월 17일 양상훈 주필은 <양상훈 칼럼/지금 야 후보의 국민에 대한 예의> 칼럼에서 “안철수 후보가 여론조사 경선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며 “윤 후보가 안 후보와 단일화하는 데 진정성 있게 성의를 다해야 하는 것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했습니다. 2월 21일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사설/단일화 시간만 끈 尹, 정권 교체와 거꾸로 간 安>에서 조선일보는 “다시 한번 단일화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윤 후보가 진심을 보인다면 안 후보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죠. 2월 27일 단일화 협상 결렬 책임 공방이 벌어지자 <사설/尹·安의 단일화 협상 난항, 진짜 이유가 뭔지 의아하다>를 통해 안철수 후보가 내세웠던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놓고 “누가 봐도 상식을 벗어난 후보 결정 방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이런 압박이 먹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두 후보 간 단일화는 이뤄졌습니다. 대부분 언론의 보도대로 단일화로 인한 선거 향방은 예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이처럼 오직 특정 지지층의 선호만을 ‘국민 여론’이라고 칭하며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그들만을 위한 선거보도를 해왔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언론이 이런 보도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정치의 심판이 아닌, 플레이어로 뛰는 언론의 문제점은 그대로일 것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긴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월 15일~2022년 3월 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단일화 관련 지면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