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호][2022년 여름 대학언론 강좌 '탐사보도 심화과정' 수강기] '말言'과 '밥'의 시간
등록 2023.02.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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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대학언론강좌 탐사보도 심화과정에서 우수한 취재기획안으로 제1회 셜록상을 받은 에그타르트팀이 멘토 박상규 셜록 대표기자(맨왼쪽)와 기뻐하고 있다

7월이 다 지나가고, 지나간 만큼의 방학을 리필 받고 싶다고 느낄 무렵, 의욕이 활활 타오르던 학기 중 어느 날에 친구를 따라 신청한 <민언련 2022 여름 대학언론강좌 심화과정> 개강일이 성큼 다가왔다. 강좌 이름 옆에 붙은 심화 과정이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났고, 5일 간의 여정이 시작하기도 전에 밀려드는 폭우 소식과 태풍 소식에 한 번 더 겁을 먹었다. 개강일이 되었고,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던 대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폭우를 뚫고 도착한 강의실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흘렀다.

 

민언련의 역사와 지금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참여자들이 제각각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 언론사 간부들로서 좋은 것을 배워 후배들에게 물어다 주고 싶다는 포부, 탐사보도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바램 속에서 나는, 글쓰기에 전환점을 맞고 싶었다는 소박하고 개인적인 동기를 말하는 대신, 교지 편집위원으로서 다음번 교지에 탐사보도를 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던 것 같다. 자기소개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진실 탐사그룹 셜록의 기자님들의 소개가 이어지고, 이 프로그램이 탐사보도 기획안 대회를 통해 실제 탐사보도 취재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일 났구나 싶었다.

 

자기소개를 마친 후에 팀별 인원과 담당 멘토 기자님이 발표되었다. 신청자 중에는 코로나19와 폭우 등의 이유로 참가하지 못하게 된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우리 조가 가장 적은 인원으로 꾸려졌다. 우리 팀의 멘토는 박상규 기자님이었다. 지나고 보면, 다른 팀보다 적은 인원수로 출발하여 취재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고 밀도 있게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이에 더하여 박상규 멘토 기자님은, 매일 우리 셋을 불러 점심을 사주시며,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 주셨다. 처음에는 정말 기자님과 이렇게 매일 밥을 먹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했는데, 기자님은 따뜻한 관심으로 우리를 북돋아 주었고, 언론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가지고 있었던 고민을 편하게 나누며 취재 기획서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갈 수 있었다.

 

이번 심화 과정은 탐사보도 취재 기획안을 실전으로 작성해봄과 동시에 알찬 강의들로 꾸려졌다. 첫 강의는 탐사보도를 개괄하는 셜록 박상규 기자님의 강의였다. 박 기자님의 강의는 느슨한 긴장감으로 듣는 이로 하여 새로운 영감들로 충만해지게 하는 강의였다. 강의는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한 재심 사건 취재사례를 바탕으로 사회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자, 말을 박탈당해 억울한 누명을 쓰는 순간에서조차 자신을 변호할 수 없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 말을 가지지 못한 자들의 말을 되찾아 주는 것, 그 살아있는 말들을 지면에 실어 사회로 되돌려 놓는 것이 장시간 깊이 파고드는 탐사보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강의였다.

 

이어지는 강의들 또한 연일 나를 놀라게 했다. 김효신 기자님의 강의는 실제 농수산물 유통 탐사보도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며 기자로서 맞닥뜨려야 했던 어려움과, 이를 타개해나갔던 기자님의 방식으로 채워졌다. 박유리 기자님의 강의는, <형제복지원 대하 3부작> 취재 사례와 더불어 내러티브 탐사보도란 무엇인지, 내러티브 저널리즘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꾸려졌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센터장님은 실제 기자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언어화된 사실을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과정인, 정보공개청구의 방법론을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어느덧 3일째에 접어들 무렵부터 나는, 내가 단 한번도 기자를 향해 ‘기레기’라고 칭한 적은 없었지만, 그것으로 나는 쏟아지는 기사들과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이토록 좋은 기자님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는 나를 보면서 그동안 언론에 대한 불신을 나도 갖고 있었다는 성찰을 하게 되었다.

 

또 언제나 사실을 가장 먼저 알리고 전달하는 것은 기자의 책무이며, 기자는 언어화된 사실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지식 생산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장슬기 기자님은 데이터저널리즘 강의를 통해, 언론에서 한층 더 중요해진 데이터의 필요성을 알려 주셨다. 또한 최윤원 뉴스타파 데이터개발팀장님의 강의에서는 취득한 데이터를 파이썬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익혔다. 보도에 필요한 데이터를 쉽게 찾아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대학언론강좌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취재에 더욱 열중하여 풍성한 기사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탐사보도 수상기획안을 발전시킨 취재를 계속하는 중이니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최명빈, 이민경, 최세희(에그타르트팀)

 

 

▼날자꾸나 민언련 2022년 가을호(통권 222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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