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쁨 회원(웹소설 출판편집자·네이버카페 '해시민즈' 운영)
‘시민 미디어리터러시’ 강좌가 맺어준 인연
김현식(민언련 미디어위원) 가을호 소식지에 실린 신입회원 인사말 중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부딪쳐 보는 20대 마지막을 보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본인 소개를 좀 해 주세요.
민기쁨 20대 마지막 그러니까 29살 민기쁨이고요. 웹소설 편집․출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식지에 신입회원 ᅟᅵᆫ그 문구를 써냈지만 많은 사람이 볼 거라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걸 보고서 연락을 주셨다고 하니 기쁘기도 하고 약간 부끄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김현식 어떤 계기로 민언련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민기쁨 사실 이쪽으론 관심이 거의 없었죠. 언론이나 정치, 이런 모든 것에 거의 관심을 안 가지고 살았는데 올해 들어 친구한테 추천받아서 보기 시작한 유튜브가 있어요. <정준희의 해시태그>(tbs 프로그램). 이걸 보다 보니까 궁금한 점이 많이 생겼어요. ‘내가 알던 사실이 이렇게까지 틀린 정보였다니’ 하는 것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러다 여러 다른 프로그램들을 보았죠. 김언경 소장님(전 민언련 공동대표) 유튜브도 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계속 들어 보면서 공부하다 보니까 민언련 활동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회원가입은 강좌 때문인데요. 민언련에서 시민 미디어리터러시 강좌를 열었어요. 그걸 신청하려는데 ‘후원회원’이라는 글자가 딱 보였어요. 정기후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바로 회원 가입했습니다.
10·29 참사, 길라잡이가 된 민언련 모니터링
김현식 민언련 회원으로 가입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민기쁨 아무래도 10․29 이태원 참사 때, 민언련에서 보도를 모니터해준 게 기억에 남아요. 제 나이대가 핼러윈 파티 같은 것에 친숙하고 이태원 클럽 가는 게 먼 이야기도 아니거든요. 친구 또는 언니 같은 사람들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저는 그때 일부러 뉴스를 많이 봤거든요. 근데 너무 많이 보니까 트라우마가 됐어요. 문제가 있는 보도가 많았잖아요. 민언련이 나서서 언론보도를 모니터해 주셔서 좋았어요. 뉴스를 보는 일 자체가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모니터를 해주신 거였잖아요. 문제 있는 보도에 대한 보고서의 경우 오마이뉴스에서 먼저 보고 민언련 홈페이지 들어가서 다시 한 번 보고 그랬습니다.
김현식 10․29 이태원 참사 보도 중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보도행태는 어떤 것이었나요?
민기쁨 아무래도 참사 이후 얼마 안 되어서 현장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그대로 노출한 거겠죠. 방송 뉴스에서 그냥 현장 영상을 틀어주다시피 했거든요. 그때 하루 종일 본 다음에 너무 힘들어서 텔레비전을 꺼버렸어요.
기득권자 아닌 ‘나의 관점’에서 언론 살펴야
김현식 신입회원 인사말이 다시 떠오르게 되는데요. 그때 ‘언론은 세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2022년, 대한민국 언론은 세상을 정말 제대로 보여줬을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민기쁨 문제 많았죠. 하지만 좋은 뉴스가 많이 있다는 걸 먼저 얘기하고 싶어요. 민언련에서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주잖아요. 그 상을 받은 한겨레 ‘살아남은 김용균들’도 좋았고요. 뉴스타파나 오마이뉴스에도 좋은 기사들이 많아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언론의 문제점은 너무 많더라고요. 딱 한 가지 짚자면 역시 독립성 아닐까 싶어요. 언론이 언론으로서 존재하지 않고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김현식 꾸준히 즐겨 찾는 매체나 프로그램이 있나요?
민기쁨 <정준희의 해시태그>를 계기로 언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보니 당연히 <정준희의 해시태그>를 열심히 보고 있고요(웃음). 김언경 소장님이 진행하는 유튜브 <뭉클했슈>도 자주 봐요. 또 <씨리얼>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그것도 자주 보고 있어요. 뉴스 보는 게 힘들다 보니 지금은 좋은 뉴스만 찾아보려고 하는 약간의 편식 상태에요(웃음).
김현식 편식 상태라고 하기엔 두루두루 뉴스를 보면서 관찰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듯한데요. 앞서 언급한 매체의 공통점이 있나요? 어떤 면에서 매력 있는지요?
민기쁨 <정준희의 해시태그>, <뭉클했슈>의 장점은 역시 나 말고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거에요. 뉴스에선 기성세대 관점, 기득권자 관점으로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관점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여러 명이 있구나, 정준희 교수님뿐만 아니라 그 콘텐츠를 함께 보는 사람들도 팔로우하고 있어요. 실시간 채팅에서도 위안을 얻어요. <씨리얼>의 경우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말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해시민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길
김현식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고 들었어요.
민기쁨 원래 여러 가지를 운영해봤는데요. 지금은 <정준희의 해시태그>를 열심히 본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정준희의 해시태그> 보는 사람들을 위한 네이버 카페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고요. 같이 보는 사람들끼리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아주 활성화된 상태는 아니라 말하기 조금 민망하네요.
김현식 소식지 통해 홍보해주세요. 정확하게 카페 이름이 뭔가요?
민기쁨 ‘해시민즈’입니다. <해시태그>에서 방송 보는 사람들을 '해시민'이라고 부르거든요. 정준희의 해시태그 시청자 모임이라는 의미로 ‘해시민즈’라고 지었어요.
현식 카페 운영자인 거죠?
민기쁨 네, 운영하고 있어요. 그전에도 취미 활동으로 트위터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어요. 일상적으로 개인 소셜 네트워크로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대부분을 다 하고 있고요.
김현식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네요. 2023년 ‘해시민즈’에 거는 기대가 있나요?
민기쁨 젊은 분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10대, 20대 청소년들도 충분히 궁금증을 가질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데, ‘정치는 더러운 거야 그러니까 이런 걸 배우면 안 돼.’ ‘그런 걸 신경 쓰면 안 돼. 굳이 해 봤자 변하는 거 없어.’ 같은 메시지를 기성세대들이 많이 주는 것 같아요. 그런 편견이 좀 깨졌으면 좋겠어요.
김현식 현재 웹소설 편집 일을 하시잖아요. 어떤 일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민기쁨 웹소설 편집자이자 웹소설 출판에 관련된 여러 일을 하고 있어요. 작가님과 소통하는 일도 많이 하고 있고요. 작가님에게 작품이 오면 관련해 이야기를 만들고 ‘이거는 좀 이렇게 수정할까요, 저렇게 수정할까요’ 얘기하기도 하고요. 장면 편집 같은 걸 제안하기도 하죠. 물론 작가님이 동의하거나 스스로 쓰셔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역시 소통 커뮤니케이션이 주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작업 이후엔 책을 만들어서 웹소설 플랫폼에 유통하는 것까지도 담당하고 있죠.
희망이 필요할 때 보면 좋은 영화 <1987>
김현식 회원 분들에게 영화와 책을 추천하신다면?
민기쁨 언론 관련해 생각하다 보니까 <1987>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기자들이 자기 신념을 갖고 정의롭게 행동한 모습이 그대로 나와 있는 영화라서요. 보도지침을 막 지우는 장면이 인상 깊어요. 기자로서 직업정신을 갖고 있는 낭만적인 모습이 나오는데 그 시절엔 그런 정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도 좋았어요.
사실은 이제 좀 기자들의 직업정신이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모든 기자가, 언론이, 세상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란 걸 떠올려 볼 수도 있어요. 사람이 너무 염세적으로 세상을 보다 보면 좋은 점을 찾기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희망이 필요할 때 보면 좋은 영화 아닐까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현식 민언련과 보도지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여서 그런지 추천해주신 영화 <1987>이 특별합니다. 책도 한 권 소개해 주세요.
민기쁨 <포스트 트루스>를 생각하긴 했는데, 저도 아직 읽는 중입니다(웃음). 이 책은 탈진실(脫眞實)에 관한 이야기예요.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나온 책으로, 가짜뉴스를 분석해서 다룬 내용이에요.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잘 소개돼 있어요.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이 좋았어요.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모두가 희망을 품고 살았으면
김현식 2023년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민기쁨 영화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일단은 웹소설을 쓸 거고요. 쓴 게 있기는 한데 아직 완결을 못했어요. 완결한 뒤 출간하고, 작가로서 첫 시작인 거죠. 2022년 언론에 대해,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봤어요. 저는 창작을 통해 관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영향력을 더 크게 가지려면 영상을 배우는 게 필요할 듯해 관련 공부를 계획하고 있고요.
김현식 기대하겠습니다. 민언련이 2023년 이것만은 꼭 하면 좋겠다, 꼽는다면?
민기쁨 시민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요. 지금도 진행하고 있지만, 좀 더 가볍게 많은 사람에게 다가갔으면 해요. 청소년들에게도 언론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있으면 좋겠고요. 학생들이나 특히 학부모들, 미래가 점점 바뀔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길 바랍니다.
김현식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민기쁨 저는 <씨리얼>이 참으로 좋았거든요. 정말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있어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아니지만, 쉽고 간편하게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해가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인터뷰하지 않는 내용이에요. 청소 노동자의 죽음에 이어 학교폭력 피해자, 저소득 계층. 이런 분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거든요. 이런 콘텐츠를 누구나 가볍게 볼 수 있도록 10분에서 20분 정도로 싣는 방식이 많은 사람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민언련도 이런 영상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현식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요?
민기쁨 2022년엔 힘든 일도 많았고 지치는 일도 많았고, 이게 변하긴 변하는 걸까? 절망적인 마음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많이 있다, 세상은 조금씩이지만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내심을 갖고 계속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큰 변화가 올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김현식 감사합니다.
인터뷰 김현식 위원
정리 김현식 위원 조선희 활동가
사진‧동영상 이병국 회원
▼날자꾸나 민언련 2022년+2023년 겨울호(통권 223호) PDF 보기▼
https://issuu.com/068151/docs/_2023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