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실태 ①
더 뻔뻔하고 더 위험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모든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토대
언론자유는 모든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자유, 나아가 헌법이 정한 모든 기본권(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저항권, 안전권)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다. 넓게는 ‘표현의 자유’, 좁게는 ‘언론의 내적·외적 독립’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법제에서 언론자유와 그 특수 형태인 방송독립성은 헌법과 실정법 그리고 관련 하위 규칙과 규정들을 통해 규정·보장되고 있다.
국민주권을 요체로 하는 민주주의도 언론자유를 토대로 성립한다.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성이 온전하게 보장돼야 온전한 민주주의 국가다.
우리나라에서 언론자유는 <헌법>에 의해, 방송자유(방송독립성)는 <방송법>(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의해, 신문자유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편집의 자유와 독립)에 의해 보장되고 있다. ①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②대기업 광고주로 대표되는 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③방송사 소유자·경영자로부터의 제작·편성 자유로 나눠 표현되기도 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방송자유를 비롯한 언론자유를 “민주주의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기초”로 인정하고(헌재 2021.08.31. 2019헌바439 33-2, 판례집 140), 방송자유의 핵심이 ‘방송편성의 자유’에 있다고 봤다. “방송주체가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언론적 과제나 방식을, 즉 방송프로그램의 선정, 내용 및 형식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 규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법률 규정들이 있느냐와 그것이 작동하느냐는 별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정권의 방송장악과 독재로의 퇴행’ 그리고 ‘절차적 민주주의 복원과 방송독립성 회복’을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1987년 6월항쟁이 절반의 승리에서 멈췄고,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는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윤석열 정권하에서 정권의 언론 장악·탄압의 퇴행을 다시 목도하고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왼쪽부터)
윤석열 정권이 걸어온 언론 장악·탄압의 외길
언론과 관련해, 출범 이후 지금까지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의 외길을 걸어왔다. 방송독립성 보장을 본령으로 하는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대통령 임명 2인의 불법의결로 공영방송을 정권에 종속시키는 방송장악의 추진체, 정권에 거슬리는 방송과 통신을 틀어막는 탄압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KBS는 2023년 11월 박민 낙하산 사장 투입으로 정권에 장악됐다. 2024년 9월 KBS 기자협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KBS 보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양대노조는 10월 7일 쟁의를 가결했고, 두 번째 낙하산 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하루 파업을 18일 결행했다. 정권에 장악된 이사회가 윤 대통령 앞에서 ‘조그만 파우치’라며 김 여사를 두둔했던 박장범 후보자를 10월 23일 임명제청하자, 기자 496인이 24일부터 29일까지 이를 반대하는 기수별 성명을 릴레이로 이어 나갔다. KBS 구성원들의 저항은 계속 진행 중이다.
MBC에 대한 낙하산 사장 투입은 일시 정지상태다. 법원이 ‘방통위의 사장임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장악되지 않은 MBC는 중요 사안들을 가감 없이 보도하고 시시비비를 가려 왔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민의 알 권리’에 잘 부응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위’) 그리고 정치검찰과 극우 관변단체들의 집중 타겟이 됐다. 향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뒤, 탄압과 장악의 폭풍이 다시금 몰아칠 것이 예상된다.
YTN과 TBS도 수난을 겪고 있다. YTN은 중견 재벌 ‘유진그룹’이 급조한 페이퍼 컴퍼니 <유진ENT>에 매각됐다. 방통위는 졸속·불법의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2024년 2월 7일 매각을 최종 승인했다. 매각전 YTN은 ‘시민들에게 충성하라’는 저널리즘 원리에 충실했고, 국민들의 신뢰도 높았다. 낙하산 김백 사장은 YTN 화면을 정권 홍보로 채우고, 기자들을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는 ‘저널리스트’가 아닌 상명하복의 ‘회사원’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TBS는 2024년 6월 1일 서울시 지원 중단으로 폐국 위기에 몰렸다. 그 대안으로 모색한 ‘기부금모금 허용 정관개정’을 방통위는 끝내 불허했다. 방송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구성원들의 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방심위와 선방심위의 임무는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공익성과 공적 책임 준수 여부를 자율 심의하는 것이다. 정부는 심의에 개입하지 않고, 심의 결과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방심위·선방위의 독립성은 필수 전제다. 그러나 이 두 기구는 대통령이 내리꽂은 심의위원 3인의 전횡과 류희림 위원장의 불법 청부심의 사주로 정권의 조종에 의해 유사검열을 행하는 파렴치하고 극악한 정권호위대로 전락했다.
언론자유·민주주의 급속 붕괴, ‘멈추라’에서 ‘퇴진하라’로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는 후퇴와 붕괴를 거듭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조사·공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2024년(2023년 조사, 2024년 5월 4일 공표) 우리나라는 180개국 중 62위였다. 1년 만에 15단계 급락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우리나라를 ‘지난 몇 년간 개선된 국가들 가운데 다시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국가’로 분류했다.
2024년 3월 7일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연례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그간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의 민주주의 지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조사대상 179개국 중 47위(0.60점)였다. 2019년 18위(0.78점), 2020~2021년 17위(0.79점), 2022년 28위(0.73점)에서 급락한 것이다.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도 우리나라를 하락세가 뚜렷한 ‘독재화 진행국’으로 분류했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탄압은 요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김건희 국정농단에 못지않은, 보다 더 치명적인 헌정파괴의 중대 범죄다. ‘좌경 반국가세력’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는 ‘정상화’ 과정이라는 거짓을 앞세운 그 중대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멈추라!’는 외침은 이제 한계점에 이른 양상이다. 더 결연하고 더 큰 ‘퇴진하라!’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
▼날자꾸나 민언련 2024년 겨울호(통권 229호) PDF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