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호][4년만에 열린 신입회원의 날] 회원특별강연
유튜브를 닮아가지만 유튜브에 비해 떨어지는 언론
등록 2023.07.27 15:58
조회 193

유튜브를 닮아가지만 유튜브에 비해 떨어지는 언론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 특별강연

 

강연하는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jpg

민언련 신입회원들을 대상으로 특강하고 있는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

 

본인의 당파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언론인?
저는 외국 언론사에서 근무하니까 일 때문에 한국 언론을 열심히 보는데, 요즘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당파성이라고 봅니다. 한국사회가 그렇듯이 언론도 갈라져 있는데, 이게 사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도 그렇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여러 나라에서 곤혹스러운 이슈입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언론사 후배들을 보면서 놀라는 게 차장급 정도 돼서 데스크로 들어가면 언론인들의 정치적 성향이 아주 분명해집니다. 게다가 자신의 성향을 외부에 밝히는데도, 심지어 같은 언론인인 저한테 밝히는데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는 신문

또 하나는 사설, 즉 창업주의 이념이 반영되는 신문의 의견하고 신문 뉴스 부서하고 혼연일체인 것 같습니다. 미국의 주류 언론사를 보면 거기에는 나름 색깔이 있지만 사설하고 뉴스 부서는 벽이 분명히 있습니다. 한국 언론은 다릅니다. 한국사회가 건강하고 민주적인 사회가 되려면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 고급지고 객관적인 정보를 접해서 그 문제에 대해 시민으로서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그 토양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지금 그게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중요한 이유도 당파성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나라에 가서 그 나라 언론을 열심히 보면 그 사회가 최소한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그래서 내가 이렇게 나름대로 판단하면 되겠구나 하는 언론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그런 언론사가 있는지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 보시고 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갈등을 생중계하고 한쪽 편을 드는 언론
기자는 갈등을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갈등 구조를 보면서 기사의 아이디어를 찾고 그 갈등을 통해서 나타나는 이슈를 취재한다든지 하는 건 언론이라면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언론이 갈등을 생중계하는 것 뿐 아니라 요즘은 어떤 편을 들면서 거기에서 비즈니스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보와 보수 언론이 각각 서로 자기편을 들고, 서로 상대방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혐오를 조장하고, 그런 식으로 구독자를 모으고 돈을 버는 비즈니스모델로 가는 것 아닌가 싶어요. 물론 옛날부터 그런 모델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현상이 한국 언론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어떻게 보면 더 심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소위 정치적 종족주의가 언론을 어떻게 부패시키고 있느냐가 많이 논의되고 있고 사일로(silo)나 필터 버블(filter bubble) 같은 용어가 나왔습니다.
한국 언론으로 범위를 국한한다면 옛날에는 좌우가 싸우면 최소한 같은 운동장에서 서로 비판하고 싸웠고 그러다 가끔 골포스트를 움직여서 반칙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는 그런 시기를 벗어나서 한쪽 언론은 효창구장에서 관객 모아서 축구하면서 좋아하고 다른 쪽은 동대문운동장에서 모여서 축구하면서 자기 원하는 관객들 모아놓고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욕하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기자 수백명을 가진 언론사가 유튜브에 밀리는 현실
언론사들도 지금 유튜브에서 장사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가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커뮤니티 비즈니스에서는 유튜버들이 당파성이 강한데도 훨씬 더 적극적이고 충성심이 많은 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봐야 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기자 수백 명을 갖고 있는 언론사가 커뮤니티 비즈니스에서 유튜버들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언론이라면 유튜버들과는 달리 공익도 충족시키고 돈도 벌어야 합니다. 그러면 공익과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면 되잖아요? 예를 들어 정권 가진 자들이 잘못하고 숨기고 있는 것에는 독자들이 분명히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 관심을 파고 들어서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면 독자들이 디지털 구독도 하고 그러면 돈이 됩니다. 그런 언론 본연의 시너지로 돌아가면 되는데,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가요?


기자실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취재해야
이제 한국 언론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언론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두 가지를 얘기하려고 합니다.
우선 한국 언론은 정부의 누가 이렇게 했다 식의 기사를 쓸게 아니라 정부와 관련된 바깥에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야 합니다. 당국자나 정부에 가서 내가 취재를 해 보니까 이런 문제들이 있고 주장이 있는데 해명해 보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역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실에서 받아쓰기 기사를 쓰고 시간을 오래 보내면 기자가 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기자가 정부에서 떨어져서 바깥의 신문사 독자들의 이야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기사거리를 찾아서 당국자한테 가서 해명하라고 하고, 해명하지 않을 경우 해명 안 한다고 기사를 쓰면 기자와 권력 사이의 역학이 바뀝니다.


함부로 익명보도 못하게 실명보도 캠페인을
또 하나가 익명보도가 너무 습관화되어서 기자도 습관적으로 쓰고 독자들도 아무 생각 없이 읽고 지나가는데, 이걸 고쳐야 합니다. 저처럼 외국 언론사에서 근무해 보면 그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익명보도가 어느 정도 심각하냐 하면 보도자료가 나왔는데도 익명으로 보도를 합니다. 최소한 언론에 나오는 공인이나 정부 관리들이나 정치인, 기업인들의 익명과 실명은 천지 차이입니다. 실명을 밝히는 게 정보의 투명성이라든지 책임감이라든지 정보의 품질에서 조그마한 일 같지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독자로서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실명보도 캠페인이라고 생각하고 언론이 실명보도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상훈 지국장이 회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jpg

회원의 질문을 듣고 있는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 지국장

 


아시아 총괄을 서울로 옮긴 이유


(회원 질문) 저는 뉴욕타임즈 모바일 유료회원입니다. 2020년경 아시아 총괄을 홍콩에서 한국으로 옮겼는데, 지금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말씀해 주십시오.
(최상훈) 우선 뉴욕타임스 종이신문 구독자는 1백만명 안팎이지만 디지털 구독자는 거의 1천만명에 육박합니다. 그러다보니까 뉴욕타임스는 종이신문이 아니라 웹사이트라고 생각을 합니다. 웹사이트가 주이다보니 뉴스가 24시간 가동돼야 하니까 뉴욕이 잘 때도 일을 하는 미니 편집국이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가 런던, 하나가 홍콩이었는데, 홍콩이 중국화되면서 문제가 있어서 서울로 오게 됐습니다. 당시에 서울로 옮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 중에 하나가 코로나 상황이 한국이 좋았기 때문이고 다른 여러 가지를 볼 때 한국이 좋았습니다. 아직까지는 한국이 언론 상황이 나빠서 여기 있어서야 되겠느냐 하는 생각은 회사 내에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언론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보며


(회원 질문) 더탐사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되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견해를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합니다.
(최상훈) 박근혜 정권 때 한국에 있는 외신기자들, 특히 외국인 기자들이 정말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게 산께이신문 기자를 출국 금지시키고 소송을 했을 때, 검찰이 그걸 사건으로 받아들여서 조사를 하고 기소를 했을 때 정말 희한한 정권이구나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그때 많은 외국기자들이 박근혜 정권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사건을 보면 외국기자들이 보기에는 웃긴 거죠. 지금 하는 거는 큰 실수하는 겁니다. 세상이 워낙 탈진실 사회라서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왔던 프레임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시대일수도 있어서 모르겠지만 제 기준으로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한국언론의 장점


(회원 질문) 한국 언론에도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상훈) 수많은 오보가 있음에도 엄청나게 많은 게 쏟아져 나옵니다. 그게 한국사람 특유의 부지런함, 그리고 조직 문화, 뭔가 생산해야 되는 문화 때문으로 보여요. 그리고 한국은 정부와 기자의 관계가 프로페셔널하지 않아요. 공무원이라면 무엇을 비밀로 지켜야 할지 이런 게 느슨합니다. 그러다보니 정보가 엄청나게 쏟아지는게 한국입니다.

또 하나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한꺼번에 달려듭니다. 최소한 정권 잡은 사람이 무언가 대응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옛날에는 좌우가 뭉쳐서 달려드는 걸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져서 옛날 장점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날자꾸나 민언련 2023년 봄호(통권 224호) PDF 보기▼  

https://url.kr/hfya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