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실태 ②
경영진 교체와 '땡윤뉴스' 공영방송 체제 파괴
10월 23일(수) '낙하산 이사 불법 사장선임 원천무효' 기자회견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여 망가뜨리고 있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이에 저항하던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겪은 참혹한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으로 인한 폐해는 구성원들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권이 장악한 공영방송이 진실을 왜곡하면 거짓을 진실로 믿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의 트럼프 승리는 진실을 가린 거짓의 승리다.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전하는 믿을 만한 언론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공영방송의 존재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피해는 공영방송이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공영방송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공영방송은 장악과 저항의 늪에 빠져 그 기회를 상실했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회복하기도 전에 KBS는 다시 정권에 장악됐고, MBC도 풍전등화 상태가 됐다.
KBS 이사회를 통한 사장 교체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은 방통위 장악과 유린으로부터 시작됐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나 국정과제에 동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사퇴하지 않자 TV조선 재승인 사건을 터뜨려,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위원장을 면직시켰다. 그리고 야당이 추천한 최민희 위원 후보자를 7개월 여 동안 명분 없이 임명을 거부했다. 그리고 5인 체제의 합의제 위원회를 대통령이 임명한 2인 중심 체제로 유지하는 기형적인 운영을 1년 넘게 지속했다.
방통위를 장악한 정권은 KBS 사장 사퇴를 압박하고 사장이 사퇴하지 않자, 신종 탄압 수단을 사용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강제라는 꼼수를 사용한 것이다. 수신료는 특별부담금으로 납부 강제성이 있다. 따라서 분리징수 하더라도 시청자는 내야만 한다. 하지만 통합징수와 달리 징수비용은 증가하고, 불법이라도 시청자의 납부 거부 가능성은 높아진다. 결국 KBS 재원이 흔들리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공영방송의 기반을 약화시켰다.
그리고 KBS 이사회 구성을 바꾸어 사장을 교체하였다.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관련된 이사를 해임했다. 물론 이사는 혐의를 부인했고, 지금도 1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남영진 KBS 이사장도 해임했다. 전술한 이사 해임에 동의하지 않았고, 경영 부실을 감독하지 않았고,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이유다. KBS 경영 부실은 지상파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의 연속선상에 있고, 이사회 권한 밖의 사안이다. 법인카드 유용은 이사장으로서 구성원들에게 사용한 것으로 이제까지의 관행이었다. KBS 장악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결국 기형적 방통위를 통해 새 이사를 임명해 이사회 구성은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친여 성향이 다수가 된 이사회는 사장을 해임했다. 감사원이 국민감사 규칙을 어겨가며 장기감사를 하고도 제재 건수를 찾지 못한 사장을 해임했다. 그리고 대통령 술친구라는 평을 받는, 문화일보 기자였고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이었던 박민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박민 사장의 첫 일성은 ‘왜곡된 보도를 한 과거를 사과’하는 것이었다. 박민 체제의 사과와 함께 신뢰도 1, 2위를 다투던 KBS는 외려 신뢰도가 추락하고 뉴스 시청률이 하락했다. 박민 사장 사과는 취임 초기 문제가 된 소위 ‘KBS 정상화’ 또는 ‘우파 장악’ 문건에 따르는 조치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문건에는 ‘KBS2’의 민영화도 언급되어 있다.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이 아니라 공영방송 약화에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KBS를 망가뜨린 낙하산 박민 체제
박민 체제의 KBS는 기자·PD 등을 수신료국으로 강제 전보시키는 인사 전횡을 벌였다. 단협에 따라 임명동의제를 진행해야 하는 통합뉴스룸 국장 등 5개 국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 그렇게 조직을 장악한 박민은 비판적인 진행자를 교체하고,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그리고 ‘KBS는 원래 우리 거’라 외치던 우파 유튜버 고성국을 진행자로 앉혔다. 대표적인 탐사보도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에서 윤비어천가인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라는 내용을 방영토록해서 프로그램을 망가뜨렸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를 불방시켰다. 독재자 이승만을 찬양하는 ‘기적의 시작’을 방영토록 했다. 메인뉴스 앵커인 박장범은 ‘파우치, 조그만 백’으로 대통령을 넘어 김건희 여사를 방어했다.
그리고 그 박장범은 KBS의 새 사장 후보자가 됐다. 이사회에서 여권 성향의 이사들이 박장범을 일방적으로 지지했다. 윤석열 술친구보다 김건희 호위무사가 강하다는 평도 나왔다. 공영방송 독립성을 훼손하는 박민 사장은 물론 박장범 후보자 또한 공영방송 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 이전 사장 선임 시절 절차였던 시민자문단을 거쳤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KBS는 2017년 정상화 된 이후 세 번에 걸쳐 시민자문단을 구성하고, 후보자들의 공개적인 정책 발표, 자문단의 질의응답과 토론, 평가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의 의견을 반영했다.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부적합한 후보자를 걸러내는 장치였다. 하지만 박민, 박장범의 경우 시민자문단 절차를 배제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KBS의 암흑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공영방송 독립의 제도적 보장
MBC는 안전했을까? 기형적인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들 교체를 시도했다. 하지만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또 사법부는 방송통신심의위의 MBC 제재를 집행한 ‘2인 체제’의 방통위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사법부가 수호한 정의다. 그렇다면 2인체제의 방통위가 임명 제청하여 대통령이 재가한 KBS의 이사 임명은 위법하고, 이 이사들의 사장 후보 제청도 위법하다. 바로 잡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치적 후견주의가 작동하는 제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민주당이 시민사회의 뜻에 따라 시도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했던 방송법 개정안은 정치권 영향을 최소화한 이사 임명과 국민사장추천위원회 도입 등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담고 있다. 대통령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거부했다. 시민사회와 야당들은 공영방송과 공영방송이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제도 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할 것이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성공회대 교수
▼날자꾸나 민언련 2024년 겨울호(통권 229호) PDF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