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호, 강새별 회원
김경실(미디어위원회 위원) 정말 드물게 하는 부부회원 인터뷰입니다.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새별 민언련 회원 1년 차 강새별입니다. 평범한 시민이지만 회원 인터뷰의 허들을 낮추고자 참여하게 됐습니다. 게임 회사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경실 게임 시나리오 작가라 함은 게임의 스토리를 쓰는 일을 말하나요?
강새별 네, 게임 스토리나 텍스트, 콘셉트, 그림 등을 전반적으로 검수하는 일을 합니다.
허선호 강새별 회원의 남편 허선호입니다. 컴퓨터를 관리하는 일을 하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서 이 기회에 쉬려고, 얼마 전부터 가정주부가 됐습니다. 민언련은 그 전부터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행이야,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해서”
김경실 두 분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허선호 이웃 성당을 다녔어요. 옆 성당이다 보니 교류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만나서 사귀다가 결혼하게 됐습니다.
김경실 그럼 사귈 때부터 사회 문제나 시사 이슈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편이었나요?
강새별 처음에는 종교 가치관이 맞아서 만났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사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최근에 ‘다행이다. 우리가 그런 가치관을 고려하고 만난 게 아님에도이렇게 잘 대화할 수 있는 게 무척 다행이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김경실 청년들이 시민단체에시민단체에 관심을 갖고 회원활동을 하는게 굉장히 반갑네요. 또래 청년들과도 시사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강새별 또래 청년들보다는 남편과 많이 공유해요. 회사에서는 시사, 사회, 정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요. 사실 가족과도 종교나 정치 얘기는 함부로 하지 말라고들 하잖아요. 그 얘기만 안 했어도 괜찮았을 관계가 어떤 견해 차 때문에 어그러지거나 달라지기도 한다는걸 알고 좀 지양하게 됐어요. 회사보다는 시민단체 또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거나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과 더 깊은 얘기를 하게 돼요.
허선호 저도 비슷해요. 이명박 정권 때만 해도 회사 동료나 성당 사람들과 시사 이야기를 곧잘 했어요. 대부분 정권에 부정적이어서 시사 문제에 이견이 크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부터는 종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더라고요. 그 후로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지 않게 됐죠.
김경실 그랬군요. 두 분이 민언련을 알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허선호 나름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어서 한겨레 창간, <말>지 창간 같은 굵직한 일은 알고 있었거든요. 그 일을 추진한 분들이 민언련을 이어왔다는 것도 알았고요. 김언경 전사무처장이 파파이스에 나와서 종편방송 문제를 지적한것처럼, 민언련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봤어요. 그러는 와중에 조용히 가입해서 구체적으로 잘 기억이 안 나네요(웃음).
강새별 저는 남편의 권유로 대선 끝나자마자 가입했어요. 예전에도 종편 등 언론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그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선 결과를 보니 확실히 후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양성 빌미로 혐오뉴스도 존중?
김경실 두 분이 꾸준히 언론이나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원동력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허선호 중학생 때 한 선생님이 해 주신 얘기가 기억에 남아요. 지금 신문을 한 종류만 보고 있는 사람, 예를 들어 조중동을 읽고 있다면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한 번 보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신문은 다 비슷한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같은 사실도 전혀 다르게 다룬다는 얘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아버지 고향이 전라남도인데, 지역 차별을 당하는 어른들의 얘기를 꽤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잘 모르는 차별과 문제가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뒤로 내가 소비하는 언론에 따라서 보는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식이 생겼어요.
강새별 요즘 세상이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해졌잖아요. 그런데 모든 다양성이 존중되다 보니, 이상한 뉴스나 누군가를 혐오하는 뉴스도 다양성이라는 명목 하에 존중받는 거 같아요. 그런 현상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다양성 존중과 채널 다변화는 분명 필요한 것인데, 그걸 빌미로 교묘한 혐오와 차별이 이뤄지는 것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싶었죠. 직장에서 시사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내 의견도 옳고 네 의견도 옳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끝나게 되니 점점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고요.
김경실 중요한 지적이에요. 어떤 것은 분명 타협이나 중립 지점이 있는 게 아닌데 그것이 유연한 사고 등으로 포장되는 현실이 있지요.
강새별 특히 이태원 참사라든가 세월호 참사 이런 사회적 참사에 대해서는 ‘중립이 어딨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세상에 알려진 진실 자체가 이미 기울어져 있는데, 객관적인 보도가 과연 타당한가라는 문제의식이 생겼어요. 그런 마음 속 의문 때문에 언론이나 사회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게 돼요. 소수자 혐오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김경실 미디어도 굉장히 다양해졌는데, 두 분은 주로 어떤 경로로 뉴스를 접하나요?
허선호 ‘클리앙’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는 것 중 관심이 가는 이슈를 먼저 봐요. 직접 글을 쓰진 않지만 그 커뮤니티에 저와 비슷한 나이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거든요. 사용자들이 추천하는 기사를 먼저 보다가 그걸 타고 포털로 넘어가서 관련 기사를 보는 편입니다.
강새별 회원
강새별 저는 남편이 추천하는 쪽으로 많이 접하게 돼요. 만약에 종교 기사라고 한다면, 성당에서 공식으로 발행하는 신문은 교리에 적합한 기사만 보여주는 경향이 있거든요. 종교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회, 정치, 소수자, 여성, 인권 문제도 많은데 공식 신문은 그런 문제를 좀 터부시하거나 언급하지 않더라고요. ‘지금 여기’라는 사이트는 그런 이슈를 좀 더 진보적으로 다루는 편이라 자주 보고요.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종교와 사회 문제가 양립할 수 있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회 문제를 적극 다루는 매체를 자주 보는 편이에요.
붓이 정녕 칼보다 강하다면
김경실 두 분이 민언련 회원으로 함께 한 뒤 생각이나 생활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허선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종종 어떤 진영이나 편에 치우친 기사가 많이 올라오기도 해요. 그런 기사 말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탐사보도 같은 것엔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 보도는 자극적이지 않으니까 대
중이 잘 소비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민언련 소식지에서 매달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해서 상을 주잖아요. 그걸 보면서 제가 알고 있는 기사 한 두 개 외에 다른 좋은 기사를 많이 알게 됐죠. 그런 기사를 좀 더 찾
아보기도 하고요.
김경실 소식지 이야기를 해주니 굉장히 반갑네요. 소식지를 열심히 발간하고는 있지만 회원들의 피드백을 받긴 어렵거든요. 지금 언론운동이나 한국언론 지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혹은 변화시켜야 하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요?
강새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피부로 느끼는 것은, 언론이나 언론인의 책임감 문제가 가장 크다고 봐요. 단순히 개인의 사명감이나 책임의식에 기댈 수는 없고, 직업적 소명의식을 무겁게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함께 고민해야 되고요. 언론의 무게나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는 보도가 많은 듯해요. 관련해서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문장을 적어 왔어요.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문필가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가 칼로 이루어진 범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억울해 합니다. 붓이 정녕 칼보다 강하다면 그 책임 또한 더 무거워야 합니다.” 판타지 소설가 이영도 작가님의 말씀이에요. 글에는 항상 힘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명제엔 동의를 하면서 글쓰는 이의 책임엔 동의하지 않는 게 늘 모순이라고 여겼어요. 누군가를 향해 물리적인 폭력이나 해를 가하는 것만이 잘못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언론 보도나 글이 더 많은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는데 그 저작자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해요.
김경실 기자를 포함해 언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책임감과 글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는 말씀이죠?
강새별 네. 일례로 어떤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있어요. 그럼 그 인물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고, 왜 화제인지는 인식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정작 보도를 하는 기자나 매체는 뒤로 빠지고 있더라고요. 그런 판단과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은 왜 책임을 지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언론계 종사자들이 더 확실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좋은 뉴스의 전달력이 떨어지는 이유
김경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언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하고 있어요. 언론 미디어가 다변화하면서 가치관이 달라지기도 했고요.
허선호 사람의 인식 변화라는 차원에서 언론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금전적 문제가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종편이나 가짜뉴스 같은 것도 돈이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기고,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거라 봅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가짜뉴스가 아닌 좋은 뉴스, 상식적인 뉴스가 더 크게 퍼져야 하는데, 너무 작은 파이라는 거죠. 그래서 많은 대중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 게 아쉬워요. 만약 제가 돈이 많다면 언론사를 차려서 좋은 뉴스를 많이 전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죠. 최근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고, 김장하 선생이 언론 관련 기부를 많이 하신 게 인상 깊었어요.
김경실 방금 말씀한 <어른 김장하> 프로그램이 민언련에서 좋은 보도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혹시 민언련 유튜브 콘텐츠를 본 적은 있나요?
허선호 구독은 예전부터 하고 있는데 구독 채널이 많아서 그런지 추천 영상에 잘 안 뜨더라고요. 인터뷰 준비하며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김경실 만약 두 분이 ‘민언련 대표가 된다면 이런 걸 해보고싶다!’ 하는 게 있을까요?
강새별 막상 생각해보려니 너무 어렵네요(웃음). 최근 민언련이 다양성을 갖춘 미디어 쪽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청년 당사자인 제가 대표가 된다면 뉴미디어 쪽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청년층에게 접근성이 있는 미디어를 만드는 거요.
허선호 워낙 지금 잘해주고 있어서 고민이 되네요. 조그만 동호회 대표를 해도, 제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이거 좀 같이 하자고 꾀는 일이 제일 중요한데 그걸 잘하는 게 진짜 대표가 아닐까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는 것보다...(웃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000만 원 생긴다면?
김경실 가벼운 질문 드려 볼게요.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 1,000만 원이 생겼다면 어떻게 쓰고 싶은가요?
허선호 아내에게 얘기를 안 하면 혼날 것 같은데요.
김경실 (웃음) 그냥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강새별 진짜 착하게 대답하면 어디다 후원을 좀 해야 하는데(웃음)... 일단은 취미 생활에 쓰고 싶고요. 요즘 웹툰을 자주 보는데, 그런 유료 콘텐츠를 많이 사고 싶어요. 요새 돈을 잘 못 버는 작가들도 많으니 그 작가 작품만 100권을 산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김경실 취미생활 겸 후원도 하는 거네요.
허선호 후원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그 돈으로 저처럼 사회 이슈에 분노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기도 해요. 맛있는 걸 먹으면서 서로 얘기도 나누고 위로도 주고받고 할 수 있는 식사 자리요. 비싼 걸 한 번 먹고 끝내기보다는 싸고 맛있는 음식을 여러 번 먹으면 더 좋겠고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고립감이 심해졌잖아요. 자주 모이면서 유대감도 쌓고요.
허선호 회원
김경실 굉장히 사회적이네요.
허선호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소망을 가져봅니다(웃음).
강새별 남편의 대답이 정말 진심인 게, 평소에도 화가 나면 어디에 일시후원을 했다고 해요.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정도로 늘 후원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거든요.
김경실 화가 나면 후원을 하다니 참 건전한 화 풀기네요. 그럼 각자 영화, 책, 게임을 하나씩 추천해 주신다면요?
‘결국 사람에게는 일말의 다정함이 필요하다’
강새별 영화는 <에브리씽 에 브리웨어 올 앳 원 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진 사회에 대한 분노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언론의 문제나 부당함 등에 대한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아 활동하고 있는데, 결국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져야 하잖아요. 영화의 메시지를 말하고 싶은데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우회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사람에게 필요한 건 다정함이다’라는 교훈을 얻은 영화였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분노가 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서로에게 다정함을 발휘해서 서로를 품
어주고 사랑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이 문장이 영화에서 마냥 낙천적으로 표현되진 않아요. 힘들고 지치는 현실일지라도 우리에게는 일말의 다정함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아요.
김경실 네, 이 영화에 출연한 양자경 배우가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추천하고픈 책은요?
강새별 책으로는 최은영 작가님의 <쇼코의 미소>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에는 민주화 운동이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시민들끼리 단절되어 있고 분절되어 있을지라도 서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데요, 단순히 용서나 화해만을 말하는 건 아니고, 일단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다가서 보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어요. 게임으로는 <레플리카>라는 인디 게임을 추천드려요. 한국에서 1인 개발을 하고 계시는 분이 만든 게임이에요. 게임 주인공에게 핸드폰을 한 개 주면서, 핸드폰의 주인이 테러리스트라는 혐의를 밝혀내라는 스토리인데, 독재 국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들도 녹아있어요. 게임을 하다보면 테러범의 혐의를 밝혀낸다기보다는 게임의 주인공을 범인으로 몰려는 권력의 탄압에 대항하는 게임인 걸 알게 돼요. 게임 조작이 어렵지 않고 그래픽도 단순해서 많은 분들이 해보기 좋은 게임일 거 같아요.
허선호 게임이나 영화는 잘 모르고요. 종교생활을 하다보니 천주교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천주교에 <사회교리>라는 게 있어요. 천주교인들이 세상에 나가서 어떤 삶을 살아야 되는지를 교리로 정리한 건데, 그 책에 보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부정적인 현상들에 너무 압도되지 말고 희망과 신앙을 가지고 서로 연대하며 공동선을 향해 나아가라고 나와요. 첫 번째 사회교리 책은 유럽 산업혁명 때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신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활동하라 이런 내용을 담았다고 해요.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사회교리에 관심 있는 신부님들이 각자 책을 집필하고 계십니다. 저도 신앙을 갖기 전에는 세상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세상이 무너져야 한다, 뭐 이런 폭력적인 생각을 좀 했는데, 사회교리에 대한 책을 읽고 좀 더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변하게 됐어요.
김경실 감명 깊게 읽은 신앙서를 추천해 주신 거군요.
허선호 네, 굉장히 구체적으로 정치는 어떻게 해야 되고, 경제는 어떤 식으로 해야 되는지 나와 있어서 유용합니다. 그런데 분량이 꽤 되는 책이라 사실 저도 다 읽진 못했습니다.(웃음)
민언련에 하고 싶은 말
김경실 끝으로 두 분이 민언련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강새별 민언련의 역할은 어디에도 국한되지 않고, 좋은 기사를 알리고 나쁜 기사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민의 리터러시를 높이는 것과도 관련 있고요. 특정 포털이나 기자 개인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민언련이 선정한 보도를 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저처럼 어떤 기사를 봐야 할지, 무엇이 맞는 것인지 구분하는 게 어려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이런 막막함을 가진 시민들에게 좋은 기사를 보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일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허선호 매달 선정하는 좋은 보도가 홈페이지 첫 화면에 올라 있으면 좋겠어요. 소식지를 통해 직접 찾아보는 것보다 간편하고 빠를 것 같아요. 일종의 포털 느낌도 날 거고요. 요즘 우리 사회에 혐오가 심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언론이 특정 보도자료나 특정인의 주장만 과하게 보도하는 영향도 있다고 봐요. 예를 들면 최근 한 사이비 교주가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왜 여성단체에서 아무 말도 없느냐 이런 글을 봤어요. 그런데 여성단체 등이 성명도 내고 비판도 했는데,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았던 거잖아요. 결국 언론이 보도를 해야 시민들이 아는데, 특정 자료만 계속 기사로 나다 보니 혐오 장사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죠. 어떤 언론이 어떤 보도자료를 자주 받아쓰는지 민언련에서 모니터를 해보면 어떨지 제안해 봅니다.
김경실 미디어 리터러시, 분노가 아닌 다정함, 민언련에 대한 제언까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었습니다. 두 분의 인터뷰가 나가면 다른 회원들과 사무처 활동가들에게도 큰 위로와 힘이 되리라 봅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김경실 위원
정리 김경실 위원 · 원혜인 활동가
사진·동영상 이병국 회원
▼날자꾸나 민언련 2023년 봄호(통권 224호) PDF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