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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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없는 대선, 노동공약 없고 발언하지 않는 후보에게 책임 물어야편파적·형식적인 한계 벗어나지 못한 언론의 검증보도
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에서 작성해 3월 2일 발표했습니다.
20대 대선은 ‘노동없는 대선’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대 대선의 전체 유권자 44,197,692명 가운데 62.45%인 2,760만 명이 임금노동자와 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 자영업자 등 ‘일하는 시민’임에도 ‘노동’이 주요 의제로 등장하지 않는 1차적 원인은 주요 후보 중 윤석열·안철수 후보가 노동 공약을 발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재명 후보가 적극적으로 노동 의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 것도 주요한 원인입니다.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의 노동 정책은 ‘노동이사제 반대’, ‘강성 귀족노조 혁파’, ‘중대재해처벌법 폐지’, ‘주52시간제 완화’, ‘최저임금 지역별·직종별 차등’ 등 부분적인 발언을 통해 유추하거나 일부 언론사의 질의에 대한 답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마저도 일관성이 없어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언론의 검증보도가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고용/노동 기획 보고서는 2월 21일부터 27일 일주일 동안, 9개 종합일간지(경향, 국민, 서울, 동아,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일보)와 2개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3개 지상파(KBS, MBC, SBS)와 YTN, 연합뉴스를 대상으로 작성했습니다.
(1) 노동공약 없고, 노동의제 발언 않는 대선 후보, 노동 지운 책임 물어야
일하는 사람들이 전체 유권자의 2/3를 차지하고 있지만 주요 후보들이 노동 공약을 발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언론 보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경향신문은 24일, <2주 뒤 선거인데・・・’노동 고민’ 없는 윤석열・안철수> 기사에서 “20대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동공약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면서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가 노동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질의에 답변하지도 않고 토론회 참여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정책 검증이 더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윤 후보의 경우 “근로시간 등 노사자율 결정 분야 확대, 연공급 임금 체계를 유연하고 공정한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로 개선, 합리적 노사관계의 정립”이라는 노동 관련 내용이 있지만,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보호와 비정규직 차별 해소, 산재사고 감축 등 산적해있는 노동 현안에 비하면 협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경제는 2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약집을 통해 ‘노동조합 자녀 채용 우대 금지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적용으로 공정한 노사관계를 확립하겠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8일 동안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거리 대중 연설 키워드를 전수 분석했는데(https://www.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2202231759001), 기후위기・인권・여성・노동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 후보의 경우는 ‘소년공 출신’이라는 자신의 경험과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입는 플랫폼 노동자들 언급하면서 ‘노동’을 부차적으로 다루는 수준에 그쳤으며, 윤 후보의 경우는 ‘귀족노조’, ‘강성노조’ 단어를 붙여 노조와 민주당을 비판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들이 ‘노동 의제’를 외면하고 발언조차 공약이나 정책이 아닌 ‘상대방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노동이 사리진 대선’을 주도하고 있지만, 언론이 이를 적극 문제 삼지 않으면서 20대 대선에서 ‘노동 의제’는 실종되고 있습니다.
(2) 노동의제 공론장 보여준 ‘주4일 근무제’, 편향성 극복해야
이 기간 동안 고용/노동 정책에 대한 언론 보도 중 주목할 수 있는 보도는 ‘주4일제’와 관련한 보도들입니다.
동아일보는 22일 <공론장에 던져진 ‘주4일제’…임금-양극화 문제 어떻게 풀까> 기사에서 20대 대선을 앞두고 주4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동아일보는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687시간)을 웃돌았다”면서 “2년 넘게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더 앞당겼다”고 주4일제가 공론화되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국민일보도 23일 <스토리텔링 경제/주4일제 실험, 어디까지 왔나>에서 주4일제와 관련된 쟁점을 다뤘습니다. 찬성하는 쪽에선 “장시간 노동에 기반을 두는 노동시장을 개혁해 ‘시간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고, 반대하는 쪽에선 “기업 비용 증가, 생산성 하락”을 지적한다면서 ‘근로시간 축소가 영세사업체와 비정규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지적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스페인, 일본, 벨기에의 사례를 간단하게 언급했으며 국민일보는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 등 다른 나라 기업들과 국내 일부 기업들의 주4일제 실험과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국민일보는 주4일제를 다루면서 경총 등 기업 쪽 의견을 대변하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 비용의 증가를 강조하고 유연근무제 확대, 전문직 근로시간 면제 등 근로시간 유연성을 중심으로 ‘주4일제’ 담론을 이끌어간 한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노동의제의 쟁점을 다루면서 ‘공론장’의 역할을 시도한 긍정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는 25일, <李 ‘주4일 근무’ 尹 ‘직무·성과형 연봉제’…실현 가능성은 ‘글쎄’> 기사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노동 공약을 분석하고 ‘주4일 근무’에 대한 쟁점을 소개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공약집에서 실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주4일 또는 주4.5일 근무제를 시범 실시한 뒤 단계적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고 했는데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면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국민 신뢰도를 심어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세계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주4일 근무제’ 도입 등을 공약하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고 보도했지만 민주노총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한 셈입니다.
(3) ‘수박 겉핥기’ 한계 보인 ‘청년 일자리’ 정책 검증 보도
한겨레는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여섯 번째 주제로 <지역에 사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소개했습니다. 한겨레는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20명을 만나 이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소개했습니다. 이들 청년들은 △대기업 본사 지역 이전 △지역 일자리 매칭 직업전문학교 확충 △의료 인프라 구축 △청년 문화공간 활성화 △공공기관 지역 집중 배치 △대학 서열화 문제 해결 △동네마다 돌봄시설 구축 △청년정치참여 확대 등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지역엔 일자리가 없고, 의료·교육 인프라가 없다’면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라면서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정부가 매년 1조 쓴다고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대선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청년일자리 정책‘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예산 집행 현황과 성과, 한계)을 평가하고 분석해 각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울신문은 21일 <李·沈 “공공 중심” 尹·安 “민간 주도”…고졸자·지방 청년 취업 소홀> 기사에서 주요 후보들의 청년일자리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선진국 수준의 사회공공서비스로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청년 실업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나오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유연화 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소개하면서 각 후보의 차별성을 드러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비정규직이나 비수도권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집단의 노동권보장에 관심이 많다”며 청년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소개했습니다. 서울신문은 각 후보들의 청년일자리 공약을 소개하면서 “초단기근로자,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조건 취약 계층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청년유니온 이채은 위원장의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지금껏 정부가 수많은 기업들에 투자를 했지만 직접적인 청년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공 주도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신문의 이 보도는 한국 고용 구조의 특성을 분석해 각 후보의 공약 평가를 하지 못하고 단순히 정책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유권자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신문은 ‘공공부문 일자리’는 ‘세금 일자리’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고용없는 성장’이 심화되고 있으며, 구조적으로 민간 기업의 성장만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성장과 고용 간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기준 매출증가율이 1% 포인트 상승하면 고용증가율은 0.27%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4~2016년 같은 기준에서 고용증가율은 0.31%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는 성장을 하더라도 그 결과가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정도가 약화됐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 추세는 300인 미만 서비스업에서 두드러졌으며 매출이 대폭 증가한 기업일수록 고용을 더 늘리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업도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고용창출 보다는 구조조정·인력 감축을 통해 경영 효율화에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국내 고용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mismatching’의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공공부문·대기업(경총 조사에 따르면 취업자의 54%)인데, 구직자의 9%만이 대기업(공공부문 포함) 진입에 성공할 뿐입니다. 국내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86.1%에 불과하며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58.6% 수준입니다.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자영업자의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는 고용 구조입니다.
각 대선 후보들의 ‘청년 일자리’ 정책 검증 보도는 국내 고용 시장의 현실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공약과 관련해서 평가해야 합니다. 좋은 일자리는 결국 저임금·장시간 노동·고용불안·위험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