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호][나만의피켓 후기] "내란수괴 제발 좀 나가라!" 역사 사료로 보관할 '나만의 피켓'
등록 2025.03.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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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수괴 제발 좀 나가라!"

역사 사료로 보관할 '나만의 피켓'

박주현 회원

집회 플레이 리스트 중 단연 최고의 곡은 '다시 만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단체 메신저에선 다만세의 노래 가사를 바꿔서 '사냥해 널 이 느낌 이대로~'라고 밈을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우리는 풍자와 해학의 민족임이 분명했다.

새벽에 일어나 '잡혀갔나?' 하며 뉴스를 확인하는 내란성 불면증에서 비롯된 깊은 하품을 쉬던 그때 알람이 울렸다. 민언련의 메세지였다. '민언련이 '나만의 피켓' 만들어드려요!'. 고뤠? 얼마 전에 단체 메신저에서 봤던 개사 문구로 피켓을 만들어야지 싶었다. 마음이 급했다. '사냥해 널 이 마음 이대로'를 빠르게 적어 보냈다. 내일이면 신선하고 유쾌한 나만의 피켓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쁜 마음으로 가사를 읊조렸다. 뭔가 찝찝했다. 마음... 마음? 이 마음 이대로? 뭔가 이상한데... '느낌'을 '마음'으로 적어 보내다니 맙소사!!!

오타 하나 때문에 속이 탔다. 아무리 요즘 정신 빼놓고 살고 있다지만... 이제 와 후회한들 무엇하리. 아픈 역사도 역사라지 않던가. 아픈 오타도 내 것이니까. 서서히 집회 현장으로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깃발과 다채로운 문구 그리고 국난 극복이 취미인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빼곡히 앉아 있는 사람들 건너편에서 축 늘어진 깃발들 사이로 나에게 손짓하듯 펄럭이는 민언련의 하늘색 깃발이 보였다. 사람들을 헤치며 걷는데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마음이라니... 마음... 나의 오타를 마주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안녕하세요~~^^". 웃어 웃으라고. 피켓 만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속상한 표정 지어서야 되겠니. 미소를 장착하고 피켓을 받았다. 그.런.데.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피켓에는 '마음'이 아니라 '느낌'이라고 적혀있었다. 또 한 번 맙소사!!! 구호만 적힌 것이 아니라 예쁘게 꾸며주시기까지 했다.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절로 나왔고 평소 같으면 극구 사양했을 율동까지 얼떨결에 영상으로 남겼다. 분명 피켓 문구를 접수 받은 분도 보정을 해야 할지 받은 그대로 제작해야 할지 고민하셨을텐데 이 글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소중한 피켓이 구겨질까 조심하느라 집회 참여엔 소극적이었지만 내 기억 속엔 가장 사연 있던 날로 남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내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시기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민언련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고아람 회원

저는 민언련 회원이기도 하지만 참여연대 회원이기도 하여 주로 활동은 참여연대에서 하고, 민언련은 회비만 내는 회원으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7월 11일 힘내라 MBC콘서트 전에 민언련의 이벤트로 나만의 피켓을 제작해 준다는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피켓을 제작해 준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했고 저는 문구를 고민한 끝에 “힘내라 MBC 지키자 언론자유”라는 문구로 나만의 피켓을 제작에 참여 하게 되었고, 그날 MBC콘서트도 민언련 분들과 함께하였습니다.

콘서트 이후에는 다시 회비만 내는 회원으로 지내고 있었는데, 1월11일 촛불집회 전에 나만의 피켓 만들기 이벤트를 다시 한다는 문자를 받았고, 이번에는 민언련 회원이 아닌 사람도 제작해 준다는 문자를 보자마자 “내가 내는 회비가 정말 뜻깊은 일에 쓰이고 있구나!” 하는 민언련 회원으로서의 효능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1월 11일의 촛불집회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인 민주당 강북구을 지역의 민주당원들과 참여하게 되었는데 저와 제 지인 한 분이 나만의 피켓을 들고 있으니 동네 민주당원들이 신기해하면서도 부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번에는 피켓 문구를 저 혼자만의 아이디어가 아닌 동네 민주당원 단톡방에서 아이디어를 모아서 제작하였고, 그 문구는 “내란수괴 제발 좀 나가라!”,“알콜중독 치료하자”였습니다. 피켓도 업그레이드가 되어 문구만 적힌 게 아니라 민언련 간사님들의 재치 있는 그림까지 들어간 멋진 피켓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피켓을 역사적 사료로 생각하고 보관하고 있다가, 훗날 현대사 박물관에서 2025년의 윤석열 탄핵을 다루는 코너가 있다면 기증할 생각도 있습니다.

 

▼날자꾸나 민언련 2025년 겨울호(통권 230호) PDF 보기▼

https://muz.so/a2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