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이 회원분들과 함께 선전전을 간다든지 촛불을 든다든지 할 때 따로 전화를 드리지 않아도 직접 현장에 나오세요.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시민촛불을 할 때도 현장에 오셨고, 회원의날 같은 행사에서도 자주 뵀죠. 활동가들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회원님, 가장 많이 같이 활동한 회원님 누가 있을까라고 했을 때 이구동성으로 외쳤던 분이 박용재 회원님이었어요!”_김봄빛나래 팀장. 다른 설명은 필요 없겠다. 민언련 초대 선출직 대의원(30명)이자 활동가들의 전원동의로 2024년 모범회원상 수상자가 된 박용재 회원을 만났다. |
일단은 살아남자
김경실 이사 인터뷰의 문을 여는 기초질문부터 할까요? 민언련은 어떻게 알았어요?
박용재 회원 민언련은 대학교 때 〈말〉지를 통해 알고 있었는데, 회원 가입은 2020년에 했습니다.
김경실 가입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박용재 ‘언론이 문제’라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직접 뭘 해야겠다는 생각까진 못했는데, 문재인 정부 때 언론이 거의 패악질을 하더라구요. 사실을 호도하고 사람들이 실체를 알지 못하게 만드는 걸 너무 많이 봐서 엄청 열받았죠. 그때 김언경 전 사무처장님이 <저널리즘토크쇼J>에 나온 걸 보고 ‘가입하자, 시민단체 회비 한 군데 더 내자’면서 가입했어요.
김경실 민언련은 시민단체 중에서도 언론에 관심 갖는 분들 중심으로 관심 갖는 단체인데 적극적으로 회원가입까지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박용재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인식은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런 문제를 언론개혁과 연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뿐이죠. 그런데 ‘언론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했을 때 마땅히 해결할 방법도 없어요. ‘이걸 누가 해야 할까’라고 했을 때 국회에서 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국회의원들이 나설 수 있도록 언론개혁의 포문을 여는, 민언련 같은 시민단체가 시동 걸어주는 게 중요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래서 민언련에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감소하는 회원, 회원참여 활동 강화가 당면과제
김경실 나중에 질문할 생각이었는데 얘기가 나온 김에 여쭤볼게요. 지금 민언련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해요?
박용재 일단 앞으로 3년은 살아남아야죠. 3년간 가만히 있자는 건 아니고, 그 준비는 결국 연대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민언련이 조직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의원총회 때 회원감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감소추세를 볼 때 회원조직 강화가 지금 당면한 어떤 문제들보다 중요한 게 아닌가 싶거든요. 언론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성명 내고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조직이 살아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결국 시민단체의 힘은 회원 규모에서 나오니까요.
김봄빛나래 팀장 후원중단 하는 분들께는 사무처에서 일일이 전화를 드려 어떤 사유로 그만두시는지 여쭤봐요. 문제는 후원중단 사유가 대부분 경제적 사정이라는 거예요. 은퇴하는 회원님들이 많거든요.
2023년 2월 23일 신입회원의날에 참석한 박용재 회원
왜 민언련은 요즘 방송에 잘 안 나오나요?
김경실 민언련이 일은 많이 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긴 해요. 언론에 많이 노출돼야 민언련 활동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고 회원들에게 효능감을 주기도 하거든요.
박용재 그 부분은 중요하다고 봐요. 저도 민언련 분이 방송에 출연한 걸 보고 회원 가입을 한 거니까요.
김경실 요즘은 많은 분이 유튜브를 통해 시사 뉴스를 접하는데, 민언련이 어떤 채널에 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다 같지는 않아요. 가령 김어준의 뉴스공장 같은 전파력 큰 채널에 나가길 바라는 회원들도 있지만, 정파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분들도 있어요. 우리가 언론문제를 다루는 단체니까 민감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지요.
김경실 초대 대의원 중 한 분인데 특별히 중점을 두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요.
박용재 사실 대의원 후보에 관심 가져달라는 사무처 전화를 받고 등 떠밀려 출마한 거예요.(웃음) 대의원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있던 건 아니지만, 민언련을 운영하는 데 어느 정도의 의결권은 가진 거잖아요. 그에 대한 책임감은 있었죠.
김경실 많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하면 좋겠다는 의견과 일반 회원들보다는 무게감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떠세요?
박용재 후자에 가까워요. 시민단체는 회원들의 조직력이 중요한데, 사람이 많다고만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활동해야 조직력이 만들어지잖아요. 민언련 활동도 회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좀 나눠서 하면 좋겠어요. 저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민추천단 활동을 하고 있는데,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좋은 기자’들에게 힘 되는 ‘좋은 보도’
김경실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민추천단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설명을 좀 해줄래요?
박용재 민언련 회원 6명과 분야별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4명, 모두 10명이 추천단에 참여하고 있고요, 홀수달, 짝수달로 조를 나눠서 좋은 보도를 발굴하고 추천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짝수달 담당이라 격월로 좋은 보도로 추천하고 싶은 기사를 뽑아서 추천사유를 요약해 쓰고 있습니다. 추천단이 뽑은 후보를 포함해 이달의 좋은 보도상 선정위원들이 본심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절차로 진행하고 있죠.
김경실 이달의 좋은 보도상 선정은 뜻깊은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보도를 발굴해 언론의 순기능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박용재 어떤 방송이든 언론이나 미디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한 꼭지 들어가게 만들어서 좋은 보도를 발표하면 좋겠어요. 만날 나쁜 얘기, 비판만 하는 건 이제 듣는 것도 힘들어요.
김경실 그래요. 언론의 순기능도 이야기해야 하는데, 지금 언론체제가 너무 엉망이 되었고 언론기구가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뒤로 밀리는 것 같아요.
달라진 언론환경, 옛날 비판·감시 방식 아직도 유효할까
박용재 과거 방식의 언론감시 역할이 더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에요. 예전에는 매체도 제한돼 있고, 우물에다 독 푸는 기사들이 눈에 띌 정도로 보였는데 지금은 나쁜 보도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논평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좋은 보도를 알리고, 이슈가 되지 않았던 사건들이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의미 있지 않겠냐는 거죠.
김경실 선한 것을 퍼뜨리는 것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먼저라는 의식이 있고, 시민들도 그 부분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비판기능이 강화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박용재 좋은 보도를 조명하는 건 척박한 언론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에 대한 긍정적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미디어 감시는 우리가 직접 할 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하도록 하고, 그 기구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는 게 맞다고 봐요. 그 제도 정비를 누가 할 것이냐고 했을 때 민언련이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핵심은 제도개혁, 입법활동이 중요하다
박용재 좋은 보도에 집중하는 것도 강조하고 싶지만, 핵심은 제도라고 봐요. 그게 더 어렵고 훨씬 힘이 많이 드는 일이죠.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는 데다가 입법활동이라는 건 국회의원들의 정치적인 판단도 영향을 미치잖아요. 결국 언론과 싸우는 일은 시민들에 의해 등 떠밀려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해줘야 이 사람들이 움직일 거라고 봐요.
김경실 민언련이 언론정책이나 제도개혁에 좀 더 힘을 실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인 거죠?
박용재 네. 그리고 회원 네트워크도 있으니까 나중에 입법촉구 활동을 할 때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분명히 있고요.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민언련이 굳이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더라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김경실 국회의원들이 움직이게끔 압력도 가하고 힘도 실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회원 조직활동이 필요하겠네요.
박용재 회원 조직활동은 장기적인 것이고, 정책활동은 단기 대응이라고 생각해요. 정책활동이 시의성에 따라 일정한 시간 내에 해나가는 활동이라면, 회원 활동은 앞으로 민언련이 살아남고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로 해야 할 활동인 거죠. 제가 좀 있으면 50살이 되는데, 민언련 회원 중에서 젊은 층이잖아요. 이것도 큰 문제에요. 20~30대 회원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중요한 과제죠.
KBS 세월호 다큐 방영 촉구 시민촛불에 참여한 박용재 회원
2030 청년 민언련 참여 과제, 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박용재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는 ‘변화된 환경에 조직이 적응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20~30대 회원의 목소리가 중요해요. 조직 운영에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노하우도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민언련 주축인 50~60대 회원들의 목소리가 주로 반영되는 건 문제가 있죠. 20~30대 회원패널을 만들어서 회원확대 방안 등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들어야 해요. 패널모임을 1년 정도 꾸준히 운영하면 고민이 생기고 일상생활에서도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민언련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김경실 청년 기수로서 김봄빛나래 팀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김봄빛나래 민언련 활동이 청년들에게는 내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크게 다가오진 않아요. 청년들이 언론문제에 관심 갖게 하는 것 자체가 진입장벽이거든요. 그래서 민언련이 2030을 만나는 통로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대학언론강좌에요. 저와 원혜인 활동가가 오픈카톡방에서 수강생들과 계속 소통하고 그분들끼리도 활동하면서 대화가 이어질 수 있게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를 좀 더 견고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박용재 그런 아이디어가 모여야 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장벽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언론문제가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논리구조들이 만들어져 있지 않거든요.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잘못된 언론의 피해자인 셈이에요.
엘리트의식에서 벗어난 접근방식 필요
박용재 그렇다면 어떻게 그 사람들이 당사자성을 갖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하는 건데, 결국 캠페인 전략이 필요한 거죠. 제가 아름다운재단을 후원하게 된 게 <열여덟 어른>이라는 캠페인 때문이에요(<열여덟 어른>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제가 듣는 팟캐스트에 아름다운재단의 홍보담당 활동가가 나와서 캠페인에 대해 얘기하는데 아주 재밌어요. 저는 자립청년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아는 사람도 없고 당사자도 아니에요. 그런데 왜 후원하게 됐냐면, 그 이야기에 공감했기 때문이죠. 그런 방식의 어떤 것들이 필요해요. 2030들에게도 우리가 언론의 피해자라는 것에 대해, 언론이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폐해에 대한 공감이라든가 나와 연관성을 갖게 만들어줘야 해요. 그런데 민언련은 그런 부분에서의 캠페인을 거의 안 하잖아요.
김봄빛나래 그런 캠페인은 없죠. 민언련이 아직 옛날 방식을 많이 고수하고 있기도 하고요.
박용재 해직기자와 출판인 등이 민언련을 설립하고 활동을 주도한, 과거 진보적 지식인들의 엘리트방식에서 못 벗어나는 느낌이 있어요. 이제는 예를 들어 언론피해자들을 구체화해서 돕고 후원하는 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런 식의 접근도 고려해 보면서 민언련 활동방식을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어요.
김경실 아이디어가 많네요. 앞으로 정책방향을 모색할 때 함께 이야기하면 좋은 제안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일을 감당할 만한 인력이 있는가 하는 거죠.
박용재 그러니까 이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사람들도 돕고 뭔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거에요. 그런 캠페인을 하면 활동가분들도 힘을 받고 후원 대상이 되는 분들도 좋을 거 아니겠어요? 회원들도 힘이 날 거고요. 나도 힘 받고 조직도 잘 되는 일을 하자고요!(웃음)
인터뷰 김경실 이사
정리 김경실 이사 김봄빛나래 팀장
사진 김봄빛나래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